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작가의 시즌 1호 집필… 드라마 각본도 이러면 욕먹는데, 광주는 광란의 콘서트였다

김태우 기자 2025. 4. 2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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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광주 LG전에서 복귀전 첫 타석부터 적시타를 치며 팬들을 환호하게 한 김도영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개막전에서 당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33일이나 1군 무대에서 자리를 비웠던 김도영(22·KIA)은 경기 전 약간 긴장한 기색이 있었다. 매번 만나는 취재진이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말투에서는 쉽지 않은 공기가 느껴졌다.

지난해 정규시즌 리그 MVP에 빛나는 김도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뽐내며 큰 기대를 모았다. 주위의 평가도 그랬고, 자신도 몸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더 가볍다고 했다. 경험도 쌓였다. 올해 지난해 수준의 활약, 어쩌면 지난해 이상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희망이 반 경기도 안 돼 날아갔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3월 22일 광주 NC전에서 안타 후 베이스러닝을 하다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파열 등 아주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재활 기간이 짧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보다 복귀가 늦었다. 김도영은 조급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느끼는 통증이 생각보다 일찍 사라졌기에 빨리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심리적으로 더 쫓겼다. 33일 동안 김도영은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완치 판정 후 퓨처스리그 실전 한 경기를 거쳐 25일 광주 LG전에 앞서 복귀한 김도영이었다. 김도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일단 신중했다. 1~2경기 정도는 김도영이 경기에서 하는 모습을 살피기로 했다. 일단 25일은 대타 출전이었다. 중요한 상황에서 쓰겠다고 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문제가 없으면 선발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초반부터 빵빵 칠 수 있겠나. 한 3~4경기 지켜보면 그다음부터는 아마 제 페이스를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도영은 실전 감각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웅적인 활약으로 힘찬 재시동을 걸었다 ⓒ연합뉴스

다분히 상식적인 이야기이자 합리적인 전망이었다. 33일을 쉬었고, 실전은 2군에서 딱 한 경기였다. 1군 복귀 초반에는 감을 찾는 데 당연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김도영은 역시 달랐다. 슈퍼스타였다. 상황도, 등장도, 결론도 다 그랬다. 마치 짜놓은 각본에 김도영이 들어가 날뛰는 것 같았다. ‘뭔가 기가 다른 선수’라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우선 상황이 만들어졌다. KIA는 1-3으로 뒤진 4회 선두 이우성의 볼넷, 한준수의 우전 안타, 변우혁의 좌전 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이렇다 할 대타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동료들이 김도영이 출현하기 가장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 또한 신이 만든 각본 같았다.

등장은 열광적이었다. 기대 득점이 가장 높은 무사 만루였다. 4회지만 김도영 카드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이범호 감독은 곧바로 김도영 투입을 지시했다. 그러자 김도영이 3루 더그아웃 앞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김도영이 그라운드로 나오자 만원 관중을 이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가 열광의 도가니처럼 변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 팬들은 구세주가 등장한 듯 환호했다. 데시벨이 하늘을 찔렀다.

결론도 완벽했다. 상대는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LG 좌완 에이스 손주영이었다. 무사 만루에서 일단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으려고 했다. 바깥쪽에 커브가 떨어졌다. LG 배터리로서도 설마 복귀전을 치르는 선수가 첫 타석 초구에, 그것도 가장 느린 커브를 노리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을 안 하는 게 확률 높은 승부였다.

▲ 스윙 하나로 경기를 바꿀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김도영 ⓒ연합뉴스

하지만 김도영은 달랐다. 타격에 시동을 걸며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조절한 김도영은 정타로 이 공을 받아쳤다. 타구는 2루수의 필사적인 다이빙을 뚫고 중견수 앞으로 빠져 나갔다. 안타가 되는 것을 확인한 김도영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 사이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이 됐다.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사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아직 주루는 조심스러운 김도영이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을 곧바로 대주자 박재현으로 교체했다. 김도영이 그라운드에서 나가 타석에 들어선 뒤, 약 30초 뒤 더그아읏으로 다시 들어간 셈이 됐다. 그러나 그 30초에 남긴 임팩트는 이날 3시간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냈다. 드라마 각본도 이러면 억지스럽다고 욕을 먹지만, 김도영의 슈퍼스타 기질은 그것을 현실로 그려내고 있었다.

팀이 졌다는 게 딱 하나의 아쉬움이었다. 5-3으로 앞선 6회 양현종이 흔들리며 결국 2점을 내줬고, 8회에도 실책이 빌미가 돼 결승점을 줬다. 웃지는 못한 날이었다. 그러나 김도영 한 명이 경기를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이날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조만간 대타가 아닌, 주전으로 나설 김도영이다. 패배 속의 위안이었다.

▲ 조만간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김도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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