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독교단체, 안창호에 ‘퀴어 축제 반대 집회’ 참석 요청

오는 6월로 예정된 퀴어문화축제에 맞서 ‘반대집회’를 준비 중인 기독교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행사 당일 안창호 위원장의 참석과 인권위 부스 설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퀴어 축제 반대 집회에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대회장 오정호 목사)는 지난 24일 인권위 앞으로 공문을 보내 “6월14일 오후 1시 인권위 안창호 위원장과 직원들이 서울시의회 앞 행사에 참여해줄 것과 인권위 전용 부스 1~2개 동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6월14일은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리기로 된 날이다. 이는 6월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핵심 행사다.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는 2015년부터 퀴어문화축제 때마다 이에 반대하는 행사를 열어온 기독교단체다.

이 단체는 인권위에 보낸 공문에서 “행복한 가정, 건강한 다음 세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가정의 소중함과 올바른 성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행사를 개최해왔다”며 “매년 참여자 수가 늘어나 작년에는 20여만명이 참여했으며 올해도 많은 국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성호 전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17년부터 매년 퀴어축제에 부스를 설치하고 페이스 페인팅, 인권퀴즈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전년도 의미 있는 활동 중 하나로 ‘국가기관 최초의 퀴어문화축제 참여’를 꼽기도 했다. 송두환 전 위원장도 2023년과 지난해 퀴어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 부모모임 관계자 등과 환담하고 인권단체 부스 등을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성소수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그는 각종 강연과 저술에서 “부모-자식 간 성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등 허위 사실을 동원해 동성애를 혐오하거나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비난해왔다.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도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권위는 8년간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면서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하고자 노력해왔는데, 퀴어퍼레이드 참석 반대할 것이냐”고 묻자 안 위원장은 “퀴어축제에 참석을 제가 한다면 그 반대 집회에도 참석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기독교단체의 이러한 요청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반동성애 기독교단체에서 이슈파이팅을 위해 같은 입장을 가진 인권위원장을 끌어드리려 한다”며 “지난해에도 다른 기독교단체에서 비슷한 요청이 들어왔으나 홍보협력과에서 불가하다고 판단한 뒤 보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덕진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천주교인권위 활동가)도 한겨레에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이 한국 인권위에 대해 특별심사 절차를 개시한 이 시점에,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에 인권위가 참여한다면 등급 강등은 물론 국가인권기구 자격까지 박탈당해도 마땅할 것”이라며 “시민사회는 안 위원장의 즉각 퇴진을 위한 모든 방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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