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흑인에게만 가혹해? 안일한 플레이 두고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거진 MLB[슬로우볼]

안형준 2025. 4.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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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최근 SNS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팀 최고 스타인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가 X(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이다. 아쿠나의 글은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사건은 지난 4월 20일(한국시간) 벌어졌다. 애틀랜타가 미네소타 트윈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맞붙은 경기. 양팀이 3-3으로 맞선 6회말 무사 1루에서 9번 우익수 제러드 켈닉이 우측 담장을 향해 커다란 타구를 날렸다. 담장을 넘어갈 것처럼 보였던 타구. 하지만 트루이스트 파크의 높은 우측 담장이 타구를 가로막았고 공은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1루 주자였던 닉 앨런은 3루까지 향했지만 홈런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켈닉은 1루 근처에서 급히 속도를 높여 2루까지 질주했지만 2루에서 아웃됐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기본을 망각한 행동이었다. 후속타자 알렉스 버두고의 적시타로 애틀랜타는 결국 4-3 승리를 거뒀지만 켈닉의 플레이는 비판을 받을만한 안일한 행동이었다.

이 플레이가 논란으로 이어진 것은 아쿠나 때문이었다. 아쿠나가 SNS에 "나였다면 교체됐을 것"이라는 글을 올린 것. 현재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인 아쿠나가 같은 팀을 '저격'한 것이었다.

아쿠나의 저격 대상은 켈닉보다는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이었다. 스니커 감독은 비슷한 상황에서 아쿠나를 문책성 교체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켈닉을 교체하지 않았고 해당 플레이에 대해 별다른 비판적인 반응을 내놓지도 않았다.

아쿠나가 문책성 교체를 당했던 것은 2년차 시즌이던 2019년. 6년 전의 일이다. 6년 전의 일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아쿠나가 스니커 감독이 켈닉을 나무라지 않자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쿠나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이미 일파만파 퍼진 뒤였다. 여기에 디 애슬레틱의 저명 칼럼니스트 켄 로젠탈이 스니커 감독이 비슷한 '허슬 플레이 부족'을 이유로 몇 년 전 엔더 인시아르테, 마르셀 오주나를 경기 중 교체했던 전력을 꺼내며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백인인 스니커 감독이 문책성으로 교체한 선수들은 모두 라틴 아메리카계 선수들이며 교체되지 않은 켈닉은 백인이라는 것이었다. 로젠탈은 "인종 문제가 얼마나 작용한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는 인종의 관점에서 이 일을 바라볼 것"이라며 자신은 뒤로 한 발을 뺐지만 민감한 주제인 인종차별이 전면에 불거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SNS에는 스니커 감독을 향해 인종차별 주의자라 비난하는 글들이 빠르게 확산됐다.

다만 모두가 이 문제를 인종차별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전직 빅리거들의 시선은 냉정했다. 애틀랜타의 스타였던 제프 프랑코어는 이번 문제에 '인종차별'을 끌어들인 로젠탈을 향해 "내가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멍청한 기사였다. 스니커는 야구계에 50년간 몸담은 사람이고 (흑인인)행크 애런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린 사람이었다"고 비판했다.

프랑코어는 백인이지만 흑인 선수도 이 문제를 인종차별로 바라보지 않았다.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재비어 스크럭스는 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에 대해 아쿠나와 켈닉에 대한 '기대치'의 차이라고 짚었다. 아쿠나는 데뷔 전부터 애틀랜타가 팀의 미래로 여긴 선수. 비록 특급 기대주였지만 이제는 백업 외야수로 전락한 켈닉과 팀이 바라는 모습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장의 입장에서 아쿠나에게는 팀의 상징이자 미래의 리더로서 완벽한 모습을 원하지만 백업 선수인 켈닉의 실수와 결점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니커 감독이 세 라틴계 선수와 백인인 켈닉을 두고 다른 처분을 내린 것이 인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스니커 감독의 다른 선택에 선수들의 팀 내 위치, 전적 등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짐작은 할 수 있다.

한 번의 문책성 교체에 몇 년 째 앙심을 품고 있었지만 사실 아쿠나는 '전적'이 화려한 선수다. 단 한 번의 안일한 플레이가 곧장 문책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MLB.com은 아쿠나를 두고 "문책성 교체 전에도 후에도 그런 플레이가 몇 번씩 있었다"고 꼬집었다. 2019년 당시 아쿠나의 안일한 플레이를 '참다 못한' 스니커 감독이 문책성 교체라는 강수를 뒀을 수도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 신인급일 때 '정신 교육'을 확실하게 시키겠다는 의도였을 수 있다.

하지만 문책성 교체를 두고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기는 커녕 앙심을 품기만 했던 아쿠나는 2019년 포스트시즌에서 기어이 '대형 사고'를 치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019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아쿠나는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담장 쪽으로 커다란 타구를 날린 뒤 공을 바라보며 폴짝폴짝 뛰며 마치 세리머니를 하듯 타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공은 담장을 넘어가지 못했고 출발이 늦었던 아쿠나는 1루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애틀랜타는 후속타자 아지 알비스의 땅볼, 프리먼의 사구 이후 조시 도날드슨이 병살타를 기록해 7회말 득점에 실패했다. 그리고 3-1로 리드하던 경기를 6-7로 역전패했다.

아쿠나가 열심히 뛰어 무사 1루가 아닌 무사 2루로 다음 타순이 이어졌다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 득점과 함께 승리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1차전을 그렇게 패한 애틀랜타는 결국 세인트루이스에 2승 3패로 시리즈를 내주고 탈락했다.

당시 아쿠나의 플레이를 두고 팀 동료들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팀 최고 스타였던 프레디 프리먼(현 LAD)은 아쿠나의 반복된 그런 플레이에 대해 "실망했다. 그 문제를 이미 지적한 적이 있다.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나. 플레이오프는 물론 정규시즌에도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베테랑 포수 브라이언 맥캔도 아쿠나의 플레이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았고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역시 흑인 선수인 알비스마저도 "아쿠나가 더 잘했어야 했다. 몇몇 선수들이 그에게 '공을 친 뒤에는 뛰어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게 아쿠나가 했어야 하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MLB.com도 스크럭스와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다. MLB.com은 1998년 팀을 이끌던 바비 콕스 감독이 당시 21세였던 앤드루 존스가 커다란 타구를 친 뒤 뛰지 않고 공을 바라보자 곧바로 경기에서 뺀 일을 언급하며 팀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기대주를 엄격하게 훈육한 것이라고 짚었다. 존스는 애틀랜타의 왕조를 이끈 최고의 선수였고 엄청난 커리어를 쌓았지만 커리어 내내 '워크에식(성실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시아르테가 문책성 교체를 당한 것은 2018년, 오주나는 2023년이다. 2018년 인시아르테는 애틀랜타의 주전 중견수, 2023년 오주나는 지금과 동일하게 주전 지명타자였다. 두 선수 모두 팀의 핵심 전력이었던 것. 플래툰 벤치 멤버인 켈닉이 아닌 아쿠나와 동일한 입지다. 스니커 감독이 보였다는 '이중성'의 진실은 흑인에게 가혹하고 백인에게 관대한 것이 아니라 주전 핵심 선수들에게 더 엄격하고 후보급 선수들은 다소 느슨하게 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 오주나는 2021년 가정폭력 문제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는 만큼 더 완벽한 모습을 주문했을 수 있다.

물론 스니커 감독의 태도가 전적으로 옳았다고 할 수는 없다. 주전이든 벤치 멤버든 그라운드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 벤치 멤버라고 해서 안일한 플레이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당시 아쿠나를 향해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 너와 함께 뛰는 24명의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을 다해라. 등에 적힌 네 이름보다 가슴에 적힌 팀의 이름이 더 중요하다"고 일갈했던 스니커 감독은 이번 켈닉을 두고는 "항상 머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열심히 뛰던 선수"라며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누군가는 마음을 다칠 수도, 누군가에게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태도였던 것이 사실이다.

2018년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 상을 수상했고 2021년 애틀랜타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스니커 감독은 선수들을 위하는 사령탑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8년 아쿠나가 사구에 맞자 분노를 참지 못해 벤치클리어링 끝에 퇴장을 당한 적도 있고 가정폭력 징계 후 돌아와 부진하며 수많은 비난에 시달린 오주나를 끝까지 믿고 기용한 감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팀 최고 스타가 공개적으로 감독을 저격하며 팀 내 균열은 물론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거지게 됐다. 아쿠나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애틀랜타는 시즌 초반 심각한 공격력 부진을 겪으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애틀랜타다.(자료사진=브라이언 스니커 감독과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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