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드러나지 않는 것의 가치[에코피디아]

이태형 2025. 4.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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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의 총 생물종은 약 3000만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인구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 및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서식지의 파괴에 따라 매년 2만5000종에서 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의 감소는 이용가능한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화합니다. 올해는 1995년 1월 1일 국내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된 지 30년이 됩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만 알지 못했던 신기한 생태 이야기를 ‘에코피디아(환경eco+백과사전encyclopedia)’란을 통해 국립생태원 연구원들로부터 들어봅니다.[편집자주]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임윤찬이 결승에서 연주한 곡은 리스트(Franz listzt, 1811~1886)의 「초절기교 연습곡」으로 1시간 넘게 연주한 끝에 이루어낸 결과다. 임윤찬의 우승에는 결승 하루 전날 이루어진 피아노 교체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독일산 스타인웨이 대신 미국산 스타인웨이로 교체하면서 임윤찬은 “연주할 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어딘지 불편하게 들렸다”고 했다.

피아노는 현과 목재로 이루어진 건반악기다. 피아노에 쓰이는 현은 일정하게 만들 수 있지만, 목재는 그렇지 않다. 숲에 있는 나무를 베고 말려야 건축이나 악기에 쓸 수 있는 목재가 된다. 나무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크기도 부피도 그리고 밀도도 다르다. 같은 제조사의 악기라도 어디에 살던 나무냐에 목재의 특성이 달라지고 음색에 차이를 만든다. 임윤찬은 이걸 감각적으로 느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잡아낸 힘이 임윤찬의 진정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몸속에도 있고, 나무 속에도 있고, 물속에도 있다. 뿐만 아니라 변기에도 책상에도 항상 묻어 있으며, 언제나 공기 중에서 날아다닌다. 그 중 진균(곰팡이)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미생물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관심도 없고, 연구 결과도 적다. 그나마 멀린 셀드레이크의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김은영 옮김, 아날로그, 2021)로 진균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잡을 수 있다.

콜레토트리쿰 트룬카툼(Colletotrichum truncatum). 콩에 존재하는 곰팡이 종이자 식물 병원체[출처 : 어주경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

저자는 진균의 생물다양성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약 220만~380만 종이 있다. 지구 식물이 약 30만 종인데 진균은 식물의 약 7~12배 정도의 생물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데, 거의 97%에 달하는 진균은 발견되지도 못했다. 이들의 엄청난 생물다양성은 식물이 지상에 있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지구의 땅속에 정착한 진균들은 계속해서 자라나가 매우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여기에 식물이 뿌리를 사용해서 접속하자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이 됐다. 진균은 땅속의 양분을 식물에게 전달하고 식물은 광합성한 포도당의 일부를 진균에게 전달했다. 공생의 시작이다.

균사는 이 네트워크의 주요 구조로 진균의 많은 세포가 실처럼 연결된 모양이다. 균사의 가닥이 더 조밀하게 짜여지고 겹쳐져서 버섯과 같은 일명 자실체가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송이버섯이나 능이버섯도 공생의 결과이다. 현대 의학의 결정적인 한 장면인 페니실린의 발견도 진균이 만든 것이다. 이 물질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는 역사가들도 있다. 진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택솔과 같은 항암제, 시클로스포린이라는 면역억제제 같은 여러 화학물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진균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진균의 생물다양성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진균의 분류와 생태를 포함한 엄청난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진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는 언제나 빈 공간이 존재한다. 지구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진균을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으니까 항상 “대략”이나 “~정도”와 같은 표현만 남게 된다. 그 빈 공간에 인간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해결책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페지쿨라(Pezicula). 컵버섯과의 균류[출처 : 어주경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세계가 위험하다. 산업혁명과 온실가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이상기후와 재난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환경정책과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생산과정의 개선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그렇지만 전 지구적인 위기에도 보이는 현상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어딘지 불편하게 느껴진다. 진균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없을까? 숲의 생태적 복원으로 대신할 수는 없을까? 진균 네트워크에 나무를 지속적으로 심어나가자. 환경이 열악한 도시로 확장해 가자. 우리의 지구를 기후변화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제는 눈이 보이지 않는 생명체와 그 생태계도 아우를 수 있는 입체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때다.

어주경 국립생태원 자연환경조사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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