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소된 전직 대통령…文 ‘뇌물죄’ 법조계는 어떻게 바라봤나
검찰 내부, 시국 사건 줄 배당 소식에 ‘부담’ 느끼는 분위기 역력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전직 대통령이 또 기소됐다. 이번엔 뇌물죄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공소를 제기함에 따라 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재판 절차는 서울에서 진행된다.
공소장엔 문 전 대통령이 딸 다혜씨, 전 사위 서아무개씨와 공모해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 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서씨의 취업으로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으므로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본 것으로 봤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대통령경호처 등이 다혜씨와 서씨의 해외 이주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대통령경호처가 서씨 취업 이전인 2018년 6월부터 다혜씨 가족에 대한 태국 현지 경호 계획을 세워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실제 해외 경호가 이뤄졌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다만,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지만, 대통령과 공여자인 이 전 의원을 기소함으로써 국가형벌권 행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과 가족 관계 등을 고려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의 정치적 판단" vs "정당한 기소"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과 국가 형벌권에 의한 정당한 기소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야권에선 사위가 받은 월급이 어떻게 장인에게 주는 뇌물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 전 대통령에게 말도 안 되는 억지 혐의를 뒤집어씌워 검찰이 기소를 했다"며 "앞으로 대통령 가족들은 그럼 일도 하지 말고 돈도 벌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검찰을 없애야 한다는 날선 주장도 나왔다.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의 강유정 대변인은 같은 날 "검찰에 의한 전 정부 탄압이자 명백한 정치 보복이다. 전 정부 인사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있는 죄는 덮고, 없는 죄를 만들며 권력을 남용하는 정치검찰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이 일반인이었다면 일찌감치 구속을 당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문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액은 약 2억원 가량인데, 공무원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의 금액만 횡령해도 구속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신분이었다는 점이 불구속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혜씨와 서씨가 기소유예 처분받은 것은 검찰의 관례 때문이지, 이들의 죄가 무결함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게 정치인 가족들이 연루된 사건에 있어 대표 피의자만 기소하고, 소극적 가담자에 대해선 불기소하는 것이 검찰 내부의 불문율(不文律)이라는 것이다. 입시 비리 논란으로 일가족이 동시다발적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경우는 같은 맥락에서 특이한 경우다. 안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양이 검찰 수사에 협조했거나, 수사 초기부터 혐의에 대해 인정했다면 다혜씨처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文 1심 선고, 1년 이상 소요될 전망
문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재판 전체를 진행할 이현복 부장판사의 판단에도 시선이 쏠린다. 현재 내란죄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부처럼 형사 재판 과정 장면 촬영을 불허하거나,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배려를 해줄지 여부가 대표적 관심사다.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사건과 병합해 하나의 재판부에서 심리하자는 검찰 요청을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검찰 내부에선 시국 사건 수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앞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 등을 수사했던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와 엄희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돼 조사되는 등 검사들에 대한 야권의 압박이 이어지면서다.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이정섭 대구고검 검사는 실제 탄핵 소추됐고, 헌재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으며 직무에 복귀했다.
법조계에선 문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선고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본다. 통상 뇌물죄의 경우 피고인들이 혐의 전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도 전부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검찰이 증인을 최대한 많이 신청해 기각된 증거를 입증하려고 할 것이므로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문 전 대통령은 중앙지법이 위치한 서초동에 모습을 비출 전망이다. 전주지검에서 사건을 수사했지만, 중앙지법으로 사건이 배당됐기 때문이다. 형사 재판에선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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