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 울리는 바이올린 선율… 암환자 위한 특별한 버스킹 공연
[편집자주] 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각자 분야에서 선행을 실천하며 더 나은 우리동네를 위해 뜁니다. 이곳저곳에서 활약하는 우리동네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역 1번, 2번 출구 사이 공터에서 작은 바이올린 콘서트가 열렸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빛날윤미씨(33)가 능숙하게 악보 받침대를 설치한 뒤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바이올린 선율은 수서역 거리로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클래식 감성에 잠겼다.
김씨는 올해부터 매주 월요일 수서역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치고 있다. 모금함 없는 완전한 무료 공연이다. 수서역을 공연 장소로 택한 이유는 인근 종합병원에 오가는 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어서다. 수서역은 종합병원 셔틀버스 정류장이 위치해 전국 각지에서 온 암 환자와 보호자들이 들르는 곳이다.
김씨를 수서역으로 이끈 사람은 간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다. 10여년 전 김씨는 아버지가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주를 펼쳤다. 6년 넘게 간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는 "네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길 꿈꿨는데, 이렇게 죽어가는 한 영혼을 위한 연주가 훨씬 더 값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활동명은 '사람을 살리는 연주가'. 아버지의 생전 메시지를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그는 "오늘도 암 환자를 봤다.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버지도 저러셨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위로가 되고 싶어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현장 공연을 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김씨는 유튜브와 인스타 등 SNS(소셜미디어)에서도 버스킹 공연을 생방송하고 있다. 최근 한 네티즌은 김씨 연주를 듣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곡을 듣고 싶어 검색했다 연주를 듣게 됐다. 다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댓글을 달았다.
18개월 아들과 수서역을 찾은 관객 장지영씨는 "육아에 지친 마음을 힐링하고, 한낮에 아이와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꼬마 관람객에 맞춰 '아기 상어', '섬집 아기' 등 동요를 연주하자 한 아이는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도 했다. 얼마 전 중년의 한 암 환자는 투병 생활 중 자신에게 힘을 줬던 '넬라 판타지아' 연주를 요청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정기적인 버스킹 공연을 펼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도 그는 바이올린 가방, 악보 받침대, 카메라 거치대 등의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다시 살아야겠다'는 댓글을 보면 힘닿는 데까지 공연을 펼쳐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며 "요즘엔 '엄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8년 전부터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베이비박스'에서 발달장애인 학생 대상 교육 봉사도 지속해오고 있다. 김씨 본인이 갖고 있는 바이올린 3~4개를 학생들에게 빌려주고 가르쳐 주는 형식이다. 매달 1~2번씩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씨는 "서툴기도 하고 실력도 제각각이지만 비장애인보다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봉사할 때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요. 선생님' 이런 애정 표현도 들으니 오히려 힘든지 모르고 계속하게 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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