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묻자 “과외 받았냐”…검증과 조롱 사이, 洪-韓 맞수토론 종료
“트럼프 만날 때도 전문가 데려갈 건가” “AI 200조 투자 현실성↓”
洪·韓, ‘87체제’ ‘공수처’ 손보기엔 공감…26일 마지막 ‘4자 토론회’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일대일 맞수 토론'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두 후보는 계엄·탄핵 사태 책임론부터 각 후보를 둘러싼 과거 논란까지 치열한 설전으로 약 180분을 채웠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대선 공약 및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논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채널A 오픈스튜디오에서 '일대일 맞수 토론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서로가 서로를 지목한 한동훈·홍준표 후보는 이날 약 3시간 동안 잇따라 진행된 두 번의 토론 내내 오디오를 꽉 채우며 공방을 이어갔다. 토론은 '자유주제', '개헌·정책', '유권자의 질문', '즉문즉답 OX' 등으로 구성됐다.
첫 토론은 한동훈 후보가 주도권을 잡고 진행했다. 한 후보는 '개헌과 경제' 코너에서 홍준표 후보의 공약을 조목조목 짚으며 지적했다. 그는 "홍 후보님 자서전을 보니 복지수당을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등 디지털화폐로 주자고 주장했는데, 취지가 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홍준표 캠프 정책총괄본부장)가 주장해서 그때(자서전 집필 당시) 그 용어를 알았다"며 "복지비용 누수가 없고 정확하게 전달되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고 답했다.
한 후보가 이어 "지난 대선 공약 때도 CBDC가 들어가 있는데 기억하느냐"고 묻자, 홍 후보는 "그때 제가 직접 발표한 공약은 별로 안 된다, 사무진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 후보는 "후보님 공약 아닌가"라며 "단독 저자라고 하는 (이번 자서전) 책에는 구체적인 설명이 나와 있다", "가상화폐 전문가인 트럼프와 만나서 얘기할 때도 전문가에게 얘기를 들었다고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홍 후보는 "(공약에) 소신은 들어간다"면서도 "(트럼프와 만날 때) 전문가와 같이 가야한다", "대통령이 어떻게 (구체적인 내용을) 다 알 수 있겠나"라며 맞받아쳤다. 이어 "(한 후보가) 지금 하는 말은 꼭 지난 탄핵 대선 때 모 후보가 H2O가 뭐냐면서 논박하는 모습과 비슷하다"며 "정확히 (정책의) 큰 흐름을 물어봐라", "과외 받고 왔구나"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한 후보는 "죄송하다. 근데 (제가 질문하는 건) 장학 퀴즈가 아니라 다 홍 후보님 책에 나온 얘기"라고 짚었다.
'모병제' 관련 홍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한 후보가 해당 공약을 두고 "2017년도에는 표를 얻으려는 얄팍한 술책이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7년 만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남북관계가 얼마나 변했나. 징병으로 충당할 자원이 어디에 있나"라고 반박했다.

洪-韓 개헌 두고는 이견, 공수처 폐지에는 공감
두 번째 토론에선 홍 후보가 주도권을 쥐고 한 후보 공약을 비판했다. 홍 후보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위해 2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한 후보 공약을 거론하며 "우리나라 1년 예산이 얼만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한 후보가 "350조원 정도"라고 답하자, 홍 후보는 "600조원"이라고 정정했다.
홍 후보는 이어 "AI 뿐만 아니라 우리 초격차 기술 부분 투자금액이 5조6000억원 정도다. AI 부분만 1년에 40조~50조원 투자할 수가 없다"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0조원 투자 얘기를 하니까 한 후보가 2배로 하겠다는 생각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는 "국가예산, 매칭펀드, 민간금융으로서의 지원을 통한 액수의 총합을 말씀드린 거"라고 설명했다.
두 후보는 개헌의 추진 속도를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한 후보가 먼저 "임기 후반에 개헌하자고 하면 누가 따라오겠나"라고 비판하자, 홍 후보는 "취임 후 개헌추진단을 만들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하고 발효시점을 2030년으로 하면 된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한 후보는 "그걸 민주당이 왜 받겠나"라고 지적했고, 홍 후보는 "민주당 입장은 4년 중임제로 가는 게 자기들에게 좋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이어 "민주당은 자기들이 된다(선거에 이긴다)고 생각하는데, 3년짜리 대통령을 하겠다는 개헌을 받아주겠나"고 반문했다.
이에 한 후보는 "우리가 집권해서 민주당에 3년 만에 내려올테니 개헌에 응해달라고 요청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집권'을 전제로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홍 후보는 그럼에도 "민주당은 자기들이 90% 집권했다고 판단하는 판인데, 3년짜리 하겠나"라며 "얄팍한 수로 국민을 속이려는 것도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두 후보의 공감대가 형성된 쟁점도 있었다. 개헌 쟁점에선 홍 후보가 자신의 공약인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 헌법재판소 폐지 등을 언급하며 한 후보의 의견을 묻자, 한 후보는 헌재 폐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87체제는 이제 문을 닫아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대선에 승리하면 청와대로 복귀하겠다는 입장도 일치했다. 한 후보가 "용산(대통령실)에 근무하겠다는 것이 입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청와대에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자, 홍 후보도 "청와대 복귀에 동의한다", "한 달 동안 용산에 있고, 청와대를 리모델링해서 보안구역을 축소하면 된다"고 공감했다.
두 후보 모두 검사 출신인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와 관련해서도 같은 방향성을 제시했다. 홍 후보는 "국가수사국을 두고 검찰은 공소유지를 위한 보완수사권만 갖고, 1차 수사권을 없애버리고 영장 청구도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개헌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도 "검찰 수사권 조정 문제는 얼마든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며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께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로 국민의힘 2차 경선 진출 후보자 4인(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후보)의 양자 토론은 종료됐다. 후보자들은 26일 마지막 4자 토론을 진행한다. 2차 경선 결과는 오는 29일 발표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1,2위 후보자가 최종결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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