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무한도전'과 유튜브의 20주년, 한국 예능의 현재 [IZE 진단]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2025. 4. 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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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사진제공=MBC

20년 전 2005년은 한국 방송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일 듯싶다. 드라마와 함께 방송 오락 기능의 한 축인 예능의 흐름을 뒤흔든 두 존재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해이기 때문이다.

2025년은 '무한도전' 방송 20주년이다.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23일 MBC '무모한 도전'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2018년 종영됐지만 한국 방송사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여전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4월에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각종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TOP 20 에피소드 선정 투표가 진행됐고 이를 토대로 MBC플러스 계열 케이블 채널에서 레전드 편을 방송하고 있다. 

유튜브 '오분순삭' 채널에서는 무도 키즈들의 축하편지 공개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고 멈춰있던 '무한도전' 홈페이지도 재개장했다. MBC 밖에서는 OTT 쿠팡플레이에서 무한도전 팬덤을 중심으로 한 체험형 마라톤 이벤트도 5월에 개최한다. 박명수 정준하 하하 조세호 광희 전진 등이 참여한다.

'무한도전' 20주년의 성대한 축하는 예상 밖 일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최고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는 등 타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인기를 누리면서 예능의 패러다임을 리얼 버라이어티로 바꿔 놓았다.  

보이넥스트도어, 사진출처='무한도전' 20주년 축하 인사 영상 캡처

정해진 포맷을 방송 기간 내내 유지하던 이전 예능들과 달리 매회 새롭게 포맷을 바꿔 가는 실험 정신으로 예능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은 새롭게 시작하더라도 '무한도전'에서 이미 다뤄진 포맷인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였다. 

포맷을 매번 바꿔도 불안정하지 않고 재미의 강도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캐릭터 플레이였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멤버들의 캐릭터를 개성적으로 확고히 구축해 이들의 앙상블로 재미를 확보하는 방식을 추구했다. 

'무한도전'은 재미, 도전 정신 외에도 예능으로서는 드물게 의미까지 잡는 다양한 매력으로 무도빠를 양산했다. 여성, 정리 해고자, 철거민 등 불평등과 약자의 문제를 다루고 선거 특집 같은 내용을 통해 민주주의 시민의식을 짚는 등 사회적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무한도전'에는 웃음 만이 아니라 감동과 공감이 있었다.

이런 '무한도전'도 방송 기간이 10년을 넘자 익숙함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관심 저하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종영 이후에도 '무한도전'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무한도전'은 수많은 케이블 채널에서 과거 방송분이 재방송되고 있다. 자막 캡쳐 화면은 수없이 많은 짤로 이슈마다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유튜브에 올려진 과거 방송 클립들은 수백만의 조회수를 여럿이 기록하는 등 현재 방송 중인 예능들의 클립 이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무한도전'은 종영했지만 소멸하지 않는 모습이다.

'무한도전'이 태어난 2005년에는 유튜브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월 시작된 서비스는 4월 23일 비로소 영상 업로드가 가능한 체계가 갖춰졌지만 이후 몇 년 동안은 조악한 영상들이 올라오고 얼리어댑터들이나 눈길주던 소박한 영상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자 유저들의 급격한 확산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진행됐다. 수십 년간 영상 플랫폼의 근간이었던 방송을 위협하고 때로는 넘어서는 영향력을 현재는 확보하고 있다. 유튜브의 활성화로 예능도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예능의 무게 중심은 방송에서 유튜브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유튜브를 견제하던 방송국들은 이제 유튜브에 자신들의 예능 프로그램 영상을 올리면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튜브가 자신들에게서 잠식해간 화제성과 광고 수익을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한 현실적인 투항이다. 

방송 예능을 이끌던 특급 예능인들은 자신의 채널을 유튜브에 줄지어 오픈 중이다. 여전히 방송에서 예능 프로그램 활동도 하지만 유튜브 채널이 더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무한도전'의 종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는 끝났다. '멤버'라는 용어가 쓰일 만큼 다수 고정 출연진이 각각의 캐릭터 플레이로 재미를 창출하던 왁자지껄 대환장쇼 예능은 드물어졌다. 

유재석의 유튜브 채널 '핑계고', 사진출처=방송 영상 캡처

이를 대신해 소수의 출연 대상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다소 정적으로 지켜보는 관찰 예능이 방송 예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지배했던 십여 년의 왁자지껄 캐릭터 난리법석 쇼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유튜브는 소수 출연자의 낮은 텐션 예능 시대를 더 심화시켰다. 유튜브 예능은 유재석의 '핑계고'처럼 토크쇼나 이수지 '핫이슈지'의 상황극 같은 유형의 콘텐츠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예능이 소수화를 넘어 개인화되는 추세를 만들어내고 있기까지 하다. 

적은 자본으로 개인도 방송 가능한 플랫폼인 유튜브의 본성이 프로들의 콘텐츠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무한도전'의 클립들이 유튜브에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이슈되는 상황을 보면 개인화로 예능이 고착되기만 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무한도전' 클립에 대한 관심의 지속은 '무한도전'에 대한 향수가 우선이겠지만 다수 멤버들의 캐릭터 플레이에 대한 대중들의 니즈가 저변에 깔려있을 수도 있다. 그저 명확한 것은 '무한도전'과 유튜브 두 동갑내기의 20주년을 기리는 일이 2025년 예능의 현재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기는 힘들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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