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로 본 오늘] 동시빈축(東施嚬蹙)

송금호 2025. 4. 28. 17: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금호 작가·언론인

동쪽 마을의 못생긴 여자 동시(東施)가 서쪽 마을의 미녀를 따라 하면서 얼굴을 찡그린다는 말이다. 요즘에는 어이없는 언행으로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을 지적할 때 많이 인용된다.

<장자>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고대 문서에서 비롯되었는데, '빈축(嚬蹙)을 사다'라는 말의 '빈축'이 여기서 유래했다.

고대 중국의 4대 미녀라면 대부분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서시(西施), 한나라 때의 왕소군(王昭君), 삼국지에 등장하는 초선(貂蟬), 당나라 황제 현종(玄宗)의 애첩 양귀비(楊貴妃)를 꼽는다.

이들 중 천하절색이라는 서시는 월나라를 망하게 하려던 오(吳)나라 왕의 심기를 어지럽히기 위한 미인계에 투입됐던 기구한 여인이었다. 서시의 별명은 '침어(沈魚)다. 처녀 적 빨래를 하던 서시가 시냇물에 얼굴을 비춰보는데, 물고기들이 너무 예쁜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넋이 빠져 헤엄치는 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해서 얻은 별칭이다.

그러니 젊은 날 서시는 뭇 여성들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녀의 행동거지는 물론 표정까지 따라 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서시는 평소 속병이 있어 자주 가슴을 문지르며 찡그리곤 했는데, 동쪽 마을에 같은 시(施) 씨 성을 가졌으면서 못생긴 여자 동시(東施)가 이런 서시의 모습을 따라 했다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고 한다. 이에 노장사상의 <장자>를 비롯한 고문서 여러 곳의 이야기가 합쳐져 '동시가 이맛살을 찡그리다'는 뜻의 '동시빈축(東施嚬蹙), 또는 '동시가 이맛살 찌푸리는 것을 따라 하다'라는 뜻의 '동시효빈(東施效顰)'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겼다. 또한 이로부터 누군가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뜻의 '빈축을 사다'라는 말이 나왔다.

본래 못난 여자가 예쁜 여자의 약점이나 어색한 행동까지 따라 한다는 뜻이었지만 지금은 적절치 않은 언행으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때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면서 한국은 미국의 통상압력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비롯한 협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내 경기는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침체일로이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더욱 죽을 맛이다.

이런 판인데도 '대통령 노릇 한다'라며 비판받는 국무총리는 전방부대와 미군기지를 찾아가 '육군 병장 한덕수'라는 말로 안보 행보를 하면서 대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니, 빈축(嚬蹙)이라는 말이 딱 어울려 보인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과 짜고서 내란을 일으킬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못 하도록 무능하고, 내란 방조 혐의까지 받는 국무총리가 무슨 대권이라는 말인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경선을 치르는 정당의 토론회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경쟁 후보. 또는 야당의 특정인을 깎아내리는 것에만 열을 올리니 역시 빈축이 아닐 수 없다.

더 빈축을 사는 꼴은 내란죄로 재판받는 분이 아직도 자신이 대통령직에 있는 것처럼 오만을 떨며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이다. 그의 부인 김건희 씨는 공천개입은 물론 모 종교단체로부터 6000만 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는 의혹도 나오면서 온갖 비리들이 봇물 터질듯하니 빈축도 그런 빈축이 없을 것 같다.

/송금호 작가·언론인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