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의 시선] 정인덕은 이우석을 지웠다

손동환 2025. 4.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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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덕(196cm, F)이 이우석(196cm, G)을 지워버렸다. 팀 디펜스도 뒷받침됐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기자 또한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 INTRO

창원 LG는 2019~2020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세 시즌 연달아 봄 농구를 하지 못했다(2019~2020시즌은 코로나19로 조기 중단됐다). 그러나 조상현 LG 감독이 2022~2023시즌부터 부임한 후, LG는 3시즌 연달아 4강 플레이오프로 향했다. LG는 순식간에 강팀으로 거듭났다.
LG가 강팀이 된 이유. ‘수비’다. 조상현 LG 감독이 수비 시스템을 철저히 입혔다. 그리고 아셈 마레이(202cm, C)가 수비 시스템의 핵심을 자처했다. 그래서 LG는 어지간하면 무너지지 않았고, 마레이의 가치 또한 점점 높아졌다.
다만, 국내 선수들이 수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조상현 LG 감독의 철학과 마레이의 노력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을 것이다. 실제로, 조상현 LG 감독과 마레이 모두 국내 선수들의 수비 에너지 레벨을 칭찬했다.
정인덕은 칭찬을 많이 받는 수비수 중 한 명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때도 수비 기여도를 증명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에너자이저인 이우석을 끈질기게 따라다녔고, 때로는 이대헌(196cm, F)의 골밑 공격까지 블록슛했다.
하지만 정인덕은 1차전에 30분을 소화했다. 평소보다 많은 힘을 쏟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인덕의 수비 에너지 레벨은 2차전에 더 중요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정인덕과 마주하는 이우석이 높은 에너지 레벨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 Part.1 : 따라다니기

앞서 이야기했듯, 정인덕은 이우석을 따라다녀야 한다. 첫 수비 역시 그랬다. 왼쪽 코너에 위치한 이우석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LG가 왼쪽 윙에서 박무빈(184cm, G)에게 3점을 내줬다. 정인덕을 포함한 LG 선수들의 시작이 좋지 않았다.
정인덕은 이우석에게 거리를 두지 않았다. 사이드 라인과 베이스 라인으로 몰았다. 즉, 코너로 내몰았다. 그렇지만 이우석의 스텝 백에 블록슛할 타이밍을 놓쳤다. 결국 이우석에게 3점을 맞았다. 이우석의 기를 의도치 않게 살려줬다.
하지만 정인덕은 이우석의 볼 없는 움직임을 잘 제어했다. 이우석이 어떻게 움직이든, 정인덕은 이우석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우석의 폭 넓은 움직임을 잘 막았다.
정인덕의 수비 공헌도가 분명히 컸다. 그래서 LG는 현대모비스한테 허무하게 실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대모비스의 장기인 속공을 내주지 않았다.
정인덕의 공이 분명히 컸다. 그렇지만 이우석은 35분 이상을 뛰는 선수. 즉, 정인덕이 35분 넘게 이우석을 버텨야 했다. 그런 이유로, 정인덕의 체력 안배 전략도 중요했다. 이는 정인덕의 수비 집중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LG 앞선 수비수가 박무빈(184cm, G)과 서명진(189cm, G)을 막지 못했다. LG의 실점이 갑자기 늘어났다. 실점을 많이 한 LG는 22-28로 1쿼터를 마쳤다. 정인덕의 노력이 헛되고 말았다.

# Part.2 : 지원군

현대모비스가 김국찬(190cm, F)을 이우석 대신 투입했다. LG도 정인덕을 투입하지 않았다. 허일영(195cm, F)을 대신 투입했다. 정인덕은 경기 시작 후 처음으로 코트에서 벗어났다.
허일영은 김국찬과 매치업됐다. 두 선수가 비등비등하게만 버텨줘도, LG로서는 성공이었다. 정인덕의 체력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형찬(188cm, G)이 이우석을 따라다녔다. 최형찬의 키가 이우석보다 많이 작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우석은 높이 대신 스피드를 활용하는 선수이기 때문. 이를 인지한 최형찬은 빠른 사이드 스텝으로 이우석을 따라다녔다. 이우석의 돌파 공간 자체를 없애버렸다.
유기상(188cm, G)도 이우석을 막았다. 다른 선수들처럼 이우석에게 어떤 공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우석이 숀 롱(206cm, F)의 스크린을 활용했고, 유기상과 대릴 먼로(196cm, F)는 숀 롱의 돌파를 지켜봐야 했다. 숀 롱에게 파울 자유투를 내주고 말았다. 42-38로 앞섰던 LG도 42-41로 쫓겼다. 조상현 LG 감독은 이때 전반전 마지막 타임 아웃을 사용했다.
유기상이 2쿼터 잔여 시간 동안 이우석을 따라다녔다. 유기상의 수비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양준석(181cm, G)이 2쿼터 종료 버저비터를 작렬. LG는 46-44로 경기를 뒤집었다. 창원체육관의 뚜껑이 살짝 들썩였다.
# Part.3 : 누구를 막더라도

정인덕은 2쿼터 종료 9.9초 전부터 코트로 돌아왔다. 정인덕은 이우석이나 서명진을 교대로 막았다. 다만, 서명진을 막을 때, 이우석과 다른 전략을 사용했다. 3점 라인 안에서는 마레이에게 서명진을 맡겼다. 서명진한테 2점을 강요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양준석이 3쿼터 시작 3분 46초 만에 벤치로 물러난 것. 왼쪽 무릎을 붙잡았기에, LG의 불안함이 컸다. 양준석이 대학 시절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를 다친 바 있기 때문.
LG의 수비 매치업도 꼬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경도(185cm, G)가 양준석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그래서 정인덕은 본연의 매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히려 수비 활동량을 더 끌어올렸다. 다양한 방법으로 서명진의 힘을 더욱 빼버렸다.
수비를 해낸 정인덕은 3쿼터에만 3점 3개를 퍼부었다. 특히, 3쿼터 마지막 공격 때 세컨드 찬스에 의한 3점. 창원체육관의 뚜껑을 날릴 뻔했다. LG 또한 68-59로 달아났다. 정인덕의 공수 밸런스가 큰 이유였다.

# Part.4 : 정인덕을 외쳐라!

현대모비스가 템포를 끌어올렸다. 정인덕은 정해진 수비수만 막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인덕의 수비 영향력은 컸다. 게이지 프림(205cm, C)의 자리싸움을 온몸으로 막았다. 넘어지기는 했지만, 베이스 라인에 있던 이대헌(196cm, F)에게 다가갔다. 빠른 수비로 이대헌의 턴오버를 유도했다. LG 또한 70-61로 주도권을 유지했다.
다만, 정인덕의 첫 번째 임무는 ‘이우석 수비’였다. 정인덕은 이우석을 계속 따라다녔다. 다행히 정인덕의 수비 반응 속도와 에너지 레벨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듯했다. 이우석의 스피드와 활동량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정인덕은 마지막까지 수비 집중력을 유지했다. 물론, 1차전(30분)보다 짧은 시간(28분 56초) 동안 코트에 있었으나, 정인덕의 수비 에너지 레벨과 수비 집중력은 놀라웠다. 현대모비스 주포인 이우석을 ‘6점’으로 묶었다. 무엇보다 이우석의 2점 야투 시도 개수를 ‘0’으로 만들었다.
정인덕이 제 몫을 해냈기에, LG도 84-75로 이겼다. LG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 확률은 100%(29/29)로 변모했다. 이는 ‘KBL 역대 4강 PO 1~2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 확률’이다. 그래서 이규래 장내 아나운서가 정인덕을 수훈 선수로 선정했고, 창원체육관을 찾은 4,950명의 팬들은 ‘정인덕’을 외쳤다.

# Part.5 : Feedback

위에서 이야기했듯, 이우석은 현대모비스의 주포다. 그런 이우석이 6점에 묶였다. 현대모비스한테는 치명타였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2차전 종료 후 “(이)우석이의 동선 자체가 LG 수비에 잡혔다. 수비를 따돌리지 못했고, 스크린을 활용하지 못했다. 게다가 LG의 수비가 빠르기에, 이우석의 볼 없는 움직임이 통하지 않았다”며 이우석의 부진을 이야기했다.
반면, 조상현 LG 감독은 “물론, (정)인덕이와 (유)기상이가 1대1 수비를 잘했다. 그러나 도움수비가 무조건 필요하다. 마레이가 그런 도움수비에 특화됐다. 그리고 타마요가 바꿔막기 타이밍을 잘 잡아줬다. 팀 디펜스가 잡혀있기에, 우리가 우석이를 잘 막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팀원들의 단합된 수비를 고무적으로 여겼다.
이우석을 봉쇄한 정인덕은 “우석이의 치고 나가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또, 우석이가 순간순간 동작들을 바꾼다. 그래서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더 붙어야 한다’고 주문하셨고, 나도 우석이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또, 우석이의 순간적인 동작을 어떻게든 쫓아가려고 했다”며 수비 전략을 공개했다.
그 후 “우석이의 활동량이 워낙 많다. 그렇기 때문에, 힘이 들기는 하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경기 중간중간에 체력을 안배해주신다. 그래서 나도 후반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겼기 때문에, 힘든 게 덜하다(웃음)”며 체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다. 시리즈 두 번째 승리를 거뒀기에, 정인덕의 표정은 더 밝아보였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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