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90분 기다리고 받은 번호표 '31번'..."SKT 유심, 내일 바꿀 수 있다네요"
가입자 2,500만명..."5월 말까지 500만개 확보"
일부 가입자, 국회 청원 등 집단 행동 예고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 열흘째를 맞은 SK텔레콤이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심 교체를 바라는 모든 가입자가 바꿀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대리점 등 현장에서는 혼란이 계속됐다. 일부 가입자는 집단 행동을 통해 SK텔레콤을 압박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은 무료 유심 교체를 시작하는 28일 오전 8시 30분부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심 교체 예약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가입자들이 일시에 매장에 몰릴 경우 생길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현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가입자들의 '오픈런'이 줄지어 일어났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유심 교체를 위한 줄이 200m 이상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리점 직원들이 "오늘 준비된 유심은 30개"라고 계속 안내하는 중에도 줄은 계속 길어졌다. 이미 대리점 입구 옆 유리창에는 '유심 재고 없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오전 9시에 줄을 서기 시작해 10시 30분쯤에야 다음 날 교체가 가능하다는 '31번' 번호표를 받은 정미숙(61) 씨는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온 가족이 SK텔레콤을 사용하고 있는데 출근하는 사람이 줄을 설 수도 없고, 유심 교체 예약 서비스는 접속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채널의 혼란도 마찬가지였다. 준비했던 인터넷 예약 시스템도 사용자가 몰려 접속이 어려웠다. T월드 홈페이지의 유심 무료 교체 신청 메뉴에는 이날 오전 11시 20분 현재 12만여 명이 대기 중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이 가족합산 가입 연수에 따라 최대 30%까지 요금 할인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가족 단위 교체 수요도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23만 명이 유심 교체를 완료했고, 온라인을 통해 263만 명이 유심 교체를 예약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심 100만 개를 보유 중이며 5월 말까지 500만 개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알뜰폰을 포함해 2,5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감안할 때 월 500만 개 공급으로는 산술적으로 8월 말까지도 모든 가입자의 유심 교체는 어려워 보인다. SK텔레콤은 5월 중 6월분 유심 공급량에 대해서 밝힐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입자들은 집단 행동에 나설 기세다. 일부는 'SKT 유심 해킹 공동 대응 공식 홈페이지'를 마련했다. 운영진은 "유출된 정보는 휴대폰 번호 인증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금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중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SK텔레콤의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며 "명확한 피해 범위나 규모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안감과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 국민 동의 청원을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 및 SK텔레콤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또 가입자 집단 소송에 대한 설문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해킹 피해를 입은 SK텔레콤의 홈가입자서버(HSS), 가입자 인증키 저장시스템, 유심 관련 핵심 서버 등은 '국가·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입자 핵심 정보가 저장된 서버가 정부의 점검이나 기술 진단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관련 서버가 마찬가지로 점검이나 진단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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