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치매' 부른다..."장기 비만, 뇌 노화 가속화"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2025. 4. 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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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널리 알려진 비만. 뇌 건강과의 연관성 역시 학계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특히 최근에는 비만 상태가 장기화될수록 뇌의 구조적 손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뇌 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비만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신현영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는 "비만은 대사질환과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치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면서 "적극적인 체중 관리는 곧 뇌 건강을 지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비만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치매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비만 관리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비만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비만한 사람, 뇌 회백질 부피 감소…치매 위험 ↑
비만이 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2019년 영국 러프버러대학교(Loughborough University) 연구팀이 평균 연령 55세 성인 9,6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체질량지수(BMI)가 높고 허리둘레 비만이 심할수록 뇌 회백질의 부피가 작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뇌 회백질은 기억, 언어, 판단, 감정 조절 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밀집된 부위로, 부피 감소는 곧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회백질 감소는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2011년 스웨덴 캐롤린스카연구소는 30년간 쌍둥이 9,000 쌍을 추적 조사한 결과, 중년기에 비만하거나 과체중인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80% 높았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비만으로 인한 당뇨, 혈관질환, 장기 염증 노출이 주요한 기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기 비만, 뇌 노화 '속도'까지 앞당긴다
비만의 지속 기간도 뇌 건강에 영향을 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성 비만은 뇌의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네이처 정신 건강(Nature Mental Health)》에 발표된 홍콩 이공대(PolyU) 연구진에 따르면, 고도 비만을 장기간 유지한 집단에서 광범위한 뇌 구조 손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체중 변화 양상을 기준으로 참가자들을 분류해 뇌와 인지 기능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 상태에서 체중을 줄인 그룹은 뇌 기능 저하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만도가 심해진 그룹과 고도 비만을 장기적으로 유지한 그룹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등 인지 기능과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 부위에서 뚜렷한 이상 소견을 보였다.

연구진은 "장기적인 비만이 뇌의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라면서 "비만 상태의 기간을 줄이는 것이 뇌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만, 어떻게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까
그렇다면 비만은 어떻게 치매 위험을 높이는 걸까. 신현영 교수는 전신 염증 반응과 장-뇌 축(Gut-Brain Axis)의 이상, 그리고 대사 및 호르몬 불균형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비만 상태에서는 지방 조직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IL-1β, IL-6, TNF-α 등)이 다량 분비되고, 이 물질들이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해 뇌로 이동하면서 신경 염증을 유발한다"라고 전했다. 이는 곧 뇌세포 손상, 백질 변화,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장-뇌 축(Gut-Brain Axis)의 이상 또한 중요한 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만은 장내 세균총의 불균형(dysbiosis)을 유발해, 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단쇄지방산(SCFA)의 생성을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항염 작용이 약화되고 신경전달물질에도 부정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신 교수는 "장내에서 생성된 염증 물질이나 독소가 미주신경을 통해 뇌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인슐린 저항성, 산화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도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슐린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뇌에서의 시냅스 가소성, 신경세포 생존, 학습과 기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뇌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해마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인지 기능 저하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과도한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는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렙틴·아디포넥틴 등 식욕 조절 호르몬의 불균형은 염증 억제 기능을 떨어뜨려 뇌 건강 유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신현영 교수 | 출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뇌를 지키는 첫걸음, 비만 관리부터 시작해야
비만이 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진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비만 관리 전략이 중요하다. 신현영 교수는 "무엇보다 현재 자신의 체성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체성분 검사를 통해 내장지방 비만, 근감소증 등 비만과 관련된 내 몸의 지방량과 근육량의 분포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초대사량과 체중 목표를 설정하고, 섭취와 소비 칼로리를 과학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고요산혈증 등 비만과 연관된 질환의 동반 여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신 교수는 "비만은 대사질환과 심혈관 질환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혈액검사 등을 통해 현재의 건강 위험도를 평가하는 과정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체중 관리를 위한 실천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건강관리 앱을 활용해 균형 잡힌 식단을 기록하고, 하루 섭취 칼로리를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를 활용해 매일 1시간의 근력운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고, 기록으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조언했다.

식욕 조절이 어렵거나 비만 관련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신 교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같은 비만 치료제 또는 장내 미생물 균형을 개선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체중 감소뿐 아니라 인지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맞춤형 치료를 권했다.

아울러 "비만을 예방하고,대사질환,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낮추는 건강한 생활습관들이 결국 치매 예방을 위한 최적의 관리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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