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풍’ 이미지 생성 트럼프가 웃는다
2023년 5월 미국 상원 의회 청문회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이 출석했다. AI의 빠른 발전과 그 위험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던 상황이었다. 올트먼은 AI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기술이 잘못되면 완전히 잘못될 수 있다. 우리는 정부와 함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싶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조 바이든 정부는 그해 11월 ‘안전·보안·신뢰’를 기반으로 AI가 발전해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연구지원과 인력양성 등 진흥 정책, 미국 주도의 AI 표준 확립 등 내용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규제 방안으로 채워졌다. 이 조치에 따라 기업은 AI의 안전성 평가 결과를 정부에 보고해야 했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개별 부처가 AI 기술을 관리 감독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지점에서 AI 기업의 책임성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전임 바이든 정부의 AI 행정명령을 폐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장벽을 제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취임 첫 주 AI 데이터센터에 5000억 달러(약 737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샘 올트먼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올트먼은 AI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분위기를 맞췄지만,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챗지피티가 3월부터 시작한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 서비스가 있다. 올트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브리풍 이미지를 게시하며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해 “GPU가 녹고 있다”라고 앓는 소리로 성공을 자축했지만, 연합통신사 AP는 “이 현상이 저작권 있는 창작물을 학습하는 AI에 대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라고 전했다. AI가 학습하는 정보의 저작권 문제는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이미 2023년 청문회에서 학습 데이터에 관한 문제가 지적됐고, 〈뉴욕타임스〉 같은 일부 언론은 AI 기업들이 기사 저작권을 침해해 무단으로 AI 학습에 이용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오는 7월 말까지 AI 관련 정책을 정비하도록 지시했다. 올트먼은 이 기간에 저작권 논쟁에 불을 지펴서 문제를 극복하려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트먼의 오픈AI는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중국 기업은 데이터 학습에 제한이 없는데 미국 기업은 그렇지 않다”라면서 AI 리더십 강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호응하며, 정부의 공공데이터와 저작권 있는 작품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국제경쟁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기업은 AI 학습이 연구·교육·보도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공정 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사고 일으키면 누가 배상?
연방정부는 7월까지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AI 규제 완화라는 방향은 정해져 있는 분위기다. J. 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60여 개국 대표가 참석한 AI 행동 정상회의 때 “과도한 규제가 혁신 부문을 죽일 수 있다”라며 AI 기술 규제에 반대했다. 동시에 미국은 정상회의 결론으로 기술 안전과 신뢰 확보, 시장집중 방지, 노동시장의 긍정적 효과 목표 등을 담고 있는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AI 성명’에 서명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방정부의 정책 방향 변화와 달리 개별 주(州)의 규제 조치는 2025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그중 오픈AI 등 대표적 AI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가 가장 앞서 있다. 1월부터 캘리포니아주는 미디어에서 AI 생성 이미지 활용을 제한하고, 의료·상담 등 분야에서 AI 활용을 사전에 알리며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법안이 시행됐다. 또한 건강보험 승인 등 인간에게 영향력을 주는 결정을 AI가 해서는 안 되며, AI가 생성하는 개인정보도 개인정보보호법 수준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공포됐다. 다양한 법안 중에서 AI 기업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용은 AI 학습 데이터 정보의 출처와 저작권 구매 여부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본격 시행되면 각 기업이 AI가 학습한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만큼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2024년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AI 시스템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에 배상책임 의무를 지우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개빈 뉴섬 주지사의 거부권으로 막힌 바 있다. 뉴섬 주지사는 AI를 활용한 인간의 범죄 책임까지 기업에 물릴 수는 없다며 법안을 거부했지만 AI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리고 종합적 대책 검토와 더불어 캘리포니아주가 AI 규제의 표준을 세워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며, 기타 18개 AI 관련 법을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가 상반기 큰 쟁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기업들은 주별 법안 대응보다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공정 이용’ 승인을 받아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 중이다. 반대로 예술가와 출판 단체들은 AI 학습 데이터를 공개하고, 저작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현의 자유와 그 결과물인 저작권 보호에 강경한 미국에서 7월 어떤 결론이 날지 초미의 관심사다.
장기적으로 AI 규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학습 데이터가 AI 서비스 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AI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벌어지는 일의 양상과 범위, 책임 문제도 복합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된 18개 법안과 이미 발의된 법안 수십 개가 그 복잡성을 상징한다. 회사에서 인력 평가 및 배치, 임대주택 배정 및 건설 결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는 속도만큼 다양한 규제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다. 2025년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기술을 활용하는 공동체의 기준을 정하는 속도도 숨 가쁘게 달려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뉴욕·양호경 통신원 editor@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