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막았는데 돌아온 건 폭언·폭행…보건의료직 절반 이상 경험해

박정렬 기자 2025. 4. 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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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병원 기능 회복?역량 강화 촉구 결의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업무상 사고·재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8일 산재 노동자의 날을 맞아 지난 1월 조합원 4만여명이 참여해 진행한 '2025년 보건의료 노동안전 실태'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유효 응답 수 4만2425명 중 6622명(15.6%)이 최근 2년 이내 업무상 사고나 재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근골격계 질환이 4471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면장애, 넘어짐·부딪힘, 절단·베임·찔림·끼임 등이 뒤를 이었다(복수 응답).

의료 현장의 사고 및 재해의 가장 큰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인력 부족'이 76.3%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수면 장애 및 피로 누적(68.8%), 예비 교육이나 업무 숙지 부족(43.2%), 제도적 대책 부족(37.4%), 불합리한 조직 문화(33.7%) 등이 지목됐다. 보건의료노조는 "노동집약적이고 야간 교대근무가 주요 업무 형태인 보건의료산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감정 노동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7%가 최근 1년간 업무 중 폭언·폭행·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폭언은 55.1%, 폭행은 11.5%, 성폭력은 7.2%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로 환자·보호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런 피해를 당하고도 '참고 넘겼다'는 응답이 61~7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22~35%)보다 2~3배 이상 높은 것이다. 폭언·폭행·성폭력 피해자에게 △업무 일시 중단 △휴게시간 부여 △가해자와 분리 조치 △치료 상담 지원 △유급휴가 등 필요한 조치를 기관이 취한 경우는 가해자와 분리 조치(14.8%)를 제외하면 모두 10% 미만이었다.

인력 부족과 감정노동·폭언 폭행 등에 노출된 보건의료 노동자의 직무소진 상황 역시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79.0%의 응답자가 '일하는 이유는 월급을 받기 위함'이라고 답했고 68%는 육체적 소진, 60.9%가 정신적 소진 상태를 호소했다. 직군별로는 간호직에서 평균 이상의 직무소진 수준(75.9% 육체적 소진, 67.8% 정신적 소진)을 보였으며, 병원 특성별로는 국립대와 사립대 병원이 높은 수준의 직무소진을 보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굳건히 의료 현장을 지키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왔다"며 "비상 경영체제 아래 경영 위기의 책임과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보호자들의 고통과 분노를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의료서비스의 질과 직결되는 만큼 의료 개혁 추진 과정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를 통한 보건 의료인력 확충, 주 4일제 도입, 의사 인력 확충으로 공공·지역·필수 의료 강화 등의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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