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설로 무너진 농축산…'몽골판 새마을운동'에 우유 생산 6배

김예진 기자 2025. 4.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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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합’ 설립으로 혁신…몽골, 韓 새마을운동 벤치마킹
韓, 몽골 축산업 생산량 증대 지원…현지 이마트로 유통
파트너·협력국으로서의 몽골…"온실가스 등서 협력도"
[자르갈란트(몽골)=뉴시스]몽골 자르갈란트에서 한국 비정부기구(NGO) 지구촌나눔운동이 설립한 자르갈란트 밀크 우르문 샤르갈 협동조합의 조합장인 다와자브 뱜브수렝(65) 씨가 지난 15일 취재진에게 자신의 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수헌PD bi2og@naver.com,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2025.04.24.


[울란바토르·자르갈란트(몽골)=뉴시스] 김예진 기자 = 몽골 자르갈란트에서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다와자브 뱜브수렝(65)씨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키우는 소들을 살피고 8시부터 3시간 동안 먹이주기, 착유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방목하는 소들이 너른 벌판으로 나가 풀을 뜯도록 '출근' 보낸다.

오후 2시까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축사를 정리한다. 오후 3시께 소들이 '퇴근'하면 저녁 착유를 하고는 사료를 주고 밤 9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하루가 마무리된다.

다와자브 씨는 몽골 수도 9개구 가운데 한 구의 축산업 특별동 자르갈란트에서 한국 비정부기구(NGO) 지구촌나눔운동이 설립한 자르갈란트 밀크 우르문 샤르갈 협동조합의 조합장이다.

그는 지난 15일 자르갈란트 자신의 게르에서 뉴시스 등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울란바토르시 농업국이 선정하는 '울란바토르 우수 농가'에 선정됐다며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적극적으로 조합 활동에 참여해온 다와자브씨는 조합 시작 당시 겨울 기준 일일 20ℓ에 불과했던 우유 생산량이 현재는 120ℓ까지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무려 6배나 늘어난 것.

이는 한국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 코이카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시행한 한국 NGO 등 덕분이었다.
[자르갈란트(몽골)=뉴시스]몽골 자르갈란트에서 한국 비정부기구(NGO) 지구촌나눔운동이 설립한 자르갈란트 밀크 우르문 샤르갈 협동조합의 조합장인 다와자브 뱜브수렝(65) 씨가 지난 15일 자신의 게르에서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수헌PD bi2og@naver.com,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2025.04.24.

조드로 무너진 농축산업…몽골, 韓서 새마을운동 배웠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몽골에서는 1999~2002년 잇단 조드(dzud·폭설 및 한파 재난)로 1200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축산업을 중심으로 삼는 몽골은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한국 등 각국은 물론 국제기구 등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몽골의 식품농업경공업부 '3인자'이자 축산정책관리국을 총괄하는 체벡미드 뭉흐나상 국장은 지난 18일 울란바토르에서 뉴시스 등 한국 취재진을 만나 "1999년 (조드) 자연 재해로 몽골이 어려운 상황일 때 한국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 개선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사회가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되면서 몽골 정부는 농축산 분야를 어떻게 개발·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한 정책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었을 때 선진국을 방문하여 노하우와 기술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벤치마킹 기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축산 분야는 정부 보조금 없이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조금 제도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부합하는 개발 프로그램을 배우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체벡미드 국장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본받은 모델 중 하나는, 개발 시기에 큰 역할을 했던 새마을운동”이라며 “몽골에서는 이를 참고해 ‘하나의 군, 하나의 조합’ 제도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신조합'이라는 캠페인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농축산 분야 발전을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하나의 군에 여러 조합이 있는 신조합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코이카와 지구촌나눔운동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통해 축산업 종사자의 역량 강화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농업부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양국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울란바토르=뉴시스]몽골의 식품농업경공업부 ‘3인자’이자 축산정책관리국을 총괄하는 체벡미드 뭉흐나상 국장이 지난 18일 울란바토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수헌PD bi2og@naver.com,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2025.04.24.

몽골 축산업 생산량 증대 지원…완성품은 현지 이마트서 팔린다

코이카는 여러 경로를 통해 파트너국인 몽골을 지원하고 있다.

다와자브 조합장은 코이카가 '축산협동조합을 통한 소득증대 및 영세농가 축산역량강화 사업' 일환으로 NGO 지구촌나운동이 설립한 조합 3개 중 우르문 샤르갈 협동조합의 조합장이다.

다와자브 조합장은 한국 코이카, 지구촌나눔운동의 설득을 계기로 축산업 역량강화 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소 품종 개량을 위한) 인공수정의 중요성과 공동체 협업의 필요성, 집약 축산 시스템 등 구체적인 교육을 통해 큰 영향을 받았다"며, "교육을 들은 12명이 함께 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속한 자르갈란트 밀크 협동조합은 단순한 생산 단체가 아니다. 이 조합은 코이카, 지구촌나눔운동의 지원으로 조합원이 생산한 원유를 직접 공장에서 가공하고 완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유통함으로써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수익의 배당금화가 가능한 구조를 구축했다.

코이카의 지원을 받은 지구촌나눔운동은 현지에 자르갈란트 지역개발교육센터를 설립해 조합원들의 교육,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센터는 곁에 우유 가공 공장도 두고 있다. 조합원들은 여기서 직접 우유를 가공한 완성품을 현지로 유통하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 마트로도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

다와자브 조합장은 "지금은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조합원들의 동기 부여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성 강화를 위한 소 품종 개량 중요성과 이에 대한 한국의 지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코이카 등의 지원으로 "소 품종 개량을 70% 정도 달성했으며, 인공수정과 사료 공급의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품종 개량은 한국의 지원을 통해 인공 수정, 사료 공급 등을 통해 성사됐다. 향후 지속적인 노력,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와자브 조합장은 한국 측의 지속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료 가공, 거름 혼합, 특히 콩 사료처럼 몽골 기후에서 어려운 작물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예산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측면의 협력도 요청하며, "공장 규모를 키우고 장기적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서울=뉴시스]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의 지원으로 한국 비정부기구(NGO) 지구촌나눔운동이 몽골에 유목민, 농축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한 자르갈란트 지역개발교육센터의 지난 15일 전경. (사진=김수헌PD bi2og@naver.com,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2025.04.24.

한몽 수교 35주년…파트너·협력국으로서의 몽골

체벡미드 국장은 한몽 수교 35주년을 축하하며 기존 협력 분야의 협력 강화, 새로운 부분에서의 협력 등을 촉구했다.

그는 "양국 정부 간 교류로 시작된 협력이 민간과 주민들까지 확산되었고, 한국에서 유학가거나 일하며 배우고 돌아온 이들이 현지에서 기술을 실천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체벡미드 국장은 특히 한국에서 몇 년간 일한 뒤 몽골에서 돌아와 성공한 축산업가 다와수렝 씨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에서 배운 경영 기술과 매니지먼트 노하우가 실제로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새 협력 분야로 기후변화를 언급하며 몽골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0%가 축산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몽골의 많은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아직 온실가스 문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한국은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가와 기관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몽골이 한국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농축산 분야의 비즈니스 기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몽골은 넓은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 관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매니지먼트 기법과 경험이 접목된다면 몽골의 농축산업은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뉴시스]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가 지원한 한국 비정부기구(NGO) 지구촌나눔운동이 설립한 축산업 조합의 우유 가공품들이 현지 몽골 이마트에 진열된 모습.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2025.04.24.


인구 증가와 식품 소비 변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몽골에서는 전통적인 5축(말, 소, 양, 염소, 낙타) 외에 돼지고기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양돈장이 부족하다"며, "양돈 산업에 대한 한몽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미래 소비 트렌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유엔이 2026년을 유목민의 해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몽골은 유목 문화를 보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해당 유엔 결의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찬성 입장을 취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자르갈란트=뉴시스]몽골 자르갈란트에서 방목되는 소들이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다. (사진=김수헌PD bi2og@naver.com, 지구촌나눔운동 제공) 2025.04.24.


체벡미드 국장은 "농축산업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몽골 전통 문화와 생존을 잇는 생태적 기반"이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몽골 현지에서 유목민, 축산업을 지원하며 민간에서 양국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조현주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은 한국이 선진국으로서의 ODA를 책무를 다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러한 활동이 결국 "(몽골에서의) 한국 이미지 개선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ODA 활동이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최전선의 외교활동"이라며 코이카의 NGO, ODA 지원이 "국가적으로 장기적 차원에서의 투자"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활동이 양국 관계 강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랑게렐 바트더르지 지구촌나눔운동 몽골사업소 소장은 코이카 지원으로 현지 주민들에게 소 품종 개량, 인공수정 무료 제공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제는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기준인 ISO9001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거주한 적도 있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그는 현지 일자리 창출 등 부분에서도 코이카의 지원이 닿고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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