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에도 취향이 있다…살림 고수들의 팬트리

신축 아파트의 장점 중 하나는 ‘멀티 수납공간’인 팬트리다. 이런 실용적인 공간을 구축 아파트나 단독주택에도 적용할 수는 없을까. 공간이 곧 자산인 시대, 살림 고수들의 아이디어를 참고해보면 해답이 보인다.
팬트리의 사전적 의미는 ‘식료품 저장고’다. 그러나 다수의 살림꾼은 이 공간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지하지 않는다. 정리 수납 전문가 정세옥씨는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직장인 한유라씨(가명)에게 집은 ‘나만의 방식으로 꾸며가는 나를 위한 공간’이다. 애지중지 가꿔온 집, 유일한 단점은 자잘한 생활용품을 수납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씨는 세탁실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팬트리를 만들기로 했다. 큰 수납장을 들인 다음 품목별로 나눠 자주 쓰는 물건은 눈높이에 맞게, 사용 빈도가 낮은 물건은 하단부에 정리했다.
특히 신경 쓴 대목은 ‘투명 수납’이다. 박스 내부에 어떤 물건이 들었는지 한눈에 보이면 물건을 사용할 때에도 편리하고 재고 파악이 쉬워 불필요한 쇼핑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리빙박스 크기나 컬러를 맞추면 보기에도 깔끔하고 공간 역시 넓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또한 비슷한 종류의 물건을 한곳에 모아두면 필요한 물건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고, 정리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빙 인플루언서이자 프리랜서 브랜드 마케터인 서주혜씨는 베란다 확장 인테리어 당시 철거가 불가했던 날개벽을 활용해 그릇 전용 팬트리를 만들었다. 오랜 자취 생활로 다져진 내공으로 평소 아끼는 살림살이들을 보관할 수 있도록 수납 선반을 짜고 문 겉면을 거실 벽면과 같은 소재로 마감해 마치 ‘히든 도어’처럼 연출한 것이다.
특히 선반에는 앞뒤로 졸대(몰딩관)를 끼워 단단하게 한 다음 무거운 냄비와 그릇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선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다보 피스 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 유연하게 대응했으며, 애매한 높이의 공간에는 이너 선반을 넣어 수납력을 높였다. 서씨는 “제한적 공간이라면 쓰임이 없는 물건을 과감하게 비워내야 한다”며 “각각의 선반에 이름표를 달아두거나 ‘정리템’의 도움을 받아 수납 효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방 하나와 기존의 세탁실 공간 일부를 이어 팬트리로 꾸민 살림 인플루언서 최혜미씨는 결혼 후 한 집에 10년 정도 거주하며 늘어난 물건들을 보면서 ‘어차피 보관할 거라면 더 찾기 쉽고 보기 좋게 정리하자’는 생각으로 팬트리를 만들었다. 깔끔한 정리의 비밀은 꼼꼼한 사전 계획과 수납할 물건, 즉 내가 가진 물건들의 종류와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최씨는 팬트리에 정리할 물건들을 나열하고 이를 넣을 수납함을 결정, 위치와 크기를 계획했다. 그는 “팬트리는 열린 공간이라 먼지가 잘 쌓인다. 그래서 청소가 쉬워야 한다”면서 물건을 겹쳐두거나 복잡하게 수납하면 청소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켜켜이 쌓여 외면하게 되는 짐과 함께 살 것인가, 나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다시 숨 쉬게 할 것인가. 정리하기에 제격인 계절, 봄이 왔다. 지금이야말로 공간을 다시 디자인할 최고의 기회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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