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교체 신청 대기만 10만명”… 미흡한 준비에 소비자 다시 분통
‘유심보호서비스’ 문자도 안 와… 해외여행 땐 속수무책
“e심 어떻게 하나요…고객센터 먹통, 안내도 없어” 분통
SK텔레콤이 유심 정보 해킹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내놨지만 월요일 오전 신청자가 몰리며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공지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미봉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8일 오전부터 SK텔레콤은 유심 교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몰리며, 114 안내 전화와 홈페이지 등에서 접속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

애초에 2000만명이 넘는 가입자의 유심칩을 일시에 교체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SK텔레콤은 웹 등을 통해 ‘유심 교체 신청 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날 오전 실제 확인 결과, 유심 교체 신청 예약 버튼을 누르면 10만명 이상의 대기인원이 떴다. 10만명의 처리가 완료돼야 유심 교체 예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9만명대로 대기인원이 줄어든 뒤 무한로딩이 걸리며 수십분이 지나도 더는 대기인원이 줄지 않았다. 그나마도 페이지 새로 고침을 하면 처음부터 다시 대기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계속 로딩 상태로 둬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주말엔 대리점을 찾았던 많은 고객이 유심칩 교체를 위해 줄을 서야 했고, 그나마도 재고 부족으로 교체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린 고객이 많았다.
SK텔레콤은 현재 약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입자 대부분이 유심 교체를 할 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킹 사태가 불거진 후 급하게 유심 교체라는 대책은 내놨지만 제대로 된 대비는 없었던 셈이다.

유심보호서비스는 해킹 조직이 유심 정보를 탈취·복제하더라도 타 기기에서 고객 명의로 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막는다. 해외에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해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는 것도 차단된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는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어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으니 믿고 가입해 달라"며 “이 서비스 가입자에게 유심 불법 복제 피해가 발생하면 SK텔레콤이 100%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안내도 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고객은 월요일이 될 때까지 관련 안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가입자 이은지(41)씨는 “물리적 유심이 아니라 e심(임베디드 유심)을 쓰는데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객센터는 먹통이고 안내도 없다. 앱 접속도 안 된다”며 SK텔레콤의 미흡한 대응을 꼬집었다.
20대의 한 가입자 역시 “뉴스를 보고 해킹 사태가 터진 걸 알았지만 안내 문자는 받지 못했다”면서 “소비자가 알아서 대응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만 이용하면 유심칩을 교체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이 서비스의 한계는 명확하다.
해외에서 휴대전화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 서비스를 해지해야 한다. 해외여행을 위해 서비스를 풀었다가 해킹당하거나 도용당할 가능성이 남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인원은 연간 2800만명에 달한다.
일부 기업은 출장이 많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서둘러 유심을 교체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18일 오후11시20분 해킹 공격을 인지했고, 다음날인 19일 오전 1시40분데이터 유출 분석을 시작해, 같은 날 오후 11시40분쯤 악성코드로 이용자 유심 관련 정보 일부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고는 20일 오후 4시46분에 이뤄졌다.
SK텔레콤은 KISA 신고와 함께 해킹 사실을 ‘T월드’에 공지했으나 개별적으로 고객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이후 뒤늦게 유심보호서비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25일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SK텔레콤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원하는 경우 유심카드를 무료로 교체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7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유심 교체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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