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가 '양재동 캠프' 만들어 '불법 선거운동' 지휘
지난 대선 당시 '비밀 캠프' 논란이 일었던 윤석열의 '양재동 캠프'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사비로 운영되는 '비선 조직'이었다는 건진 측근의 증언이 나왔다. 윤석열 부부가 대통령 출마 여부를 두고 건진에게 조언을 구했고, 건진이 정치적 기반이 없는 윤석열 부부를 위해 만든 조직이 양재동 캠프였다는 것이다.
양재동 캠프는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후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라는 공식 조직으로 이름만 바꿔 운영되다가, 세계일보 보도로 무속인 건진이 관여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면서 해체됐다. 그러나 해체 시늉만 했을 뿐 '밝은미래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대선이 끝날 때까지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인 사실이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에서 확인된다.
"건진 법당→양재동 비밀캠프→네트워크본부"
25일 건진의 측근 A씨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윤석열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건진의 법당을 사랑방처럼 쓰다가 양재동에 사무실을 얻었다"며 "건진이 정치적 기반이 없는 윤석열에게 이런저런 사람들을 소개해주는 등 초기 싱크탱크 역할을 한 곳이 양재동 캠프"라고 밝혔다.
A씨는 "당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를 건진이 사비로 댄 것으로 안다"며 "건진이 들어가는 돈이 천문학적이라고 제게 토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양재동 캠프는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의 조직총괄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 본부'로 모습을 바꿨다. 건진이 자금을 대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비선 조직을 공식 선거운동 조직으로 양성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건진법사, '여론 공작' 활동한 네트워크본부 실질 운영자
건진이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정황은 검찰 수사기록으로 확인된다. 네트워크본부의 본부장은 향군 경영고문 출신의 오을섭 씨, 수석부본부장은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 김형준 씨였지만, 건진이 상임고문 자격으로 지시를 내리고 보고 받은 사실이 이른바 '법사폰'에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건진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 건진은 네트워크본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네트워크본부 간부들에게 "윤석열 유튜브 구독자 수를 늘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방에는 건진 외에 네트워크본부 산하 19명의 간부가 입장해있었다.
전국네트워크위원회 상임고문입니다. 엄동설한 추운 날시에도 윤석열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애쓰시는 동지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윤석열 유튜브 구독자 증진운동에 동참 30만을 넘는 쾌거를 이루었읍니다. 50만 100만을 향해 더욱더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뉴미디어 임OO 팀장에게 구독회원 증가분을 올려주시면 확실하게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상임고문 전성배
- 2022년 1월 14일 건진이 네트워크본부 단체대화방에 올린 글
이 같은 지시에 캠프 본부장들은 "네네, 열심히 홍보 댓글 달고 있습니다. 파이팅입니다~♡", "네~알겠습니다. 유튜브 100만 달성을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박OO 드림"이라고 대답했다. 건진이 네트워크본부를 이끄는 수장이었음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건진이 네트워크본부를 방문한 윤석열 당시 후보의 어깨를 툭툭 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무속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2022년 1월 18일 자로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했다. 그러나 이들은 '밝은미래위원회'로 이름만 바꿔 지속적으로 윤석열 대선 선거운동을 했다.
정당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선거운동 사무소는 100% '불법'이다.
대선 당일인 2022년 3월 9일, 김형준 네트워크본부 부본부장은 건진에게 "고문님! 마지막 일일보고를 올립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그리고 선거백서에는 오본이 따로 고문님께 보고를 드리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본'은 네트워크본부 오을섭 본부장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건진은 네크워크본부 상임고문 자리에 있었지만, 네트워크본부 본부장과 부본부장에게 일일보고 등 각종 보고를 받는 실질적 운영자였던 것이다.
'일일보고 카톡' 나왔는데…건진 "네트워크본부 관여 안 했다" 주장
건진은 지난 1월 5일 검찰 조사에서 '네트워크본부에서 역할이 뭐냐'는 검사 질문에 "밥 사주고 음료수 사줬다"며 자신의 역할을 부인했다. 자신에게 전송된 각종 보고 카톡에 대해서는 "보낸 사람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답했다.
○검사 : 피의자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건진법사 : 밥 사주고 음료수 사줬습니다.
○검사 : 피의자는 네트워크 본부장들로부터 활동을 보고받고, 활동방향을 제시하고, 활동내용을 지시하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었나요?
●건진법사 : 보고라고 저한테 문자를 많이 보냅니다. 제가 힘 있는 줄 알고 열심히 보고한다고는 합니다.
○검사 : 네트워크본부는 대외적으로 해산되었으나, 선거 때까지 활동은 계속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맞는가요?
●건진법사 : 저 때문에 해산 당했습니다.
○검사 : 다른 이름으로 바꿔서 활동하지 않았는가요?
●건진법사 : 그것은 그 사람들이 활동한 것이지 저는 상관없습니다.
- 건진법사 전성배 씨 검찰 피의자신문조서(2025.1.5)
그는 네트워크본부가 이름을 바꾼 밝은미래위원회에서 수차례 일일보고를 받은 카톡 메시지가 확인됐음에도, 자신이 선거운동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사 : 피의자의 무속인 논란으로 인하여 외부적으로는 네트워크본부가 해체되었으나, 실제로는 밝은미래위원회로 재편되어 종전과 같이 활동하였고, 피의자는 일일보고를 받으면서 종전과 같이 선거운동을 지휘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는가요?
●건진법사 : 이거는 이 사람이 저한테 그냥 계속 자료를 보냅니다. 그러면 본인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식으로 저한테 홍보하는 것입니다.
- 건진법사 전성배 씨 검찰 피의자신문조서(2025.1.5)
뉴스타파가 최초 보도한 불법 선거사무소, 검찰 수사기록으로 첫 확인
지난해 11월,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선거사무소를 운영한 정황을 최초 보도했다. 이른바 '강남 (화랑) 사무실'과 '양재동 캠프'의 존재였다.(관련 기사 : 대통령 친구 이철우 교수 “강남 화랑 말고 양재동에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57년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강남 사무실'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여러 곳의 장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이 교수는 '양재동'을 언급했다. 이곳에서 캠프 사람들이 모인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건진법사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 등을 통해 ▲윤석열 캠프 출범 전에 건진이 '양재동 캠프'를 만든 사실 ▲'양재동 캠프'를 건진이 사비로 운영했단 증언 ▲윤석열 캠프에 '양재동 캠프'가 네트워크본부라는 이름으로 편입된 사실 ▲공식 해체 뒤에도 '밝은미래위원회'란 이름으로 계속 활동한 사실 ▲건진이SNS 여론 공작 활동을 배후 조종하고 보고를 받은 정황 등이 이번에 추가로 확인됐다.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비밀 캠프가 존재했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임차료를 내지 않고 공짜로 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공짜 사무실을 제공한 자에게 당선 후 공직을 줬다면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당선 뒤 '캠프 운영비'를 뒤늦게 지불했다고 해도,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양재동 캠프'의 존재가 명확히 확인됨에 따라 윤석열 씨는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건진 자택에서 압수한 관봉 5천만 원 돈뭉치가 '양재동 캠프' 운영에 대한 사후 지불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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