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도, 현차도 손놨다…트럼프 관세 후폭풍에 M&A 시장 고꾸라져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불확실성 높아지며 올해 1분기 경색
거래 규모 年 30조원대 굳어져
SK·롯데 등 계열사 매각 나서고 있어
대기업 인수자 없어지며 시장 침체
삼성·현대차 M&A 적극 나설지 관심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부과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자들이 수천억원~수조원을 써서 기업을 인수하기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재 기사에선 현재 국내 M&A 시장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 거래규모는 35조6734억원으로 2023년 대비 16% 증가했습니다. 3년 만에 성장한 셈이죠.
국내 M&A 시장은 저금리에 따른 호황을 누린 2021년 71조503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금리 상승과 자금조달 시장 경색, 경기 침체 여파로 2022년(39조4277억원), 2023년(30조6458억원)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소폭 거래액이 늘었습니다.
지난해는 빅 딜도 10건에 달했습니다. 빅 딜이란 거래액 1조원 이상의 대형 거래를 의미합니다.
국내 주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약 2조7000억원에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인수한 것이 거래액 기준 가장 큰 딜이었습니다. IMM 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2조700억원), 중국 CSOT의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생산법인 인수(2조256억원),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1조5729억원) 등이 주요 딜이었습니다.
SK·LG·롯데·태영 등 주요 대기업이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업 매각에 나섰고, 이를 국내 사모펀드·중국계 법인이 사들이면서 M&A가 활기를 띤 것입니다.
올해 1분기 M&A 거래규모는 4조103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8106억원) 대비 감소했습니다. 호황기인 2021~2023년 1분기 M&A 딜이 8조~10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거래 규모는 미약합니다.
올해 1분기 주요 M&A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8694억원), 새마을금고의 M캐피탈 인수(4670억원), 스맥·릴슨PE 컨소시엄의 현대위아 공작사업부 인수(3400억원) 등이 있었습니다. 조 단위 ‘빅 딜’은 없었습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아직 뚜렷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해외 수출 물량이 많은 제조기업의 경우엔 원매자들이 인수를 꺼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에어프로덕츠코리아(5조~6조원), SK실트론(4조원), 클래시스(3조원), 롯데카드(3조원), HPSP(2조원), 롯데손해보험(2조원), 효성화학 스틸코드 부문·SKIET(1조5000억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를 인수할 주체가 없습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를 5조원 이상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매각전에 발을 빼면서 사실상 이 부분이 무산됐습니다.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CJ제일제당은 1년 3개월 만에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나섰습니다.
롯데카드(3조원), 롯데손해보험(2조원) 등 금융사는 지난해부터 원매자를 찾고 있지만 좀처럼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매물로 나온 HPSP, 클래시스 역시 아직 뚜렷한 인수자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M&A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고, 인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국내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내 M&A 시장도 年 30조원대로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역할 부재입니다.
M&A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대기업이 ‘바이어(Buyer·인수자)’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 SK·롯데를 비롯해 많은 대기업이 바이어가 아닌 셀러(Seller·매도자)가 된 상황입니다. 대기업들도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부채비율 관리 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대기업 중에 부채비율서 자유로운 곳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입니다. 삼성전자는 현금성자산만 100조원에 달할 정도로 ‘무차입 경영’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시장엔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콜옵션 행사 전제·총 투자금액 1조원) 이외엔 이렇다 할 빅 딜이 없는 상황입니다.
IB업계선 삼성전자가 물꼬를 터야 국내 M&A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2016년 11월 약 9조원을 들여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에, 이렇다 할 빅 딜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유의미한 M&A 사례를 내놓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차원에서도 IB와 소통하며 어떤 기업을 인수할지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다만 국내선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대규모 M&A를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로봇산업,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서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줘야, 국내 M&A 시장도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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