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냉해를 이겨낸 탐스러운 복사꽃

강원 춘천 동내면 사암리는 4월이면 복사꽃으로 뒤덮여 복사꽃마을로 불린다. 흔히들 봉숭아꽃으로 많이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복사꽃이다. 이 마을은 한때 복사꽃 축제가 열릴 만큼 많은 이가 찾았지만, 카페와 주택이 들어서며 예전의 활기는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주 문득 복사꽃의 안부가 궁금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랐다. 다행히도 활짝 핀 복사꽃들이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꽃밭에서 만난 농부는 탐스러운 꽃들을 솎아내는 적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풍성한 결실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힘없이 떨어지는 꽃잎이 안쓰러웠다. 보통 4월 초에 마무리되는 작업이지만, 갑작스러운 추위로 냉해를 우려하며 늦어졌다는 농부의 말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쉴 새 없이 꽃을 정리하는 그의 분주한 손길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수정을 돕는 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암리뿐 아니라 안동, 청송, 상주 등 주요 과일 산지도 3월 이상 고온에 일찍 개화했으나 갑작스러운 한파로 냉해를 입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산불 피해까지 겹쳐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와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재난까지 고스란히 떠안은 농민들의 망연자실한 심정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우리가 그저 즐기는 꽃이 농부들에게는 한 해 농사의 희망임을 기억하며, 부디 올해 모진 시련을 이겨내고 농부들이 다시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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