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부터 흉기 피습, 총선 압승에 뒤집힌 사법리스크까지... '어대명' 만든 5가지 장면
정치 생명 끝날 위기 닥칠 때마다 '정면 돌파'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정치인 이재명 인생에 '꽃길'은 없었다. 가난한 소년공 출신의 '흙수저'는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고 변호사가 된 후에는 시민운동에 매진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를 시작하곤 줄곧 비주류에 머물렀다. 성남시장 시절 '박근혜 퇴진'을 가장 먼저 외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도약, 경기지사까지 거머쥐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친문(친문재인계) 주류에 밀린 변방의 정치인에 그쳤다.

이후 지난 3년은 이재명을 키운 절대적 시간이었다. 역대 민주 진영 후보 중 최다 득표를 얻고도, 0.73% 차이로 고배를 마신 대선 이후 이재명의 정치인생은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3년 내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처지에 놓이며 정치생명이 끝날 뻔한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정면 돌파에 나섰다. 그사이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체제'로 탈바꿈했고, 이재명 본인도 정권교체를 이끌 압도적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다. 변방의 사이다 정치인이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대세론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5가지 결정적 장면을 짚어봤다.
①24일간의 단식과 체포동의안 가결

2023년 당대표 취임 1주년을 맞은 당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백현동 용도 변경 논란 등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때라 '방탄 단식' 아니냐는 의구심도 컸다.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이 전 대표는 '부결'을 호소했지만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이탈로 가결됐다. 친명계에선 "단식 중인 당대표를 정치 검찰 손에 넘긴 살인 행위"라는 격앙된 반발이 나왔고, 이 전 대표 역시 트라우마가 컸다고 한다. 법원은 끝내 영장을 기각했고,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전 대표는 '정치 탄압 희생양' 이미지를 굳히며 당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②흉기 피습 테러... 李 "덤으로 사는 인생"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실제 목숨을 위협받은 일도 있었다. 2024년 1월 이 전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를 둘러보던 중 목 부위에 흉기 피습을 당하고 쓰러졌다. 자칫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이 전 대표는 퇴원 이후 극단적 대결을 부추기는 정치를 개탄하며 정부여당을 향해 "죽이는 정치가 아니라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당시 사건을 언급하며 "지금부터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협치 필요성에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③비명횡사에도 총선 압승, 일극체제 본격화

구속과 흉기 피습 위기를 넘은 이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만 175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야권 전체를 합치면 190석에 달한다. 비이재명계 공천 배제로 비명횡사 논란이 일었지만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 등 윤 정부를 향한 민심의 분노는 민주당에 압도적 승리를 안겼다. 이로써 '이재명의 민주당' 일극체제가 구축됐다. 이후 민주당은 절대 의석을 무기로 입법을 밀어붙이고, 국무위원 연쇄 탄핵에 나서면서 정권과 대립각은 더 가팔라졌지만 그럴수록 야권의 대표주자로서 이재명의 존재감은 커져만 갔다.
④"국회로 모여달라" 불법 계엄 해제 주도

12·3 불법 계엄은 이 전 대표의 정치 운명을 뒤흔든 사건으로 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이후 이 전 대표는 국회로 재빨리 이동하며 국민들을 향해 "국회 앞으로 모여달라"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호소했다. 의사당 입구가 봉쇄되자 그는 담장을 넘어 국회 안으로 들어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일조했다. 내란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 회복은 이 전 대표의 대선 출사표가 됐다.
⑤공직선거법 무죄, 대법원 판결은 변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조기 대선 출마에 가장 큰 변수로 꼽혔다. 이미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기에 2심에서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량이 나온다면 대선 출마에 치명타를 입을 만한 사안으로, 상대 당뿐 아니라 당 내부의 정치적 공격도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대권가도에 날개를 달아줬다. 다만 대법원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법원이 최근 이 전 대표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대선 전 최종 판결이 나올지 주목된다. 만약 대선 전 결론이 안 나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재판 지속 여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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