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도지구 폐지 ‘대변혁’ 갑론을박...무너지는 스카이라인, 도시 인프라는?

박성우 기자 2025. 4. 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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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최고높이 160m 건축 허용, 道 "한라산 3부능선 기준" 경관조망권 충돌

"고도완화를 통한 고밀도 압축 개발, 일종 콤팩트 시티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런 개발 방식에 부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다만 제주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라산이 갖는 상징성이라든가 그 경관에 대한 고려, 이런 부분들이 좀 종합적으로 고려되면서 고도완화 문제가 접근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한 이 고도완화를 위해서는 공원이나 주차장, 도로, 도시 기반시설 확충계획이 선행돼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돼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이와 관련된 예산을 고도관리 완화 방안을 용역을 통해서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난 2023년 9월 제420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고도완화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면서 그 선결조건을 설명했다. 한라산이 갖는 상징성, 경관에 대한 고려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고도완화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제주도가 24일 발표한 '압축도시(Compact city) 조성을 위한 고도관리 방안'을 통해 건축물 높이를 상업지역 최대 160m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제주 최고층 빌딩 드림타워가 우뚝 솟아오른 제주시 전경.

'30년간 묶어 온' 고도 규제를 개편해야 압축도시로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과 맞물려 '30년간 지켜 온' 고도 규제 철폐로 인해 제주의 경관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제주도가 제시한 고도지구 규제 완화 방안은 기존 고도지구는 문화유산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 등 필수지역만 유지한채 나머지는 대부분 해제하고, 주거·상업지역은 기준높이와 최고높이로 관리체계를 전환키로 했다.

별도의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없이 건축이 가능한 '기준높이'는 주거·준주거지역 45m, 상업지역은 55m로 설정했다. 현행 최고높이 수준으로 완화했다는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심의를 거쳐야 하는 최고높이는 주거지역 75m, 준주거지역 90m, 상업지역 160m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제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노형동 드림타워(169m) 수준의 건물이 상업지역 내 어디든 추가로 들어설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흔히 신제주로 불리는 연동-노형동 일대와 칠성통, 제주시청을 관통하는 중앙로, 동서광로 등이 주요 상업지역에 해당된다. 함덕해수욕장을 둘러싼 해변가도 상업지역이고, 서귀포시의 경우 중앙로 일대가 상업지역으로 분류된다.

제주도는 1996년부터 유지된 고도 제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건물을 위로 올리지 못하다보니 도심지가 수평으로 팽창했고, 도시 바깥으로 개발 수요가 몰리며 환경훼손이나 난개발이 심화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도시 밀도가 적은 원도심의 경우는 고도제한이 재건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반면, 그간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일명 '스카이라인'이 한 순간에 무너진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외부에서 제주를 바라보면 한라산 중턱부터 해안가까지 완만한 곡선을 형성하는 것이 관광도시로서의 정체성으로 여겨졌는데, 160m 고층 건물이 곳곳에 들어서면 경관조망권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용역진은 타 시도의 사례를 참고해 제주의 제한 높이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정비계획상 50층 내외, 부산시 상업지역은 최대 180m까지 허용이 되고, 속초시·강릉시 등은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일반주거지역의 높이 제한을 폐지했다는 설명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다른 도시의 사례에 더해 한라산 3부능선 조망을 가리지 않기 위해 높이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며 "연북로 지점에서 150m 정도면 3부능선이 지점 정도가 된다"고 최고높이 설정 기준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도시 내 모든 건축물이 최고 높이로 채워지지 않는다. 건축 면적에 따른 용적률을 적용할 시 고층 건물의 수는 제한될 것"이라며 "똑같은 높이를 가진 도시보다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설정할 수 있는 도시가 아름다운 도시라고 본다"는 정책 철학을 설명하기도 했다.

고도 완화로 인해 개발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예상도 논란거리다. 제주도는 침체된 건축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순기능에 주목했지만, 획일화된 고도 완화가 또 다른 난개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재개발에 한층 힘을 받게 된 원도심의 경우 도로나 상하수도 기반 등 기존 도시 인프라는 그대로인데, 새로운 주택 개발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제주도는 교통혼잡이나 주차난, 상하수도 처리 문제 등이 빗발칠 수 있다는 전례를 건축 호황기 시절 경험한 바 있다.

원도심 재개발 가능성을 차치해도 제주도내 주택 공급은 꾸준히 예정돼 있다. 당장 연북로 남쪽 92만4000여㎡ 부지에는 '제주 화북2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다. 단일 사업기준 도내 최대 택지개발 사업으로 1만2650명을 수용하는 5500세대 규모의 주택 공급을 계획중이다.

삼화지구와 연북로 사이 31만여㎡ 부지에는 '제주동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조성사업이 진행중이다. 전체 부지 중 주택용지만 11만2935㎡으로 계획인구는 1851세대, 4259명이다. 기존 이도주공아파트와 제원아파트 등의 재건축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문제는 주택 미분양 사태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2025년 2월 기준 제주도내 미분양 주택은 2614호에 이른다. 2021년 836호에서 꾸준히 증가하더니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3배로 늘어났다.

흔히 악성 물량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658호에 달한다. 2023년에 접어들어 1천호를 넘어서더니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추세다. 미분양 전체 물량의 40% 이상이 제주시·서귀포시 동지역에 몰려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익명을 요청한 도시개발 관계자는 "고도 완화의 필요성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추진됐지만, '이 정도 까지?'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업계에서도 건축계의 요구사항이 그대로 반영된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모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가 상당한 무리수를 뒀다고 판단하지만, 부동산 등 경제적 문제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보니 입을 떼기가 조심스럽다.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