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선 끝나면 공약도 ‘끝’… 기록관리 손 놓은 선관위 [심층기획-2025 대선 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공보물·벽보만 있다” 답변
별도 보존 기간 따로 없어
홈피서도 검색조차 안 돼
선거정보도서관서도 ‘허탕’
그 많던 공약 기록물 어디로 갔나
선관위 “홈피 개편… 이전 자료 미등록”
대선 공약집 보존규정 無… 관리 방치
선거정보도서관은 ‘누구나 이용’ 말뿐
직원 동행해야 열람… 年 2∼3명 방문
정확한 검색어 모르면 열람도 어려워
공약집 발간 주체·형식 뒤죽박죽
선관위 공약집 정리 ‘1∼13대’ 단 한 번
14대 정책학회 15대 선관위 19대 정당
선거마다 발간주체 달라… 정보 누락도
“정당·후보 약속 지켰는지 점검할 수단
유권자 열람 쉽도록 체계적 관리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의 대선 공약 및 관련 자료 요구에 이렇게 답했다. 이 관계자는 “공보물과 벽보 자료는 있지만 공약서는 없다”며 “18년이 지나 확인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취재팀 추가 요청에 그는 “정당과에 확인해 보니, 이 후보가 10대 공약을 제출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며 “정책선거 자료의 보존기간이 5년이라 제출 여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선거 때마다 대선 후보자들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면서 정책 공약을 쏟아낸다. 약속의 문서가 사라지면 약속을 한 정치인은 책임에서 쉽게 벗어나고, 이를 믿고 표를 던졌던 유권자는 약속을 잊어버린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경고처럼, 모두에게 잊힌 공약은 결코 실현되지 못한다.

28일 선관위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직전 대선 당선인인 윤석열 전 대통령 공약만 공개돼 있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2022년도에 선관위 홈페이지가 개편되면서 이전 대선의 공약집과 자료는 올라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임 중인 당선인에 한해 임기 중 공약을 공개하고 있으며, 임기가 종료된 이전 선거 당선인의 공약은 비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제도 미비와 당사자들의 의지 부족 등으로 선거가 끝나면 역대 당선인을 포함한 후보자들의 약속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다.

16일 오후 2시, 4층 건물 상단 중앙에 헌법기관을 상징하는 무궁화 문양 속 ‘선거’ 두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를 찾았다. 선관위 후관에 자리한 선거·정당 전문도서관인 ‘선거정보도서관’의 소장자료 16대 대통령선거 공약집을 보기 위해서다. 해당 공약집은 선관위, 선거정보도서관, 각 정당 홈페이지 등 온라인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선거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정책 공약
선거정보도서관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선거, 정당 관련 정보를 한눈에!!’라는 문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실상은 정확한 자료 제목을 아는 사람만이 완성할 수 있는 조각난 퍼즐 같다. 노트북을 펼쳐 선거정보도서관 홈페이지 검색창에 ‘대선 공약집’을 검색하자 검색 결과는 ‘0건’.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검색어를 바꾸면 그제야 22건이 나왔다. 선거도서관이 보유한 원문자료 28만여개 중 선거공약서는 707개. 이 중 검색된 22건의 ‘대통령선거 공약’ 관련 자료 중 대선 공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도, 유권자가 원하는 정제된 공약집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대 대선의 공약집도 검색되지 않았다.
취재팀이 선거기록보존소에 문의한 다음 날,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책 공약 모음집’,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정책 모음집’이 신착자료에 등록됐다. 20대 대선은 3년, 22대 총선은 1년이 지난 후에야 선거정보도서관에 등장한 것이다.
역대 대선 공약집을 찾기 위해, 취재팀은 결국 선관위의 선거기록보존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했다. 선거기록보존소는 선거정보도서관에서 이미 볼 수 있는 자료라며, 정보공개 대신 자료 목록 파일을 건넸다. 목록에 적힌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 ‘정당의 정책 설명 자료집’과 같은 자료가 눈에 띄었다. 해당 자료가 대선 공약집이라는 걸 유추하기 어려운 제목이었다. ‘대선 공약’과 같은 공통의 언어가 없었기 때문에 검색되지 않았던 것이다.

공약집을 발간하는 책임 주체가 뒤죽박죽이었다. 정당, 학회, 선관위에서 제각각 발간한 탓에 체계가 부족했다. 중앙선관위가 역대 대선 공약을 직접 정리한 공약집은 제1∼13대 대선 자료를 엮은 ‘政黨(정당)의 選擧公約(선거공약)’이 유일했다. 이 책이 1988년 발간된 후 개정판이 없었다. 37년간 대선 후보의 공약은 줄곧 뿔뿔이 흩어진 채 존재했다. 5대 대선이 있었던 1963년에 설립된 선거관리위원회가 62년 동안 역대 공약을 책으로 정리한 적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18대부터 20대는 상대적으로 체계가 잡혀가는 듯했지만, 제목과 발간 주체는 여전히 일관성이 없었다. 18대는 ‘2012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 19대는 각 정당에서, 20대는 다시 중앙선관위가 발간했다.
김 교수는 “공약은 유권자가 정책으로 정당과 후보를 평가하는 최소한의 도구”라며 “선관위는 당선자뿐 아니라 낙선자를 포함한 모든 후보의 공약을 유권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흩어진 공약을 눈으로 확인하고, 선거정보도서관을 나왔다. 정책선거의 핵심인 공약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유권자의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유권자가 기억하고 평가하며 약속의 책임을 되물을 수 있는 관리된 공약은 어디에도 없었다.
특별기획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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