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기업 오아시스가 적자기업 티몬 품으면 벌어질 일

이지원 기자 2025. 4. 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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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Seek한 분석
티몬 인수 추진하는 오아시스
이커머스 업계 드문 흑자기업
낮은 인지도 한계로 꼽혀왔어
티몬 인수해 인지도 제고 기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인수합병, 채권단 동의 필요
오픈마켓 방식 경쟁력 없어
시너지 낼 새 방안 모색해야
이커머스 업체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를 추진한다.[사진|뉴시스]

이커머스 업계에서 손꼽히는 '알짜기업' 오아시스가 '만년 적자기업' 티몬을 품겠다고 나섰다. 인지도가 높은 티몬에 '흑자 노하우'를 심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거다. 하지만 경쟁력과 신뢰를 모두 잃은 티몬이 오아시스에 어떤 도움을 줄지는 알 수 없다. 오아시스는 과연 티몬을 통해 기대하는 열매를 얻어낼 수 있을까.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오아시스마켓 운영사)'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커머스업체 '티몬'의 인수를 추진한다. 서울회생법원은 14일 티몬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오아시스를 선정했다. 오아시스가 티몬이 발행하는 신주 100%(116억원어치)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금액은 임직원 퇴직금 등 운영자금을 포함한 180억원가량이다. 오아시스는 향후 5년간 티몬 종업원의 고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티몬의 직원은 140여명(2025년 4월 기준)이다.[※참고: 티몬은 지난해 7월 협력업체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주지 못하는 지급불능 사태를 일으켜 9월부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갈길은 아직 멀다. 티몬이 5월 15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 6월 중 관계인집회에서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회생담보채권자의 4분의 3 이상(이하 채권액 기준),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해야 한다.

관건은 피해를 입은 셀러들의 회생채권 변제율이다.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할 경우 변제율은 0.8% 안팎에서 설정될 전망이다. 티몬이 파산할 경우 변제율(0.4%)보단 소폭 높지만, 1%가 채 되지 않아서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티메프 피해자 단체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의 신정권 위원장은 "1억원 피해를 입은 채권자는 80만원을 되돌려 받는 것"이라면서 "낮은 변제율 탓에 채권자들 사이에서도 (회생계획안에 동의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가 이런 변수를 극복하고 티몬의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숱한 문제가 남는다. 무엇보다 보기 드문 흑자기업인 오아시스의 장점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오아시스의 실적은 어떨까. 지난해 매출은 5171억원을 찍었다. 전년(4754억원) 대비 8.7%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5.5%(2023년 127억원→2024년 223억원) 증가했다. 경쟁업체인 '컬리'와 비교하면 좋은 성적표다. 컬리는 지난해 2조195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183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그만큼 오아시스가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경영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지급불능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실적이 마이너스였던 티몬의 인수가 오아시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2010년 이후 단 한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한 티몬의 최근 4년 누적적자는 7268억원(2021~2024년)에 이른다. 티몬을 품는 오아시스에 불안한 시선이 쏟아진 이유다.

그렇다면 오아시스는 왜 말 많고 탈 많은 티몬을 인수하려는 걸까. 무엇보다 오아시스의 낮은 인지도를 제고하고,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낮은 인지도'는 오아시스의 한계로 꼽혀왔다. 회원도 200만명에 마물러 있다.

2023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회원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참고: 오아시스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1호 상장'을 목표로 삼았지만 기관 대상 수요 예측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IPO를 잠정 연기했다.]

이 때문에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월간활성화사용자(MAU·모바일인덱스 기준)가 400만명을 넘었던 티몬은 오아시스에 탐나는 매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용자 1명의 가치는 10만~20만원에 달한다"면서 "이용자를 모으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오아시스로선 티몬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몬의 MAU가 아무리 많더라도 오아시스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공산도 크다. 티몬의 주력 사업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수수료를 챙기는 '오픈마켓' 방식인데, 이는 쿠팡에 시장을 넘겨준 지 오래다.

오아시스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회사 관계자는 "티몬의 기존 사업 모델 외에 오아시스 흑자 경영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설립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티몬은 지난해 지급불능 사태를 일으켰다.[사진|뉴시스]

오아시스의 인수 후 티몬이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도 고민거리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오너 리스크를 겪은 남양유업이 경영진을 교체한 후에도 사명을 유지한 건 전국민적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새로 키우는 게 쉽지 않아서다. 티몬의 높은 인지도는 강점임에 분명하지만 소비자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오아시스는 신선식품에 강점이 있지만 카테고리가 제한적이란 한계가 있다"면서 "종합몰인 티몬을 발판으로 얼마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만년 적자기업 티몬을 인수한 알짜기업 오아시스는 과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게 많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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