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과 달라진 이재명 ‘잘사니즘’…기본소득 자리에 ‘AI 기본사회’

류석우 기자 2025. 4. 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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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과 달라진 이재명 정책좌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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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책 방향은 ‘경제성장을 통한 행복한 삶’(잘사니즘)으로 집약된다. 3년 전 20대 대선 때와 다르지 않다. 다만 3년 전엔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 달리 이번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에이아이 기본사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후보가 출마 선언 뒤 가장 먼저 발표한 것도 ‘에이아이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고 국민 모두가 선진국 수준의 에이아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후보의 에이아이 공약은 처음 나온 게 아니다. 20대 대선 당시에도 에이아이 활성화로 세계 디지털 경제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했다. 당시엔 에이아이 스타트업 등에 대한 지원과 인재 양성 방안이 중심이었지만, 이번엔 예산 증액과 지피유(GPU·그래픽처리장치)를 최소 5만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에이아이를 앞세운 성장론의 근간엔 ‘실용주의’가 있다. 이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어떤 게 더 유용하고 필요하냐가 최고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당 경선 토론 과정에선 “지금은 보수의 가치라 불리는 성장과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20대 대선 당시 상징 공약이었던 기본소득은 자취를 감췄다. 3년 전 이 후보는 전국민 보편 기본소득 100만원 지급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대선 패배 뒤엔 당내 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출마 선언 뒤 모두 7차례 정책 과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기본소득 관련 정책은 없었다. 이 후보는 경선 토론 과정에서 “준비는 해야 한다”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당장 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캠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이 후보의) 정치철학의 근본이지만, 지금은 경제가 너무 망가졌다”며 “우선은 회복과 성장에 집중하고 이후 기본소득에 대한 철학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제외한 다른 주요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 당시 주택 311만호 공급과 재건축 절차 개선, 공공 재개발 활성화 등을 언급했는데,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공공 분야 공급을 늘리고 재개발과 재건축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증세와 관련해서도 20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아직 언급하지 않았거나, 20대 대선 때에 견줘 한발 물러선 정책들도 있다. 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는 “(원전은) 전기 공급의 필요성과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노동 의제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특히 여성이나 성평등 이슈와 관련해선 경선 과정에서 어떤 메시지도 없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짧은 경선 기간 동안 후보들이 모든 공약을 다 이야기할 순 없다”며 “이 후보도 그런 (노동이나 사회적 약자 등) 분야에 대한 준비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시간상) 다 밝힐 수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경선 당시 발표한 정책 과제들과 당 정책위가 마련한 공약 등을 종합해 다음달 초 핵심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경선 과정에선 전략적으로 성장과 회복 기조에 맞는 공약을 내놓은 것 같다. 정책위에선 약자 복지라든지 노동에 관련된 기본적인 계획을 갖고 다양한 과제들에 대한 공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후보 정책 자료집에 들어갈 공약은 당 정책위와 이 후보의 선거 캠프를 통합하는 정책본부가 선거대책위원회에 꾸려진 뒤 종합·선별 작업을 거쳐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 등록(10~11일) 기간이 끝나고 일주일 안에 선거 공약집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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