K-조선 컨테이너선 무더기 수주…중국산 선박 미 입항수수료에 반사이익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매긴 뒤 국내 조선업체들의 컨테이너선 수주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컨네이너선을 중국 대신 한국에 발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3일부터 나흘간 오세아니아와 아시아 소재 해운사로부터 모두 22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고 28일 밝혔다.
총 2조5354억원 규모다. 산하 조선소인 에이치디현대미포가 16척, 에이치디현대삼호가 6척의 수주를 각각 따냈다. 에이치디한국조선해양 쪽은 “피더 컨테이너선(3000TEU 미만급) 시장은 특히 중국 조선사들이 우위를 보여왔는데, 에이치디현대미포가 수주를 따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날 아시아 지역 선주와 컨테이너선 2척을 계약했다고 알렸다. 앞서 한화오션도 지난달 중국 조선사를 제치고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전문 해운사인 대만의 에버그린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었다.
국내 조선소의 잇단 컨테이너선 수주는 미국의 중국 제재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중국 국적 해운사에는 각 선박의 순톤(t)당 50달러, 비중국 국적 해운사의 중국산 배에는 각 선박 순톤당 18달러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의 미국 입항 수수료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항구를 이용해야 하는 해운사 입장에선 중국산 선박에만 부담이 생긴 것이다. 컨테이너선은 일반 상품을 실어 나르는 배로, 현재 미국 항구로 들어가는 컨테이너선의 약 83%가 중국 해운사의 선박 또는 타 국적 해운사의 중국산 선박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조선업체에겐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입항 수수료 제재안은 컨테이너선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운사들이 중국 대신 한국에 컨테이너선 등을 발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은 중국 조선소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통계를 보면, 중국의 컨테이너선 수주 점유율(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표준선환산톤수 기준)은 2021~2024년 59.5%에서 87.8%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31.6%에서 12.1%로 쪼그라들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들이 워낙 저가로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탓에 한국 조선사들이 이 가격을 맞추게 되면 수익성이 없다. 그래서 액화천연가스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집중한 것”이라며 “미국의 규제로 중국 조선소로 향하던 물량이 빠지면 한국 조선소들은 친환경 기술 등 품질을 앞세워 더 높은 가격을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오션은 생산력 향상을 위해 6000억원을 투입해 부유식 독(건조공간)과 6500톤급 초대형 해상크레인을 새롭게 도입한다고 공시했다.
국내 조선업체인 에이치디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주가 상승폭은 올 들어 각각 16.9%, 139.1%, 34.1%에 이른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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