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청송심가, "춤으로 세계를 열다"

[서산] "춤을 추면 신이 난다. 한류가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동양의 풍류가 서양을 지배한다."
4월 29일 세계 춤의 날을 맞아 충남 서산 청송심가(靑松沈家)는 다시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판소리, 가야금병창, 승무 등 청송심가의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현대무용, 스트릿댄스, 한류 콘텐츠와 융합해 완성된 서산 춤은 "동양의 풍류가 서양을 지배한다"는 선언처럼 세계를 향해 몸짓을 뻗고 있다.

K-POP과 K-드라마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이제 '몸짓'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언어를 통해 세계를 다시 사로잡으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됐다.
"한류가 세계를 열광시키고, 우리의 풍류가 세계인의 영혼을 울린다"는 청송심가의 외침은 단순한 포부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약속처럼 들린다.
서산 승무와 판소리 몸짓을 바탕으로 한 이 춤은 빠르고 자극적인 현대 퍼포먼스 사이에서 오히려 신선한 감동을 전한다.

"서산 춤은 한(恨)과 흥(興), 절제와 폭발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진정성야말로 세계가 갈구하는 것입니다." 심화영 승무보존회장을 맞고 있는 외손녀 이애리(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가 청송심가의 현대적 부활을 이끌고 있다.
서산은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청송심가는 △전통과 현대의 융합 △국제 네트워크 구축 △디지털 확장 △글로벌 청소년 무용 아카데미 설립 △'서산 출신 한류 스타' 배출을 목표로 세계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를 '몸짓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부르는 그는 문화에 국경이 없고, 춤에는 언어가 필요 없다는 보편적 진실을 믿으며 서산 춤을 세계로 내보낼 채비다.

서산은 오랜 세월 인문과 예술의 뿌리를 다져온 고장이다. 조선 후기 중고제 판소리의 중요한 터전으로, 고수관, 방만춘 등 8명창이 이곳에서 '춘향가'와 '심청가'를 완성했다. 서산 출신의 대표적 예인 심정순(沈正順)은 일제강점기에도 판소리 사설을 신문에 연재하며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쳤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3년 서산문화원 앞에는 '심정순 기념비'가 세워졌고, 비문은 조규선 전 서산시장이 집필했다.
청송심가의 뿌리는 심정순의 부친 심팔록(沈八祿)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후기 서산 지역 풍류 문화를 이끈 피리·퉁소 명인인 그는 심가 예술혼의 뿌리를 다졌다. 심정순은 장안사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며 판소리, 가야금 병창, 재담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이후 심정순의 조카 심상건은 가야금산조와 병창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았고, 심상건의 딸 심태진은 신무용 선구자 조택원 무용단 소속으로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국악과 무용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심정순의 큰아들 심재덕은 이화학당에서 실기와 이론을 가르쳤고, 그 예술적 유산은 막내딸 심화영(沈和英)에게 이어졌다.
광복 이후 서산으로 내려온 심화영은 청진권번에서 갈고닦은 춤과 소리를 서산에서 꽃피웠다. 2000년 충청남도 무형유산 승무 보유자로 인정받은 그는 조용하고 섬세한 승무의 미학을 지역 사회에 널리 전했다.

심화영의 외손녀 이애리는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에게 장구를 배우며 춤과 소리에 익숙해졌다. 예술고, 대학, 대학원 과정을 거치며 전통무용학 석사를 취득한 그는 2024년 충청남도 무형유산 승무 보유자로 새롭게 지정됐다. 현재 이애리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로서 매년 '심화영의 전통춤'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애리의 아들 고상윤도 청송심가의 예맥을 잇고 있다. 국립국악중학교에서 피리를 전공하며 차세대 전통예술인으로 성장 중이다.

청송심가의 예술혼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심정순의 손녀 심수봉은 트로트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했으며, 손태진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세계를 누비고 있다. 또 다른 증손녀 김아현은 유니버설발레단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충남 서산은 단순히 한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전통 예술의 숨결을 세계에 전하고 있다. 춤과 소리, 장단과 흥을 통해 세대를 이어온 청송심가의 전통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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