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에 현무암 뿌려 온실가스 잡는다…자연 풍화 가속화 기술 선봬
인도에서 실험 중…농작물 생산성도 높여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기술’ 대상 수상
경작지에 돌가루를 뿌려 대기와 토양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술이 총 상금 1억달러의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미국의 엑스프라이즈재단이 2021년 일론 머스크 재단의 기부금을 기반으로, 인류의 탄소 제거 능력을 기가톤 수준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탄소 제거 기술(CDR)’ 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시작했다. 전 세계 88개국에서 1300여 팀이 참가해 예선을 거친 뒤 지난해 11개국 20개 팀이 결선에 진출해 실력을 겨뤘다. 결선에 주어진 과제는 1년 동안 각자의 기술로 1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것이었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지난 4년간에 걸쳐 진행한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우승 1팀과 준우승 3팀을 선정해 지난 23일 발표했다.
우승을 차지한 팀은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신생기업 마티카본(Mati Carbon)이다. 이들은 인도 농경지에 잘게 부순 현무암 가루를 뿌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가속 암석 풍화’(enhanced rock weathering) 기술을 선보였다. 자연에서 수천년에 걸쳐 일어나는 풍화 과정을 현무암 가루를 이용해 가속화한 기술이다.
마그네슘(Mg), 칼슘(Ca), 철(Fe) 등이 풍부한 마그마가 식으면서 형성된 현무암이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면 탄산염 광물이 만들어진다는 데 착안한 기술이다.
바다로 흘러가면 1만년 이상 탄소 저장
원리는 이렇다. 현무암을 곱게 갈아 농지에 뿌린다. 현무암의 표면적을 넓히는 작업이다. 그러면 현무암이 대기와 토양, 빗물 속의 이산화탄소와 더 빠르게 반응하게 된다. 이 화학 반응을 통해 탄소는 안정적인 구조의 중탄산염으로 고정된다. 중탄산염은 수백~수천년 동안 분해되지 않고 토양이나 바다에 저장된다. 깊은 대수층으로 이동하게 되면 1만년 이상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농민들에겐 경제적인 효과도 있다. 돌가루가 풍화되면서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토양에 추가되고 수분 보유 능력이 높아져 토양을 비옥하게 해준다.
인도에선 최근 이 기술을 이용해 저렴하게 대규모로 탄소를 제거하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지리적으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선 이 기술의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
재단은 “마티카본팀은 탄탄한 과학적 기반과 함께 운영, 지속가능성, 비용 등 모든 평가 기준에서 탁월한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우승팀의 상금은 5천만달러다.
마티카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샨타누 아가왈은 “이번 대상 수상은 우리의 탄소제거기술을 인정받은 것을 넘어 1억명이 넘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 소농들의 기후 회복력과 경제적 자립에 필요한 과학 및 인프라 구축에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물 속 탄소를 묶어두는 바이오차 기술
브라질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넷제로는 바이오차를 이용해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로 2등상을 받았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을 합쳐 만든 단어로, 커피 껍질 같은 작물 잔류물, 음식물 찌꺼기, 가축 분뇨 등을 고온에서 분해해 만든 물질이다. 그러면 바이오매스에 있던 탄소가 안정적인 구조로 재배열돼 대기중으로 방출되지 않고 오랜 기간 저장된다. 대기 중의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게 아니라, 유기체에 있는 탄소가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기술이다. 바이오차는 토양 개량제로 다시 농지에 뿌려진다. 상금은 1500만달러를 받았다.
미국의 볼티드딥(Vaulted Deep)은 가축 분뇨,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체 폐기물을 땅속 깊숙한 곳에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기술로 3등상을 받았다. 상금은 800만달러.
스코틀랜드와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언두카본(UNDO Carbon)은 마티 카본과 같은 암석 풍화 기술로 4등상을 받았다. 상금은 500만달러.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인류 차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1994년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우주 탐사, 에너지, 환경, 교육,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과제를 내건 경쟁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그동안 약 30개에 이르는 대회를 열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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