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순례하듯 라운드하기

[골프한국] 산티아고 순례길(El Camino de Santiago Compostela)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가는 길로 프랑스 각지에서 피레네산맥을 통해 스페인 북부를 통과하는 800km의 길이다.
9세기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지면서 유럽 전역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찾기 시작해 지금은 지구촌의 대표적 순례길이 되었다.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아 발견을 위해 이 순례길을 찾는다.
이슬람 신자에겐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카바 신전을 찾는 성지순례(하지 Hajj)가 생애 최대 소원이다. 하지는 이슬람력으로 1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이슬람 최대 성지인 카바 신전을 찾는 이슬람 최대 행사다. 단순한 여행이나 축제가 아니라 신앙의 깊이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이슬람 축제다. 1주일간 이슬람 신자 외에 관광객까지 포함해 천만 명 이상이 몰려든다.
일본의 시코쿠 섬엔 88개 사찰을 순례하는 오헨로(御遍路) 순례길이 있다. 오헨로는 일본 진언종(眞言宗)의 창시자 홍법대사(弘法大師, 774-835)가 개척한 사찰 탐방길로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죽기 전 극락정토로 가기를 기원하면서 떠나는 순례길이다. 전장 1200km에 달해 걸어서 꼬박 60일이 걸리는 데도 흰색 상의(하쿠이)에 삿갓모자(스게가사)를 쓰고 지팡이(즈에)를 든 순례자가 연간 15만 명에 이른다.
티베트의 카일라스(Kailash)산을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일주하는 순례자들은 성스러움의 극치다. 카일라스산은 티베트고원 서부에 있는 해발 6,714m의 산. 아직 아무도 정상에 오르지 못해 산 높이는 자료마다 약간씩 차이가 난다.
산스크리트어로 수정을 뜻하는 '카일라샤 빠르와따'에서 카일라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불교에서는 이 산을 수미산(須彌山)이라 부르는데, 우주의 중심에 있는 산으로 인식된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는 이 산을 성지로 여겨 많은 순례객들이 산 둘레 52km를 오체투지로 순례한다. 11~12세기 수행승이자 음유시인인 밀라레파가 유일하게 정상에 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중국이 등정을 허가하지 않아 카일라스는 영원히 전인미답의 성산(聖山)으로 남을 것 같다.
순례자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자세다. 자만 아집 욕심을 버리고 절대자를 갈구하는 겸허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을 한없이 비운다. 그래서 팔꿈치와 무르팍이 상하고 발바닥 발가락이 온전치 못해도 참고 견뎌낸다.
지독한 골프광 중엔 골프를 순례로 승화해 필생의 과업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북미나 영국의 유서 깊은 골프 코스를 순례하는 경우는 흔하고 몽골초원을 골프를 하면서 몇 개월에 걸쳐 종단하는 사람도 있다. 인조 메트 하나 등에 메고 사하라사막 칼라하리사막 나미브사막을 찾는가 하면 아이슬랜드나 그린랜드의 얼음판 눈밭에서 익스트림 골프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굳이 이런 특별한 지역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 자주 가는 골프 코스도 얼마든지 성지 순례하듯 라운드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골프는 성지순례와 흡사하다. 순례자들이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절대자 또는 신앙을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듯 골퍼는 저 멀리서 어른거리는 목표에 도달하려는 욕망과 무언가 더 높은 단계를 향한 기대감에 좌절의 고통을 견디며 골프의 밀림을 순례한다.
4~5월의 골프 코스는 경이롭다. 엽맥(葉脈)이 드러날 정도로 투명한 연둣빛 나뭇잎들이 진초록으로 변하는 기적의 현장이다. 여기에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고 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욕심 내려놓고 맑고 향기로운 마음으로 천국 같은 곳에서 라운드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골프 순례가 아니겠는가.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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