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 화장품, 990원 핫바…‘싸야 산다’ 유통업계 안간힘

임재우 기자 2025. 4.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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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앞세운 가성비 경쟁
이마트와 엘지(LG)생활건강과 손잡고 개발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화장품 8종 각 4950원.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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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침체·고환율·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갈수록 얇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초저가’를 앞세운 가성비 전쟁을 벌이고 있다. ‘5000원 이하’ 저가 화장품과 스파(SPA·제조와 유통 일원화) 브랜드의 매출이 치솟는 등 ‘불황형 소비’가 전성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모델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원물 대량구매를 늘리는 등 유통업체들의 원가 절감 방안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다이소발 ‘초저가 화장품’ 시장 전성

‘가성비 전쟁’의 선두에는 지난해 4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낸 다이소가 있다. 다이소가 ‘5000원 이하 균일가’ 전략을 바탕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불황형 소비 흐름 위에 제대로 올라탔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꼽히는 화장품은 매출이 전년 대비 144% 증가하면서, 다이소의 핵심 상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다이소는 2020년대부터 저가 화장품 상품에 주력해 10·20세대의 화장품 구입처로 입지를 다졌다. ‘리들샷’ 등 히트작이 탄생하고 화장품 브랜드와의 협업이 늘어나면서, 취급 화장품 수도 지난해 500여종까지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 제품은 가격 문턱이 낮기 때문에 재구매도 쉽다. 10∼20대들은 입소문이 나면 에스엔에스에 후기를 올리기 때문에 제품 홍보 효과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5000원 이하 화장품’의 시장성이 증명되면서, 대형마트·편의점 등 기존 유통채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저가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대형 유통마트인 이마트는 엘지(LG)생활건강과 손을 잡고 스킨케어 제품 8종을 각 4950원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패키지를 단순화하고 인공지능(AI) 모델을 사용해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고 했다.

한때 ‘가성비’의 대명사였으나 침체기가 길었던 스파(SPA·제조와 유통 일원화) 브랜드 역시 지난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여파로 2021년 5000억원대로 줄었던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6년 만에 1조원대를 다시 넘어섰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자사 스파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무탠다드)’로 백화점·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동시에 파고들었다. 무탠다드는 지난해에만 주요 백화점·대형몰 10여곳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했다. 올 2월부터는 편의점 지에스(GS)25에서 무탠다드의 티셔츠, 양말, 속옷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탠다드는 지난해 12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해 무신사의 영업이익 흑자전환(1028억원)을 견인했다.

‘중간 유통단계 최소화’ 원가 절감 고투

고환율과 기후변화 등 악화된 여건 속에서 ‘초저가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업계의 고투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편의점 씨유(CU)는 최근 990원 핫바, 2500원 닭꼬치(초저가 득템 시리즈)를 출시하기 위해, 돼지·닭 도축부터 가공까지 한 번에 가능한 육가공 전문 협력사를 찾았다. 중간 벤더 없는 직거래 시스템으로 비용을 최소화했고, 대량 납품 계약을 맺어 단가를 줄였다. 180g인 핫바 크기는 65g으로 줄이되, 국내산 돈육 함량을 89% 이상으로 늘리기도 했다. ‘가격과 크기는 줄이고 품질은 높이는’ 고육지책이다.

롯데마트는 이달 초 노르웨이산 생연어 100g을 2990원에 판매했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40톤 물량의 연어를 대량 계약한 뒤,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항공 직송으로 각 점포에 연어를 배송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연어의 경우 수입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환율 영향이 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항공운임비도 증가했다”며 “노르웨이 생연어를 2000원대에 판매하는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초저가 전쟁’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저가 전략에 주로 활용되는 ‘피비(PB)상품’은 유통업체가 직접 생산자를 선정하고, 별도 마케팅 비용 없이 플랫폼 내부 홍보만으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통사와 제조사 모두에게 ‘윈윈’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유통사의 납품단가 인하 압박으로 제조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에만 우선 집중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 다양성과 품질 향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와 소비자들의 ‘저가 중독’이 제조사가 브랜드 가치가 있는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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