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대출 규제에 전세가 줄고 있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2025. 4.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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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시대 부담 늘어나는 주거 취약계층
“임대시장에서 공공 부문 역할 강화해야”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파르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 10명 중 6명가량이 월세를 택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체 임대차 신규 거래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은 57.5%에 달했다. 1월까지 합쳐 두 달을 보면 월세 거래 비중은 61.4%로 늘어난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이 6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2021년 같은 기간에는 41.7%였으니까 4년 만에 무려 2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아파트보다 빌라나 단독주택 시장에서 특히 월세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올해 1~2월 전국 비아파트 월세 비율은 76.3%로, 2021년의 46.7%와 비교하면 29.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에 아파트 월세 비율도 36%에서 44.2%로 올라갔다.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는 수도권보다 지방이 훨씬 빠르다. 2021년 지방 주택시장에서 월세 비율은 41.6%였는데, 올해는 63.5%로 뛰었다. 비아파트 시장 임대차 계약만으로 대상을 좁히면, 올해 서울의 월세 비율은 76.1%, 지방은 82.9%에 달했다. 사실상 빌라 세입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월세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빌라 시장은 월세가 기본인 셈이다.

시세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전국 월세 통합 가격지수는 2023년 9월부터 17개월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전국의 오피스텔 매매가는 하락했지만 월세는 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한국부동산원의 조사 결과도 있다.

2024년 8월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및 주택가 ⓒ시사저널 최준필

공급 감소로 점차 자취 감추는 전세

월세가 늘어나게 된 배경은 다양하다. 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주택 공급 감소로 인한 매매가 상승, 뒤따라 올라버린 전세가에 있다. 2017년부터 집값이 상승하면서 전세가도 따라서 뛰기 시작했고, 보증금을 내기에 자금이 부족한 세입자들은 반전세나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마침 늘어난 보유세와 금리 부담을 임차인에게 월세로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겹쳤다. 주택 보유세가 1% 늘면 월세가 0.06% 오른다고 한다.

2023년 5월부터 강화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 반환보증 기준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 126% 이하여야 전세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되자 보증금을 일부라도 낮추면서 월세를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어났다.

세입자 사정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월세를 찾게 됐다. 2023년 발생한 연립주택 등의 전세사기 여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빌라 시장에서는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기는 전세보다 월세 계약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했다. 당장 큰돈을 마련하기 힘들고, 어떻게 마련한다고 해도 큰돈을 맡겨야 한다는 데 불안감을 느끼는 세입자와 목돈을 받아봐야 굴리기도 어렵고 보유세나 집을 사면서 빌린 돈의 이자를 내야 하는 집주인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1~2인 가구 증가 등 가구의 분화 현상도 월세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간 전세 제도는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모두 이상적이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집값이 빠르게 뛰던 시기에도 집을 사기에는 조금 부족한 자금을 전세보증금 형태로 세입자로부터 조달할 수 있었다. 세입자로서도 보유한 자금으로 구매하기는 부족하지만 살기에는 더 나은 집을 선택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전세보증금은 일종의 강제 저축 역할을 하면서 내 집 마련의 지렛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집주인은 은행 대출보다 싸게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세입자는 매달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저축을 늘릴 수 있었다.

세입자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전세와 월세는 다르다. 물론 전세가 바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이미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은 사람이 너무 많다. 특히 아파트는 아직 전세가 월세보다 많고 아파트 시장까지 월세가 보편화되려면 멀었다. 하지만 전세의 월세화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연간 단위로 처음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은 시기는 작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60%를 넘었다.

2024년 10월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전세·매매 등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월세로 떠밀리는 '양극화' 문제 풀어야

전세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 나쁘기만 한 현상은 아니다. 전세 계약은 사실상 주택을 매개로 하는 일종의 개인 간 금융거래다. 보증금은 집주인이 만기에 돌려줘야 하는 채무고 세입자에게는 집주인에게 맡긴 무수익 자산이다. 주거 수단이면서도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볼 수 있고 최소한 2년, 길면 만기 4년의 채권이기도 하다.

확실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전세보증금 규모는 약 800조~9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세가 줄면 가계대출 구조도 단순해지고 금융권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 전세와 비교해 월세는 세입자가 사기를 당할 가능성을 낮추고 목돈 마련의 부담을 줄여주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증가다.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전세가 가장 낮고 그다음이 자가, 그리고 월세 순서다. 월세는 보통 전세보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1.5~2배 이상 크고 월세를 내는 세입자 부담은 일반적으로 소득의 25%에 달한다.

더구나 월세를 전세로 환원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세전환율은 보통 고가주택이나 아파트일수록 낮고, 저가 주택이나 원룸, 다가구주택 등에서 높게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력이 넉넉하지 않은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이 많을 것이다. 매매가 거의 끊기면서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빌라는 월세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저금리 시기에 더 빨라진다. 집주인 입장에서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받아서라도 보증금을 내주고 월세를 받는 방법을 선택하기 쉽다. 앞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월세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가족 형성이 활발한 30대 초반 청년층의 주거 점유 형태가 양극화하고 있다. 경제력이 있다면 전세에서 아예 자가로 가지만 그렇지 못하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을 잡는 것보다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세제 지원 확대도 검토해야겠지만 역시 중요한 건 공급이다. 임대시장에는 민간의 전월세와 공공의 임대주택이 있다. 서민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을 더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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