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 입고 중절모 쓴' 요즘 우리 공연계 [인문산책]

2025. 4. 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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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며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광개토사물놀이예술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마당 하면, 잔디를 배경으로 디딤돌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네 전통 마당은 잔디는 고사하고 나무조차 없었다. 우리 문화 속 마당은 결혼과 상례가 이루어지는 가설 공간이자, 추수철에는 농작물을 말리는 복합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잔디와 나무가 없는 빈 마당은 빛을 반사해 집 안을 밝히는 간접 조명 역할도 했다. 다용도 공간 활용을 보이며, 집과 긴밀하게 연결됐던 셈이다.

반면, 서양의 마당은 주거 공간과 분리해 존재하는 잘 정돈된 풍경일 뿐이다. 그들에게 마당은 체험 공간이라기보다는 시각적으로 만족하고 즐기는 관람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공간의 혼재와 분리는 우리네 마당놀이에서도 확인된다. 이때 마당은 연희의 무대가 된다. 그러나 별도 무대나 객석 개념은 없으며, 연희자 중심으로 빙 둘러앉는 정도가 고작이다. 심지어는 눕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연희자와 관객이 혼재된 상태에서, 관객은 연희자가 잘하면 추임새를 넣으며 즉석에서 동조한다. 서구의 공연이 무대와 객석을 분리하고, 관객은 연희자의 공연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관람하는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는 '서구의 분리'와 '동양의 조화'라는 문화 차이를 극명하게 대비해 준다.

실제로 사물놀이나 강신무의 굿판을 보면, 정해진 악보나 춤의 범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 모두가 동조해 하나 되는 조화경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클라이맥스가 찍히며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 정도다. 흥미롭지 않은가! 음악과 춤에 정해진 규정이 없다니? 이게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라는 조화에 입각한 흥의 문화'다. 한국이 만든 세계적 공연 '난타'는 이러한 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다.

이는 술 문화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인들은 독자적인 폭탄주를 제조하며 빨리 취하려 한다. 그리고 필름이 끊겨 함께한 이들 모두가 동화되면, 이때 비로소 '잘 마셨다'고 한다. 이쯤 되면, 우리 문화가 서구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된다. 이렇게 우리와 그들은 달랐고, 또 그렇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공연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고, 엄격한 관객의 태도가 요청되는 구조로 변모했다. 피부색이 바뀌지 않는데, 다른 문화 코드가 우리에게 더 적합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장점을 버리고, 단점으로 타인과 경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포 입고 중절모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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