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게 되돌아온 ‘별의 순간’…3년 전과 달라진 ‘세 가지’는?

변문우 기자 2025. 4. 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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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조용한 경선으로 ‘당내 출혈’ 최소화…‘통합’ 메시지로 압도적 득표율 경신
尹 탄핵으로 ‘정권 교체’ 열망 집결…‘부동산’ ‘탈원전’ 등 文 부채와도 거리두기
기존 강점인 ‘행정력’에 ‘정치 능력치’까지 축적…“준비된 대통령에 다가섰다”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3년 전 패배도 아팠지만 그 이후는 더 아팠습니다. 뼈아픈 패배의 책임자 저 이재명을 여러분이 다시 일으켜주셨습니다. 패배를 딛고 반드시 승리합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당내 경선에서 '90%'에 육박하는 누적 득표율로 본선행을 확정지으며 이 같이 외쳤다. 불과 3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로 패배했던 20대 대선과 비교하면 지금의 이 후보에겐 '세 가지'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이 나온다. 당 내부적으로는 ①'명낙(이재명-이낙연)대전' 같은 집안싸움을 최소화하고 당 외부적으로는 전임 보수 정부의 '탄핵'으로 '정권 교체' 여론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이 후보 본인도 ③국회의원과 당대표 경험을 통해 능력치를 키워 '준비된 대통령'에 한 발짝 다가선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월28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① '명낙대전' 데자뷔 대신 '평화로운' 경선

일단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당내 출혈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경선 기간 진행된 세 차례의 토론회에서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네거티브 없고 품위 있는 경쟁'을 치르겠다고 약속한대로 오로지 '기본소득 지적' 등 정책 경쟁에만 나섰다. 당 차원에서도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경선 마지막 행사에서 당원과 지지들에게 특정 후보에 대한 구호를 자제시키며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이는 3년 전 대선 판에 큰 후유증을 남긴 '명낙대전'이 재현되지 않도록 유념한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20대 대선 경선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재명 후보를 향해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을 강하게 제기하자 이 후보 측도 정면 반박하는 등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생긴 양측의 깊은 골이 결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같은 과오를 이번 대선 경선에선 되풀이하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진영 전체로 놓고 봐도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는 등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흘러가는 형국이다. 혁신당은 조국 전 대표의 부재로 뚜렷한 후보가 실종된 상황에서 일치감치 민주당에 힘을 몰아주면서 이 후보의 부담을 덜었다. 반면 3년 전 대선에선 정의당의 심상정 당시 후보가 이 후보와의 단일화를 끝내 거부하고 완주했다. 당시 심 후보가 기록한 2%대 득표율은 이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바 있다.

② '공수교대'…전임 정부 부채는 '국민의힘' 몫

당 외부적으로는 이 후보가 '공수교대'를 통해 전임 보수 정권을 강력 규탄하는 입장에 서게 됐다. 3년 전 이 후보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남긴 '부동산 실책'과 '탈(脫)원전 기조' 역풍 등의 부채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엔 라이벌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스스로 계엄 선포를 통해 '탄핵'을 자초하면서 그 책임을 온전히 집권당이었던 국민의힘이 지게 됐다. 반대로 이 후보 입장에선 국민들의 '정권 교체' 열망을 집결시키며 유리한 고점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 후보는 조금의 변수라도 만들지 않기 위해 문재인 정부 기조와 일정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중도 보수'를 천명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완화책과 부동산에 대한 적극 공급 정책을 약속했다. 여기에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선 기존 원전과 재생에너지 기조를 섞은 '에너지 믹스' 방향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나 윤석열 정부의 '친(親)원전'에 치우치지 않은 이 후보만의 '원전 중립' 노선이다.

③ 기존 '행정력'에 입법‧당권 '정치력'까지 가미

이 같은 '유연적 태도'는 이 후보의 개인 능력치가 상승한 방증이라는 평가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앞서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남긴 굵직한 족적들을 바탕으로 대선 후보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경기도 청년들에게 분기별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청년배당 정책이나 용인시에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시킨 점,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당시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방역 목적의 강제 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인의 '행정 실천력'을 입증해냈다.

이 후보는 3년 전까지 '국회' 경험은 물론 '당권'을 쥐어본 적도 전무했다. 이에 그는 2022년 대선에서 참패하자마자 두 달 만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도전해 첫 의원 '뱃지'를 달았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올라 당권 장악까지 성공했다. 이후 선거전을 진두지휘해 이듬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24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결국 높은 당내 지지율로 당대표 연임까지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입법은 물론 정치 능력까지 쌓이며 이 후보는 '차기 국정 운영'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취재에 따르면, 이 후보는 최근 측근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3년 전 대선에서 당선됐으면 오히려 경험이 부족해 수많은 위기에 직면했을 수 있다"고 말하며 당시 패배를 '전화위복'으로 삼고 있다는 전언이다. 만약 이 후보가 이번 대선 본선에서 승리한다면 민선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당대표 등을 두루 역임한 최초의 대통령 타이틀을 달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사법리스크'와 '비호감도'는 여전히 숙제

숙제도 있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문제도 해당 기간 계속 요동쳤다. 지난 2023년 본인을 향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결됐던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정치 생명을 위협받았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에서 유죄가 나왔지만 올해 3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해당 건 외에도 이 후보는 1심 무죄가 나온 위증교사 혐의를 비롯해 크고 작은 건들이 걸려있어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진 않은 상태다.

자연스레 이 후보의 국민적 '비호감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 2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 주자별 '대통령감 인식' 조사에서 이 후보는 지지 46%, 반대 49%를 얻었다. 물론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지지 비율이 압도적 1등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상대 진영이 준비 중인 '반(反)이재명 빅텐트' 변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 후보가 비호감도를 낮추고 과반 이상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22~24일 전국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6.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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