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된 미·중 관세협상 배경은?

박은하 기자 2025. 4. 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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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SCMP 중국 전문가들 인용 분석
트럼프 불신 중국, 물밑접촉 원하지만
“트럼프 측근 보수파 대중접촉 꺼려”
“미국 공식·비공식 채널 모두 불분명”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24년 5월 프랑스 국빈방문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미·중이 관세 협상을 두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말하면 중국 정부가 협상한 사실도 없다고 받아치는 패턴이 반복된다.

진실게임 바탕에는 중국의 물밑 협상 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중국은 물밑 협상을 타진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원하는 방식의 협상을 계속 거부하면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정황을 시사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불신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쉽사리 협상했다가는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학습 효과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중국은 2016~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적극 협력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촘촘한 국제 대북 제재망을 구축했다. 이듬해 미국이 대중국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장바오후이 홍콩 링난대 교수는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대북 구상에 동참해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믿었지만 관세전쟁이 시작되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2기 대응책을 철저히 준비하는 가운데 대중국 강경파 인사들이 기용되는 것을 보고 처음부터 접촉을 망설였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이 북한 아닌 중국 위협 대응에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앨브리지 콜비 국방차관, 티베트·홍콩·위구르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대표적 인사들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 미·중관계는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 등에서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많은 패를 갖고 있는’ 관세부터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공식 인사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비공식 접촉’으로 신뢰부터 쌓는 것이 중국의 방식이다. 1기 미·중 무역전쟁에서 비공식 접촉이 협상에 큰 도움이 됐고, 미국 측 인사들이 앞다퉈 대중국 물밑 채널을 자처했다. 하지만 2기 행정부에서는 이 역시 난망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글로벌전략연구소의 자오하이 국제정치연구부장은 “트럼프 주변 보수파 인사들은 중국 인사들과 접촉을 자신들의 미래에 해롭다고 여기며 기피해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할 만한 입장을 가진 사람이 불분명해서 협상을 시작할 만한 채널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에 각각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셰펑 주미대사는 트럼프 행정부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만나기 원했지만 불발됐다.

자오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중국과 협상을 원한다면 공식적이든 아니든 그러한 채널을 적극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전화를 걸어왔으며 3~4주 내 관세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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