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와, 여기가 진짜 금강산 첫 자락 맞나요?”
1시간가량 오르고 3번 감탄하는 금강산 화암사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형형색색’ 단아한 ‘쉼’ 전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 고구려 역사를 되새기며 관객수 500만을 넘긴 ‘안시성’. 히트작으로 평가받는 두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한 사찰, 최북단 강원 고성군 토성면 금강산 자락에 고즈넉이 자리한 화암사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요즘 속세에 찌든 때를 잠시 내려놓으려는 방문객들의 발길과 환한 미소로 생동감을 전한다.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의 첫 봉우리 신선봉 아래 랜드마크인 수바위를 거느린 전통사찰 제27호 화암사는 오색찬란한 봄꽃들 사이로 대웅전 앞뜰에 형형색색 내걸린 연등이 멀리서 보면, 무지개를 수놓은 듯 화려하지만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단아하기 이를 데 없다.
이곳은 전통사찰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짧은 시간에 둘러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미시령 옛길로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면, 화암사의 구경은 시작된다.
그리 길지 않은 첫 관문을 지나면 4.1㎞의 금강산 화암사 숲길을 마주한다. 잠깐을 걷다 보면, 화암사의 랜드마크인 수바위(쌀바위)가 걸음을 멈춰 세운다. 이 바위에는 예부터 얽힌 설화가 전해진다. 큰 바위에 구멍이 하나 있었는데, 끼니마다 그 구멍에 지팡이를 넣고 세 번 흔들면 2인분의 쌀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기를 수년이 지난 어느 날 욕심 많은 한 객승이 이를 보고 ‘3번 흔들어 2인분의 쌀이 나오면, 300번 흔들면 200인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팡이를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구멍에서는 피가 나왔고, 이후 쌀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재미난 설화다. 그래서 이곳 화암사는 1912년부터 벼 화(禾)자와 바위 암(巖)자를 써 화암사(禾巖寺)라 부르고 있다.
시작점에서 200m를 올라가면 정상인 금강산 신선대까지 1.2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이내 반긴다. 금강산의 비경인 수많은 바위들을 감상하는 최단 거리 등산코스나 마찬가지다.
이곳을 조금 지나면 시루떡처럼 큰 바위를 몇 겹 올려놨다는 형상에서 유래한 ‘시루떡 바위’를 만나 잠시 셀카를 찍고 조금 숨을 내쉬며 오르면 이내 정상인 신선대(성인대)가 나와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뻥 뚫린 시야에 동해와 주변 시내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 고개를 돌려 북쪽을 보면 일만이천봉인 금강산 자락의 제1봉인 신선봉(성인봉)이 눈앞에 들어와 두 번째 감탄사를 연발하고 다시 고개를 서남쪽으로 돌리면 설악산 울산바위가 큰 병풍처럼 시야를 꽉 채우며 세 번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잠시 숨을 돌리고 큰 바위 두 개를 형상화한 화암사 하트바위 사이로 안전하게 기념 촬영을 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외친 ‘야호’가 메아리 돼 울산바위를 터치하고 미시령 도로를 건너 다시 금강산 신선대에 선 내게로 되돌아온다.
26일 찾은 화암사 신선대 정상에서 만난 젊은 연인들은 연신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는 “와 정말 이곳이 진짜 금강산 첫 자락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며 “울산바위와 미시령 도로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하산은 더 쉽다. 그래선지, 이곳은 인스타 감성을 느끼고 싶어 하는 젊은 층들이 주말이면 올라 다양한 샷으로 ‘오감만족’ 감성을 충전하는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화암사로 발길을 옮겨 전통찻집 청황에서 다양한 메뉴를 시켜놓고 있노라면 저절로 수바위가 눈에 들어와 ‘바위 멍’도 할 수 있는 명당으로 손꼽힌다.
주말을 맞아 금강산 첫 자락의 첫 사찰 화암사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 요즘, 모든 이들에게 국태민안을 전하듯,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가족 건강’, ‘시험 합격’, ‘돈 잘 벌게 해달라’, ‘토지매매’ 등 연등 밑에 내걸린 수많은 소원지들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봄날 같은 주말에 잠시 짬을 내 이곳 화암사를 찾는다면, 비록 지금은 가지 못하는 그리운 금강산의 첫 바위를 몸으로 느끼며 탁 트인 동해를 마음에 담아갈 수 있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그 첫 관문이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는 최북단 고성군 토성면 금강산 화암사다. 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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