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대와 환호 속…'어대명' 확정의 날 들썩인 킨텍스
27일 수도권 합동연설회
"대통령 되면 볼 수 없을 것 같아 달려와"
끝까지 자리 지킨 김경수·김동연 지지자들
[더팩트ㅣ고양=서다빈 기자] 27일 이른 오전부터 고양 킨텍스 일대가 들썩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하는 날. 대선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 대신 기대와 환호가 가득했다.
천막 부스는 다른 지역보다 소박했지만 열기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광장에서 꽹과리와 징을 두드리며 그를 응원했다. 시작 4시간 전부터 손에 응원봉을 든 당원들이 줄지어 서 있었으며 돗자리를 펴고 앉아 도시락을 나눠 먹는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재명 후보가 충청·영남·호남권 경선을 압승하며 사실상 대세를 굳힌 가운데, 지지자들은 '대통령 이재명'을 상상하고 있었다.
수원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모(48) 씨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볼 수 없을 것 같아 달려왔다"며 "차별 없는 나라, 우리 아이들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후보뿐"이라고 말했다.
GTX를 타고 현장을 찾은 A(52) 씨는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을 뽑았다. 몇 년 동안 악몽 같던 시간을 견디고 오늘 드디어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기분"이라며 "내란 세력 척결과 검찰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달라"고 촉구했다.
귤 모자를 쓴 제주도민 임혜주(50)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것처럼 제주 4·3의 아픔을 품어주고 보듬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가) 코로나19로 많은 타격을 받았다"며 "(이재명 후보가) 회복을 위해 힘써주는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설회 시작 전 김경수·김동연 후보는 당원들이 모인 천막을 찾았다. 김경수 후보는 입장 대기 줄에 선 지지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고, 이재명·김동연 후보 플랜카드를 든 지지자들도 김 후보의 악수에 환하게 웃으며 응답했다. 눈앞에서 펼쳐진 '통합의 현장'이었다. 이재명 후보 역시 행사장 안을 돌며 지지자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눴다. 장내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킨텍스를 가득 채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열기 속에서도 김경수·김동연 후보를 응원하는 이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아쉬움을 삼켰다.
수원에서 온 B(26) 씨는 "김경수 후보가 지방분권과 개헌 의지를 보여줘서 좋았다"며 "사실 공백기가 길었다. 끝까지 완주하고 좋은 정책을 제시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후보들이 낸 여성 의제를 (이재명 후보가) 좀 더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며 "다른 후보들 공약에도 좋은 게 많으니 반영해 함께 끌고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춘천에서 자차를 끌고 왔다는 이상직(41) 씨는 "며칠 전 김경수 후보가 토론회에서 '세 분의 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며 "누가 되든 내란 세력 종식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응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경수 후보의 수많은 굴곡 중 하나일 뿐, 좌절하지 않고 응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C(29) 씨는 "김경수 후보가 여성 의제를 일회성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다뤄줬다"며 "내란 종식을 위해서 성평등 목소리를 뒤로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이재명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 후보가) 여성 이야기를 하면 (선거에서) 불리할 거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김동연 후보 지지자들은 승패를 넘어 '김동연 정신'이 다음 세대에 남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번 경선 결과를 넘어서 김동연 정신이 다음 세대에 기억돼야 한다"며 "이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이정림(56) 씨는 "판세를 바꾸긴 어려울 것 같다. 정치인 김동연의 첫걸음일 뿐 결과에 승복하고 어떤 후보가 되든 민주당과 국민을 위해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를 지지하는 서모(50) 씨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 씨는 "속이 쓰리고 속상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오면 승복할 것"이라며 "1년 뒤 지선, 차기 대선도 있다. 여러 활동을 통해서 국민들이 김동연 후보의 가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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