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종묘 숲’에도 딱따구리가 산다…둥지 5개 발견

김지숙 기자 2025. 4. 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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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다구리보전회’ 창립 1주년 기념 ‘딱다구리 탐험’
지난 27일 ‘딱다구리보전회’ 회원들이 ‘제2회 딱다구리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종묘 숲에서 딱따구리 탐조를 벌였다. 사진은 김성호 공동대표가 둥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딱다구리보전회 제공

딱따구릿과 새는 부리로 나무를 강하게 쪼아서 둥지를 짓거나 먹이를 사냥하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나무 속 해충을 잡아먹으며 곤충의 개체수를 조절해 ‘숲 속의 의사’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 240여 종이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쇠딱따구리·오색딱따구리·까막딱따구리 등 6종이 발견된다. 건강한 숲의 지표로도 여겨지는 딱따구리 존재를 서울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

28일 국내 첫 딱따구리 보전단체인 ‘딱다구리보전회’가 전날 서울 종로구 종묘 안 숲에서 시민 40여명과 함께 딱따구리 탐조를 벌인 결과, 5개 이상의 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4월27일은 딱따구리보전회가 지난해 창립과 함께 정한 ‘딱다구리의 날’로, 올해 2회를 기념해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27일 ‘딱다구리보전회’ 회원들이 ‘제2회 딱다구리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종묘 숲에서 딱따구리 탐조를 벌였다. 사진은 까막딱따구리. 김성호 공동대표 제공

종묘는 조선 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위패·지방·사진 등)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종묘 내부는 울창한 숲과 넓은 녹지로 둘러싸여 있고, 창경궁·창덕궁 숲과도 이어져 있다. 조선 시대부터 잘 관리되어 서울 도심에서는 드물게 수백 년 된 거목 등을 볼 수 있는 숲이다. 현재는 갈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느티나무, 소나무 등이 많다.

이날 ‘딱다구리 탐험대’는 5개 이상의 딱따구리 둥지를 발견했다. 나무에 작은 구멍을 내어 밤을 지새우는 용도로 활용하는 ‘잠자리 둥지’는 물론 청딱따구리가 새끼를 키워내는 ‘번식용 둥지’도 함께 관찰됐다. 딱따구리는 도심 공원과 근교 숲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지나친 산림개발과 솎아베기 등으로 서식지가 줄고 있다. 딱따구릿과인 크낙새는 1993년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에서 목격된 뒤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고, 까막딱따구리도 멸종위기생물 2급이다. 다행히 쇠딱따구리·청딱따구리·오색딱따구리는 쉽게 만날 수 있는 편이라고 한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드려 만든 둥지, 딱따구리는 물론 다양한 야생동물이 둥지를 활용한다. 딱다구리보전회 제공

이날 탐험대를 이끈 딱다구리보전회 김성호 공동대표(전 서남대 교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라면 딱다구리가 만든 둥지 서너개는 있어야 하는데, 종묘 숲의 큰 규모에 견줘보면 둥지 수가 아주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딱다구리는 썩거나 썩기 시작한 무른 나무에 둥지를 잘 짓는데, 궁궐 숲이라서 조금만 썩어도 가지치기를 하기 때문인지 둥지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딱따구리가 만든 나무 속 둥지는 딱따구리뿐 아니라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설모, 소쩍새, 큰소쩍새, 솔부엉이도 활용하는데, “한 나무에 7종이 머물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이날 탐조 앞서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딱다구리보전회 1주년 기념 포럼에서는 우리나라 숲과 딱따구리 생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딱다구리의 보금자리, 숲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홍석환 공동대표(부산대 교수)는 “지난 3월 경북 산불로 서울시 전체 산림 면적에 맞먹는 숲이 사라졌다”며 “이는 국내 산림 면적의 2%가 단 며칠 만에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5년 동안 개발행위로 사라진 산림 면적이 4%인데, 이와 비교하면 이번 산불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산불이 휩쓴 곳 가운데 인공조림 사업을 한 곳과 아닌 곳을 비교하면서 산림청 중심의 복원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제2회 딱다구리의 날’ 행사에서 산불 피해 지역의 자연 복원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홍석환 공동대표. 딱다구리보전회 제공

지난해 4월 처음 꾸려진 딱다구리보전회에는 조류전문가, 숲 해설가, 환경단체 활동가, 생태·환경 작가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숲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기후변화를 막는 딱따구리의 역할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시가 청딱따구리를 ‘서울시 야생동물보호종’에서 해제하자 이에 항의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표준어는 딱따구리지만, 학계와 탐조가들 사이에서는 딱따구리보다 ‘딱다구리’라는 표현이 선호되기 때문에 단체명을 딱다구리보전회로 정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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