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렌커, 한강… 정부가 두려워한 '작가들이 그린' 세상 [디스토피아+]
10편 옌렌커의 「딩씨 마을의 꿈」
매혈 사업으로 돈 벌게 된 마을
돈보다 더 집요하게 찾아온 죽음
죽음 속에서도 돈을 쫓는 탐욕
정부가 두려워한 소설 속 현실
문학 틀어쥐려는 권력의 행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 옌렌커 작가는 피를 팔고 생명을 팔고 죽음을 파는 현실을 그린다. 중국 정부가 매혈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그 틈에서 누군가는 이웃과 가족의 생명까지도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 중국 정부는 「딩씨 마을의 꿈」을 금서로 지정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때 계엄령이 선포됐던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옌렌커 작가는 중국 정부가 이끈 매혈사업으로부터 시작된 한 마을의 붕괴를 그려냈다. 「딩씨 마을의 꿈」을 영화화한 '최애'의 한 장면. [사진 | 더스쿠프 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28/thescoop1/20250428181038376zsoa.jpg)
「딩씨 마을의 꿈(자음과 모음ㆍ2019년)」은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중국 작가 옌렌커의 대표작이다. 중국의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한 이 소설은 팬데믹 시기에 새롭게 주목받았다. 소설의 화자는 농약이 묻은 토마토를 먹고 죽은 아이다. 죽은 아이는 중국 허난성의 동족촌 '딩씨 마을'에서 벌어진 비극을 덤덤히 들려준다.
"아버지는 피의 왕이었다. 내가 죽던 날, 아버지는 울지 않았다. 대신 내 옆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26쪽)."
죽은 아이의 할아버지 '딩수이양'은 딩씨 마을의 명망 높은 지도자다. 딩수이양에게는 장남 딩후이, 차남 딩량이 있다. 딩씨 마을 사람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매혈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갑자기 에이즈가 집단 발병한다. 매혈 과정에서 주사기를 재활용하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이다.
마을에서 매혈을 주도해 많은 돈을 챙긴 사람은 딩수이양의 장남 딩후이였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딩후이의 아들 딩샤오창을 독살한다.[※참고: 이 소설의 화자는 바로 딩샤오창이다.] 딩수이양은 아들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사죄하라고 권하지만, 딩후이는 거절한다. 마을에서 쫓겨난 딩후이는 에이즈가 더 창궐할 것을 예상하고 오동나무로 만든 관을 독점해 돈을 번다.
"딩씨 마을은 피를 팔면서 점차 피에 미쳐갔다. 평원에서 피를 팔면서 피에 미쳐갔다. 십 년 후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는 궂은비처럼 열병이 쏟아져 내렸고, 피를 팔았던 사람들은 모두 열병에 걸렸다(79쪽)."
딩수이양은 마을 사람들에게 사죄하면서 발병자들은 마을의 학교에 수용하자고 제안한다. 곧 학교는 환자들의 집단 수용소가 된다. 딩수이양은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돕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둘째 아들 딩량이 문제를 일으킨다. 딩량이 함께 수용된 사촌동생의 아내 링링과 바람이 난 것이다. 딩량과 링링은 모두 배우자가 있었지만 에이즈에 걸린 이후 부부 사이가 멀어진 상태였다.
![[사진 | 자음과 모음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28/thescoop1/20250428181039866pold.jpg)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두 사람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곧 들통이 나고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그러자 딩량과 링링은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만난다. 딩량의 에이즈 합병증이 심각해지자 링링은 차가운 물로 몸을 적셔 딩량을 끌어안기를 반복한다. 가까스로 딩량의 열은 떨어졌지만, 링링은 저체온증으로 다음날 사망한다. 자신 때문에 죽은 링링을 보고 절망한 딩량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올겨울이면 열병이 크게 폭발하게 될 거라고 하더군. 링링이나 나나 올해를 넘기지 못할지도 몰라. 그러니 사는 것처럼 살려고 노력해봐야지. 그리고 죽어서도 함께 묻히는 거야. 죽어서도 부부가 되는 거지(377쪽)."
두 아들이 일으킨 사건으로 딩수이양은 학교 수용소 지도자의 자리에서 밀려난다. 사람들은 마을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 관을 만든다.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사람들은 학교의 물품도 반출한다. 마을의 미래를 위해 학교를 보전하려던 딩수이양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가 폭증하자 학교도 폐쇄되고 이제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죽음을 기다린다. 그 와중에 딩후이는 젊은 나이에 죽은 사람들의 영혼결혼식을 주선하는 사업을 벌여 다시 막대한 돈을 번다. 견디다 못한 딩수이양은 아들 딩후이를 살해하고 만다.
"이제 딩씨 마을에는 사람이 없었다. 거리는 죽은 듯이 고요하기만 했다. 사람도 없었고, 가축도 없었다. 닭이나 돼지, 개, 고양이, 오리 할 것 없이 가축이라고는 한 마리도 없었다. 가끔씩 참새 소리가 땅과 깨진 유리창 위로 떨어졌다(614쪽)."
주사기와 관을 빼돌리고 영혼결혼식으로 돈을 버는 딩후이, 딩량과 링링의 불륜, 딩수이양의 존속살해는 본격적으로 자본주의를 도입한 중국 사회의 혼란을 풍자한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의 탐욕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제약회사의 탐욕과 백신 공급의 불균형을 겪은 바 있다. 또한 어딘가에서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방산업체들은 무기를 팔아 막대한 돈을 번다. 한 마을의 참극은 단지 한 장소의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딩씨 마을'은 곧 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가난뱅이로 살 건지 부자로 살 건지는 여러분 스스로 결정할 일입니다. … 여러분의 딩씨 마을은 현 전체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입니다. … 다른 현들은 일찌감치 미친 듯이 피를 팔아서 마을에 한 채 한 채 건물을 올리고 있습니다(63쪽)."
![중국은 옌렌커 작가의 작품을 금서로 지정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4/28/thescoop1/20250428181041298vjht.jpg)
피를 팔면 더 부유해질 수 있다는 국가의 선전을 믿었던 마을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는 소설의 내용은 중국 정부의 심기를 자극했다. 결국 이 소설은 국가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금서禁書로 지정됐다. 이 조치로 중국 정부는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더 나은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우리는 반국가 세력을 처단하겠다는 계엄 포고령을 읽어야 했다. 포고령을 선포한 정권의 기준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도 반국가 세력에 포함될 것이다.
이정현 평론가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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