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기대와 망상' 사이 : 싸이월드 긴 침묵의 의미 [視리즈]
싸이월드 사라진 세상 3편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싸이월드
급변하는 트렌드 따라가지 못해
야심찼던 재오픈 반짝 흥행에 그쳐
두번째 재오픈 준비하고 있지만
투자금 없어 월급도 주지 못해
싸이컴즈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아
# 누군가의 기대대로 싸이월드가 정상적으로 재론칭한다면 이전만큼 뜰 수 있을까. 몇년 전이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온 국민이 열광했던 미니홈피의 특색을 살린다면 '개성 있는 SNS'란 평가를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소비자에게 깊숙이 파고든 지 오래인 데다, 틱톡·스레드같이 '톡톡 튀는 후발주자'도 빠르게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싸이월드는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 視리즈 싸이월드 사라진 세상 마지막 편이다.
밀레니엄을 한해 앞둔 1999년, 혜성처럼 등장한 싸이월드는 온라인 SNS의 지평을 열어젖힌 서비스였다. 입맛대로 꾸밀 수 있는 '미니미(아바타)'와 '미니홈피', 지인들과 관계를 맺는 '일촌 기능', 친구의 친구에게 방문할 수 있는 '파도타기' 등 혁신적인 기능을 앞세우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다. 2004년 론칭한 페이스북보다 5년이나 먼저 이런 기술들을 선보였으니, 싸이월드 창업자의 통찰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싸이월드엔 적수가 없었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와 인수·합병(M&A)하면서 대기업이란 커다란 발판까지 얻었다. 그 덕분인지 출시 5년 만인 2004년에 국내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고, 10년 뒤인 2009년엔 3200만명을 달성했다. 한국인 3명 중 2명이 싸이월드를 쓰는 셈이었다.
하지만 고속성장의 이면에선 '퇴행'이란 싹이 트고 있었다. 몸집이 커질대로 커진 싸이월드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전세계 사람들과 손쉽게 연결되는 페이스북이 미국을 넘어 국내까지 빠르게 퍼진 게 위기의 시작점이었다. 페이스북을 접한 사람들은 '일촌 소통'을 고집하는 싸이월드를 '낡은 서비스'라면서 밀어냈다.
PC에 최적화한 싸이월드의 인터페이스도 문제였다. "빠르게 보급되던 스마트폰의 모바일 환경에 적응할 생각이 없느냐"는 쓴소리가 쏟아졌지만, 싸이월드는 이런 난관을 넘어설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페북의 질주에 조급해진 싸이월드는 정체성까지 잃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2015년 야심차게 선보인 개편 서비스 '싸이홈'은 방명록·일촌·쪽지 서비스 등을 없애 '싸이월드 본연의 개성을 잃었다'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그럴수록 이용자의 이탈 속도는 빨라졌고, 결국 출시 21년 만인 2020년 6월, 싸이월드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물론 싸이월드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22년 4월 2일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카이이앤엠 등 5개 기업이 공동설립한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를 재오픈했다.
한때 접속자가 800만명을 넘으면서 전성기를 되찾나 싶었지만,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사진첩과 방명록 등 '추억 마케팅'을 펼치고, 메타버스 같은 새 기술도 도입했지만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싸이월드를 재오픈한 후 1년 뒤인 2023년 5월 기준 싸이월드 이용자의 월평균 사용 시간은 18분에 불과했다. 트위터(현 X·714분), 인스타그램(576분), 페이스북(534분)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었다.
이용 연령층에서도 싸이월드는 한계를 드러냈다. SNS 성장과 트렌드를 주도하는 10대와 20대 이용률은 각각 1.0%, 12.0%에 그쳤다. 그렇게 싸이월드는 '부활의 날개'를 펴지 못한 채 다시 문을 닫았다.
지금 싸이월드는 또다른 부활을 준비하고 있지만, 난관은 여전히 숱하다.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사업권을 넘겨 받은 운영사 싸이월드커뮤니케이션즈(이하 싸이컴즈)는 싸이월드 재오픈 준비를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돼서 매각 위기에 몰렸다. 투자금을 받지 못해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으니, 부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서비스를 재오픈하더라도 문제다. 이미 내로라하는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 SNS 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라서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인스타그램의 국내 월간활성화사용자(MAU)는 2644만명에 달한다. 싸이월드가 경쟁해야 할 건 인스타그램만이 아니다. 여전히 건재한 페이스북(767만명)은 물론, 후발주자인 스레드(593만명)도 상대해야 한다.
SNS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도 싸이월드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소비자들이 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 '쇼츠'에 열광하기 시작하면서인데, 국내만 해도 쇼츠 이용률이 2023년 58.1%에서 지난해 70.7%로 12.6%포인트 상승했다(방송통신위원회).
이런 상황에서 싸이월드는 어떤 반전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걸까. 현재로선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싸이컴즈는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긴 침묵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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