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3대 과제, 기후 거버넌스 개편·산업 탈탄소·재생에너지 확대”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7곳, 정책 제안

“기후·에너지를 함께 맡는 기후경제부 신설 등 정부 거버넌스 재편, 산업분야 저탄소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과 전환금융체계 확립, 그리고 전기판매 경쟁체제 도입 등을 통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
기후변화센터,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사단법인 넥스트, 에너지전환포럼, 플랜 1.5 등 국내 대표적인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7곳이 6·3 조기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를 향해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3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싱크탱크들은 지난 22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원장 류이근)과 함께 ‘2025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정책제안’을 주제로 제21회 에이치-이에스지(H-ESG) 포럼을 열고, “지금처럼 하면 2050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싱크탱크들은 또 탄소중립 대응을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처럼 핵심 경제정책으로 격상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산업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대비 40% 줄이기로 약속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올해 안에 2035년 목표를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 또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26년 2월까지 2031~2049년 감축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들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새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학영 국회 부회장은 축사에서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라며 “새 정부가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국회가 H-ESG 포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싱크탱크들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월 H-ESG 포럼을 열고 “각 정당은 총선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 기후선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또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한전 적자 해결,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2030년 NDC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H-ESG 포럼은 사람 중심 이에스지(ESG)를 지향하는 경영계·노동계·투자자·시민사회·언론계·학계·연구기관·공공기관·정부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지식허브이다. 이번 포럼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사장 김현대)의 후원으로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렸다.
기후 거버넌스 개편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후 거버넌스 개편’ 주제발표에서 “에너지 위기 이후 미국·유럽연합·중국은 모두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한국은 에너지 안보를 전담하는 정부부처조차 없다”면서 “탄소중립기본법에 주무부처로 환경부를 명시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계획·실행체제가 모두 갖춰져 있지만, 환경부-산업부 간 갈등,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조정권한 부족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부처가 기후정책의 일원이 되도록 정부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산업부에 환경부의 기후탄소 업무를 통합해서 기후·에너지·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기후경제부’(기후에너지산업부)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탄녹위에 기후예산 사전심의 및 권고 권한을 부여하고, 시민참여를 위해 기후시민회의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기후경제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022년 대선공약으로 내건 ‘기후에너지부’(산업부의 에너지와 환경부의 기후탄소업무 통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94.33%를 차지하는 에너지·산업부문의 탈탄소화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디. 반면 거대 부처 신설에 대한 견제와 산업계의 반대도 예상된다. 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지금의 한국처럼 기후와 에너지 업무를 각기 다른 부처가 맡는다. 반면 호주·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등은 두 업무를 통합해 한 부처가 맡는다.
권오성 기후솔루션 팀장은 “기후헌법 논의를 본격화해서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의 기본 책무로 천명하고, 세대 간 정의와 지속가능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리고, 이를 뒷받침할 기후·경제 컨트롤타워를 확립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탄녹위 공동위원장을 직접 맡아 기후 리더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주헌 넥스트 수석정책전문위원은 “전력 공공기관들이 혁신적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시도할 수 있으려면, 이를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감독할 수 있는 독립적 에너지 규제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며 “권한이 집중된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두 부처 안에 각각 기후·에너지·산업 전담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형식적 거버넌스 개편을 넘어 실질적 정책 통합과 조정, 명확한 정책 우선순위 설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부문 저탄소 전환
한국은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 산업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기준 38.3%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다.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에너지 분야와 함께 산업분야의 탈탄소 전환이 시급한데, 전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최지원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저탄소 전환 촉진” 주제발표에서 “주요국은 그린산업 전략을 통해 전환투자 촉진과 기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한국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행력과 민간 유인체계가 부족하다”면서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정부의 전환 투자 지원 정책과 전환금융 체계 확립이 시급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분담을 위한 탄소세 도입 준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사무국장은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며 “투자를 집중할 탄소중립 기술을 선정하고 업종과 공급망에 기반한 탄소 데이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전환을 실행하려면 전환금융 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며 “감축 파급 효과가 큰 산업공정에 대한 우선순위 설정과 집중 육성”을 주문했다. 이어 “책임있는 비용 분담을 위해 탄소가격제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탄소중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분담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탄소세 도입 준비를 시작하고 사회적 대화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주헌 넥스트 수석정책전문위원은 “철강·석유화학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15년 동안 총 15조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탄소차액계약제 도입 예산 확대와 탄소집약적 산업의 청정 전환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을 제안했다. 탄소차액계약제는 기업이 저탄소 기술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에너지 전환 가속화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에너지 전환 가속화 전략” 주제발표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폭증에 대처하려면 재생에너지로는 부족하고, 원전 확대와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지만, 엔비디아와 중국 딥시크 사례가 보여주듯이 반도체의 지속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과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한 AI 효율 개선이 서로 융합효과를 일으켜 전력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며 “무작정 설비를 확충하기보다 효율혁신과 구조개혁을 통한 AI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수도권 전력부족 사태는 송전선 건설 지연이 아니라 과도한 외부전력 의존에 따른 전압 불안정 때문인데도, 한전은 수도권 송전선 증설을 지속한다”며 “신규 산업전력 수요를 전력이 풍부한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방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충돌하면서 전력생산을 줄이는 출력감발과 송전망 접속제한이 발생하는 문제와 관련 “공급 쪽에서는 양수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 등 무탄소 유연자원을 늘리면서 경직성 전원인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수요 쪽에서는 AI와 IT(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혁신적이고 유연한 전기요금제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석 전문위원은 “스웨덴은 시간·지역에 따라 정교하게 차등화한 전기요금제를 시행해 전기가 남아돌아 요금이 싼 북부지역으로 산업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이루고, 반대로 전기가 부족해 요금이 비싼 남부지역은 소비자의 변동형 요금제 선택으로 전력소비를 줄이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 지역 간 전력불균형을 완화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영국 전력시장 1위인 옥토퍼스에너지는 IT를 기반으로 100% 재생에너지와 다양한 변동형 요금제를 앞세워 소매전력시장에서 최저요금을 구현하고, 전력망 안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재생에너지 문제를 송전선 확장만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은 한계에 직면했고, 합리적 시장제도와 AI·IT 기술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 전문위원은 “그러나 한전은 IT업계의 전력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며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을 개혁하지 않고는 지역별 요금차등제조차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이 205조원의 부채 부담을 발전자회사에 전가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집중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며 “산업계, 발전자회사, 지역사회가 한전 전력산업 독점 해체와 판매시장 경쟁도입을 요구하는 새로운 개혁 연합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의 알이(RE)100(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전기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 이행과 분산전원(전력이 필요한 지역 근처에 소규모 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방식) 확대를 가로막는 전력시장의 4대 병목 현상으로 한전과 정부·국회 간 정보비대칭, 한전의 발전·송전·배전·판매 수직독점, 경직적인 전기요금, 계통제약과 송전혼잡 등 송전선 지역갈등을 꼽으면서, 그 정책대안으로 독립된 전문 전력시장 규제기관 설립, 한전에서 송전망 분리, 전기판매 경쟁 및 자율요금제 도입, 지역별 소매전기요금 차등제를 제안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운영의 어려움을 관리하려면 시장 메커니즘이 필수”라며 “스웨덴, 영국처럼 지역별·시간별 차등 요금제, AI 기반 그리드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한전 수직독점, 경직적 전기요금, 계통 제약과 송전혼잡이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어, 한전 망사업 분리와 독립 송·배전사업자 설립, 발전자회사의 전력판매시장 참여 허용,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시행이 필요하다”며 “전력시장 개혁이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권경락 플랜 1.5 정책활동가도 “새 정부는 전력산업 개편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의 의제
이주헌 넥스트 수석정책전문위원은 “대한민국의 경제회복을 위한 ‘그레이트 리셋’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넷제로 경제를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격상할 것을 제안한다”며 “침체된 내수시장 활성화, 신성장동력 확보, 제조업을 미래산업으로 전환,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이행으로 국가신인도 제고 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후위기 관련 산업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산업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권오성 기후솔루션 팀장은 “총 360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된 용인 반도체 산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부터 연간 2594만톤에 달해 탄소중립 기조와 충돌한다”면서 “반도체 산단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경락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기후재정 규모를 현재 GDP의 0.5%보다 4배 많은 2%(약 50조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SKT, 국민 절반 피해자 만들고도 ‘이용자 책임’ 따지나
- 통합과 확장 ‘범친명’, 선대위 실무 ‘신명’…역할 나눈 이재명의 사람들
- ‘변방 사또’에서 ‘구대명’ 이루며 경선 압승…이재명이 걸어온 길
- ‘어대명’ 결말 알고도 완주…김동연·김경수, ‘5년 뒤’ 밑돌 놨다
- 국힘 “전과자 이재명 추대식”…민주 경선 결과 폄하
- ‘복제폰’ 노리는 SKT 해커…‘재부팅 요구’ 절대 따라선 안 돼
- “큰 그림 만들자” 통일교-건진법사 대화에 관저 용역 ‘희림’까지 등장
- 한덕수 쪽 “출마 안 하기 어려운 상황”…30일께 출사표 전망
- 트럼프, 푸틴 때리기로 선회…“은행 혹은 2차 제재로 대처해야”
- 한동훈이 한동훈을 만났을 때…“저런 표정, 되게 약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