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유정복의 대권 도전, 마침표 아닌 쉼표

"경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컷오프)에서 탈락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짧은 소감을 전했다. 같은 달 9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13일 만이다. 유 시장은 '뜻밖의 승부사'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대권에 도전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출마 명분을 밝힌 유 시장의 도전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우선 현직 인천시장으로는 첫 대선 출마라는 점에서 인천 도시 위상을 높이고 지역 정치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유 시장이 인천의 좋은 정책을 공약화하거나 상대 후보와의 토론에서 적절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게 인천형 저출생 정책인 '아이 플러스 시리즈'였다. 이 중에서도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천원주택'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최근 천원주택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인천을 깜짝 방문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울러 유 시장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는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윤보명퇴(윤석열을 보내고 이재명을 퇴출시키자)'라는 표현으로 지지를 얻었고, 남녀 모두가 병역 의무를 지는 '모두 징병제'를 공약화해 불편한 사회 문제에도 뒷걸음질 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조기 대선은 유 시장에게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지만, 한편으로는 대선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넘기 어려운 '통곡의 벽'임을 자각시켜줬으리라 본다. 유 시장은 재선 인천시장과 3선 국회의원, 농림수산식품부·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지낸 인물이다. 실력과 경력으로만 본다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누구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인지도는 상당히 낮다. 각종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유 시장의 선호도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미 경선 초반부터 3강(김문수·한동훈·홍준표) 2중(나경원·안철수) 구도가 형성됐고, 이철우 경북도지사·양향자 전 의원과 함께 3약으로 분류된 유 시장은 분투했으나 이변을 일으키지 못했다.
국민의힘 1차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유 시장은 곧바로 시정에 복귀했다. 이달 2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했다. 남은 임기 동안 인천시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시민들에게 대권 도전자로 각인된 유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이제 막 중앙으로 확장하는 다리를 하나 놓은 셈이다. 다만 경선에서 드러난 낮은 인지도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꼽힌다. 해법으로는 중앙 정치 진출이 제시된다. 국민의힘 유력 대권 주자인 한동훈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의 공통점은 헌신과 열정으로 당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지도력으로 같은 당 국회의원과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유 시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패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좌절을 맛본 도전자에게는 '땅을 휘말아 일으킬 기세로 다시 돌아온다'는 권토중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 시장이 재도전에 나선다면 '뜻밖의 승부사'가 아닌 '국민이 불러낸 승부사'로 올라서길 기대해본다. 그의 행보에 300만 인천시민이 주목하고 있다.
/박범준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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