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시험기간인데"…서초동 일대 집회 장기화에 주민 불편

최은수 기자 2025. 4. 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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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법원삼거리 일대 집회 확산에 생활권 위협
학생들 "시험 집중 방해" 상인들 "매출 타격"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19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는 2030의 '윤어게인(YOON AGAIN)'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04.19.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강류나 인턴기자 = 서초구 교대역 일대 집회가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과 학부모,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이 법원 인근 100m 이내 집회를 제한했지만 교대역 인근 학원가 등으로 집회 범위가 확장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상권 타격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교대역 인근 주변에는 대형 확성기를 통한 고음 송출과 행진식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26일 극우 성향 유튜버 벨라도는 교대역 인근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약 25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남부터미널역 방향으로 행진한 뒤 교대역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집회를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해온 촛불행동은 같은날 오후 4시께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137차 촛불대행진'을 개최했다. 약 500명이 모여 "대법원은 대선 개입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윤 전 대통령 사저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날 오전에도 아크로비스타 인근에서는 1인 집회 참가자 4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정문 인근 횡단보도 양 끝에는 태극기가 설치됐고, 한 남성은 스님 복장에 성조기를 흔들며 "내란정당 민주당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다른 남성은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을 아크로비스타 정문 벽에 부착하고 "처음 사랑한 대통령"이라는 문구를 내건 채 방송을 이어갔다. 법원 맞은편에서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여성이 "반국가세력 척결"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저 '아크로비스타' 바로 옆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64·여)씨는 "아이가 저녁 6시 30분이면 잠들어야 하는데,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창문도 열 수 없어 여름이 다가오는 게 두렵다"고 토로했다.

시험기간 중인 학생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세화여고 1학년 학생은 "집이 조용하면 집회 소리가 그대로 들려 집중하기 힘들다"며 "특히 수학처럼 집중력이 필요한 과목은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반포고 학생은 "토요일에 집회 소음이 심해 근처 학원을 포기하고 고속터미널 쪽으로 옮긴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원 수업 중에도 시끄럽다고 선생님에게 불평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쉬는 시간에 나가보니 귀가 아플 정도로 스피커 소리가 컸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교대역 인근 영어학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수업 중 질문 빈도가 줄고, 학생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며 "수업 집중도 저하가 체감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법원 앞 정도에서만 집회가 열렸는데, 최근에는 삼호가든 아파트와 교대역 방면까지 확산됐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고성방가와 저급 표현이 난무하는 집회 문화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초구 주민인 50대 여성 학부모 박모씨는 "아이와 함께 지나가는데 비속어가 섞인 구호를 듣게 돼 부끄러웠다"며 "시험기간에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집회 소음으로 인해 가족 단위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디에이치반포 라클라스 아파트 한 주민은 "주말이면 아예 외출 계획을 포기한다"며 "애초에 집회 인파와 소음이 두려워 외출을 삼가게 된다"고 말했다.

상권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아크로비스타 상가 식당 상인은 "집회가 열리면 경찰 버스와 인파 때문에 손님이 줄어든다"며 "법원 인근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법조인 손님들도 '무섭다'며 발길을 끊는다"며 "집회가 이어질수록 매출 타격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중앙지법 100m 안에 신고된 집회에 대해 제한 통고를 내렸다. 윤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아크로비스타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 있어 집회 제한 구역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1인 시위나 기자회견 형태로 사실상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지난 21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1인 시위, 유튜브 활동, 기자회견 등은 법이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1인 시위를 빙자해 집회·시위를 한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철저하게 법으로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에 배당되면서, 향후 윤 전 대통령 재판과 일정이 겹쳐 교대역 일대 집회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은 "집회가 장기화되면 단순 소음 문제가 아니라 생활권 침해가 일상이 될 것"이라며 "구청과 경찰이 형식적 대응만 하지 말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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