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와 '바티칸 회동' 뒤 러시아 압박… "푸틴이 날 속이는 듯"

나주예 2025. 4. 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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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만난 후 대러 제재 가능성 언급
"전쟁 멈출 생각 있나"… 푸틴에 배신감?
트럼프, EU 수장과 회동 후 "추후에 회담"
26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회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바티칸=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독대 후 돌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이 중재안을 들고 종횡무진하는 와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지속하자 추가 제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러시아가 전선에서 이미 우위를 점한 터라 트럼프의 이 같은 대(對)러시아 압박이 얼마나 먹힐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푸틴 편들었던 트럼프, 이례적 경고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푸틴은 지난 며칠 동안 민간 지역과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며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썼다. 이어 "그는 그런(전쟁을 멈추고 싶어 하는) 척하며 나를 속이는 것 같다(tapping me along·'가스라이팅' 같은 의미)"고 푸틴을 저격했다.

이 발언은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참석차 바티칸을 방문한 자리에서 젤렌스키와 15분가량 회동한 뒤 나왔다. 시점상 젤렌스키와 짧게나마 대담한 뒤 푸틴 압박에 나선 셈이다.

대러 제재 가능성도 언급했다. 트럼프는 '은행'과 '2차 제재' 등을 거론하며 "푸틴은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적었다.

친러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는 최근 종전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푸틴을 향한 압박 메시지를 재차 던지고 있다. 24일에도 그는 러시아의 키이우 공습에 "불필요했고, 매우 나쁜 타이밍에 이뤄졌다"며 "블라디미르, 그만하라(Vladimir, STOP)"고 쏘아붙였다.

젤렌스키와의 회동에 대해 백악관은 "매우 생산적인 논의였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도 "좋은 만남이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크렘린궁 제공,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 '종전' 의지에 의구심

트럼프의 입장 선회가 종전 협상 중재자로서의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크림반도 등 러시아에 점령지 영유권을 인정해주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도 제한하는 등 사실상 푸틴이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려 해도 협상은 교착 상태다. 25일 트럼프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네 번째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과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승기를 잡은 러시아로선 지금 상황이 아쉽지도 않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의 평화 협상안에서 러시아에 큰 양보안을 제안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세계 정상 한자리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바티칸=EPA 연합뉴스

한편, 이날 개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선 트럼프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주요 정상들도 대거 참석하며 국제 외교회의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트럼프는 푸른 양복을 입은 채 검은 베일을 쓴 가톨릭 신자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귀빈석 가장 앞자리에 앉았다. 젤렌스키와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도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두 정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함께 회동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불어 이름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는 전통적 의전 관례를 깨고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 자리를 맨 앞줄로 배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EU 위원장도 지난 1월 트럼프 취임 뒤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및 관세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이날 짧은 만남 탓에 구체적인 대화가 이뤄지진 않았으나 두 정상은 추후 회동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장례 미사 종료 뒤 곧바로 바티칸을 떠났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바티칸=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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