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4만 달러 달성, 더 멀어졌다

IMF, 고환율·저성장에 韓 GDP 4만 달러 달성 2027→2029년으로 늦춰
내년 대만에 1인당 GDP 역전 예상…“경각심 필요”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지난해 11월 24일 촬영된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본부의 국제통화기금(IMF)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4년 뒤인 2029년에야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이 나왔다. 애초 IMF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2027년 달성을 예상했으나, 최근 정치 불확실성과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저성장 고착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6개월만에 2년을 늦췄다.

2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IMF는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지난해보다 4.1% 감소한 3만4642달러로 예상했다. IMF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2020년 3만3653달러에서 2021년 3만7518달러로 늘었다가 2022년 3만4822달러로 줄었다. 이후 2023년 3만5563달러, 지난해 3만6129달러 등으로 다시 증가했으나, 올해는 3년 전인 2022년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추락할 것으로 봤다.

IMF는 반년 전과 비교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 지난해 10월 22일자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1인당 GDP가 올해 3만7675달러, 내년 3만9321달러를 거쳐 2027년 4만1031달러로 단숨에 4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1인당 GDP가 2029년에야 4만341달러로 4만 달러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3만5880달러, 2027년 3만7367달러, 2028년 3만8850달러 등으로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내년부터 대만에 뒤질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대만의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3437달러, 올해 3만4426달러, 내년 3만6319달러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의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 시점은 한국과 같은 2029년(4만385달러)으로 예상됐고 2030년에는 한국(4만1892달러)이 대만(4만1244달러)을 다시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지난 2022년 1인당 GDP에서 한국에 따라잡혔고, 이런 상황이 2030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IMF는 일본의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2498달러, 올해 3만3956달러, 내년 3만5653달러 등으로 상승하다가 한국, 대만과 같은 2029년(4만29달러)에 4만 달러를 턱걸이 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올해 1.0%, 내년 1.4%, 2027년 2.1% 등으로 회복되다가 2028년 2.1%, 2029년 1.9%, 2030년 1.8% 등으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은 올해 2.9%, 내년 2.5%, 2027년 2.4%, 2028년 2.3%, 2029년 2.2%, 2030년 2.1% 등으로 점차 하락하더라도 계속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 연속으로 한국과 대만보다 낮은 0.6%를 기록한 뒤 2029~30년에는 0.5%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시점은 앞으로 환율에 따라 가변적"이라면서도 "대만에 국민소득을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은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상황처럼 우리도 대만에 앞으로 계속 뒤쳐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국가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라도 반도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