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장관 “한·일 함께 선박 부활”…관세협상 앞두고 ‘조선’ 강조

존 페일런 미 해군성 장관이 “한국과 일본처럼 선박 건조 능력이 우수한 동맹국과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군사·상업용 선박 건조에 한·일 조선 업체들과 협력 확대를 예고했다. 일본을 거쳐 오는 30일 방한하는 페일런 장관은 한·일 두 나라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 카드로 조선 분야를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8일 페일런 장관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선박 건조 분야 세계 2∼3위인 한국, 일본과 함께 미국의 선박 분야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예정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회담에서 일본에 군사용으로 전환 가능한 상업 선박 설계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상시 대형 운반선이나 쇄빙선 등으로 쓰이는 선박을 유사시 갑판에 전차를 탑재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미 중국에서 도입한 군사용 전환 가능 선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페일런 장관은 “이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일런 장관은 사모펀드사 회장을 지내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군성 장관으로 발탁됐다. 군 복무 경험 없이 상원 인준을 거쳐 지난달 취임했다.
일본 민간 조선소가 요코스카 기지 등에 배치된 미군 함정의 정비·수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타진한다. 신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군 함정들이 본국에 자주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미·일 동맹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페일런 장군은 최근 한국 조선업체들의 미국 투자와 관련해 일본에도 미국 선박 산업에 적극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조선업 부활’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백악관에 조선업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조선산업을)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는 대미 수출용 선박에 고액 입항료를 매기는 방식으로 다른 나라 정부와 조선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또 입항료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선박을 새로 건조하거나, 미국산 선박을 이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내 선박 건조 역량이 이를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계 2∼3위 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일 협조를 통해 중국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보면, 선박 건조 분야에서 미국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선박 수주량은 중국이 74.1%, 한국 15.5%, 일본, 7.1% 등 한·중·일 세 나라가 9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페일런 장관은 미국 조선 분야 관련해 “우리(미국)는 당장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 분수령”이라고 언급했다.
또 페일런 장관은 미국 정부와 2차 관세 회담을 앞둔 일본이 조선 분야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관세 협상에서)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조선 분야는) 협상 가능성 있는 조처의 하나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조선업은 중국이나 한국과 견줘 규모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기술력만큼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자국 조선업 부활을 빠르게 실현하기 위해 이를 관세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페일런 장관은 방일 일정에 이어 30일 방한이 예정된 만큼 비슷한 처지의 한국에도 같은 조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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