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25만명 운집에 ‘원수지간’ 정상까지 온다
장례 절차 간소하게…목관 사용
100여년 만에 바티칸 외부 안장
트럼프 등 세계 정상들 총집결
프란치스크 교황의 시신은 25일 오후 7시까지 성 베드로 대성전에 머물다 26일 오전 장례 미사가 열리는 성 베드로 광장 야외 제단으로 운구된다. 교황청은 일반인 조문이 시작된 지 사흘 만에 12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고 25일 밝혔다.
교황전례원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례 예식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라며 “교황은 새로운 장례 규정을 통해 교황의 장례식이 이 세상의 권력자가 아닌 그리스도의 목회자이자 제자의 장례식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목관에는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M’ 한 글자만 새겨져 있다. 관 위에는 성경이 펼쳐 올려진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간직된다.
장례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 집전한다.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라는 입당송(入堂頌)을 시작으로 기도와 성경 강독이 이어진다. 이어 레 추기경이 강론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마지막 축복을 전한다. 미사가 끝날 무렵엔 레 추기경이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며 고별 의식을 마무리한다.
이후 성가대와 신자들이 라틴어로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베드로의 후계자로 교회의 목자가 되게 하신 자비로운 프란치스코 교황을 당신 말씀의 용감한 설교자요, 하느님 신비의 충실한 봉사자로 삼으소서”라고 말한다.
이후 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천사가 그대를 천국으로 인도할지니”라고 노래하며 장례 미사는 마무리된다.
수많은 신자는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라고 외치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경의를 바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장례를 주관하는 교황청과 바티칸시국뿐만 아니라 로마시와 이탈리아 정부 당국도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경비에 나섰다.
또 바티칸시국을 둘러싼 로마 전역과 그 주변에는 드론 탐지와 격추가 가능한 방공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주변 공역에는 비행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이탈리아군 전투기가 순찰을 벌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경찰 당국은 성베드로 대성당과 그 주변에 경찰관 2000여 명을 배치해 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후임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경비 체제는 유지될 에정이다.
대부분의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 안장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23년 12월 일찌감치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선택했다. 당시 교황은 “교황직에 오르기 전 일요일 아침이면 항상 그곳에 가서 잠시 쉬곤 했다. 아주 큰 인연이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역대 교황 중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곳에 안치된 교황은 1903년에 선종한 레오 13세가 마지막이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로마 4대 성전 가운데 하나로, 로마에서 성모 마리아가 봉헌된 최초의 성당이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는 7명의 교황이 잠들어 있다. 교황들 외에도 성 베드로 광장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 등 여러 유명인의 유해도 이곳에 안치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사목 방문 전후에 늘 이 성당을 방문해 성모에게 기도하고 은총을 구해왔다. 숨을 거두기 불과 9일 전인 지난 12일에도 부활절 주간의 시작을 기념해 이곳을 찾아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교황청은 27일부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례 미사가 모두 끝나도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기간을 갖는다. 이에 따라 5월 4일까지 매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추모 기도회가 열린다.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남미에서는 교황의 출신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자유세계의 지도자일지 모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좌석 배치도를 보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며 “이인자 취급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트럼프가 심지어 2열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교황청은 아직 공식적으로 자리 배치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재위 중이던 교황이 선종했던 최근 사례인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당시의 예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대표단의 좌석 앞자리는 가톨릭 군주국의 군주나 그를 대리해 참석한 왕족이 차지한다.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비(非)가톨릭 군주국들의 군주나 그를 대리해 참석한 왕족이 배치된다. 윌리엄 왕세자, 스웨덴 국왕 부부 등이 여기 해당한다.
그 다음 그룹이 나머지 세계 지도자들과 대형 국제기구 수장들 등이다. 이들의 자리는 각 국가의 프랑스어 명칭에 따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배정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 룰라 대통령 등 관계가 껄끄러운 인사들과 마주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2005년 4월에 열린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때도 보통 때 같으면 서로 만날 일이 없을 정도로 껄끄러운 사이인 국가지도자들끼리 마주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왕세자였던 현 찰스 3세 국왕은 극심한 인권침해와 독재정치로 세계적 기피인물이 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과 악수하는 광경이 카메라에 포착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통령도 악수를 나눠 양국 국내 보수파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단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문을 걸어 잠그고 비밀투표를 통해 차기 교황을 선출한다. 콘클라베 첫날을 제외하면 매일 두 차례씩 진행된다. 투표는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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