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에 같은 장소에서"... 홍준표-명태균 '추가 만남' 입증 카톡
최근 뉴스타파는 ▲홍준표 후보가 일명 '명태균 여론조사'의 실제 의뢰자, 즉 '진짜 고객'이라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증거, ▲나아가 2021년 4월 19일, 여의도의 맨하탄21 오피스텔 921호에서 명 씨를 직접 만나 '명태균 여론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 받은 정황, ▲또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둔 2021년 6월에는 대구 수성못 파스쿠찌에서 명 씨와 이준석 후보를 함께 만나 자신의 복당 문제를 논의·청탁한 의혹 등을 연속 보도했다.
그런데 이 같은 '홍준표-명태균 만남'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음을 시사하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명태균PC'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들이 두 차례 만난 장소와 날짜를 특정했는데, 추가적인 또 다른 만남이 있었던 것이다.
홍 후보는 2021년 5월에도 자신의 측근을 통해 명 씨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홍 후보 측근과 명 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수요일 4시에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같은 장소'에서"라는 문장이 나온다. 홍 후보와 명 씨가 특정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만난 정황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명태균 게이트'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홍 후보의 해명이 '거짓말'임을 증명하는 물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홍 후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홍 후보는 "자신이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또한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명태균PC'에서 추가 확인된 '홍준표-명태균-지상욱' 미팅 약속
'명태균PC'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결과, 2021년 5월 23일 일요일에 명 씨가 당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복원됐다. 이날은 일요일이었다.
"원장님 홍 대표님께서 월요일 약속을 수요일로 늦추고 싶으시다는대요 괜찮을까요?"
여기서 명 씨가 말하는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후보다. 그러니까 원래 월요일(24일)에 명 씨가 지 원장과 함께 홍 후보를 만나기로 했었는데, 홍 후보가 이 약속을 수요일(26일)로 미루자고 했다는 내용이다.
지 원장은 "그리합시다. 수요일로 하지 말고 일단 미룹시다"라고 답했다. 따라서 이들의 만남은 26일 이후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약속은 왜 미뤄졌을까? 같은 날 새벽, 명 씨는 홍 후보 아들의 친구이자 '홍준표 양아들'로 불린다는 측근 최 모 씨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먼저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명 사장님 대표님께서 월요일 약속 수요일로 늦추고 싶으시다는대요 괞찬을까요?"
'대표님께서 늦추고 싶으시다는대요'. 최 씨가 홍 후보의 지시 사항을 명 씨에게 전달하는 장면이다.
이어 최 씨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지역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수요일에 올라가셔야 한다더라구요."
'한다더라구요'. 역시나 홍 후보의 말을 명 씨에게 전하고 있다.
카톡 대화를 보면, 최 씨는 홍 후보의 지시 사항을 명 씨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비선 메신저'였다. 지금까지 뉴스타파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 씨는 ▲홍준표-명태균-이준석 만남뿐만 아니라 ▲홍준표-명태균-지상욱의 만남을 중간에서 조율하거나, 홍 후보를 대신해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까지 대신 납부한 그야말로 홍준표의 '최측근'이라고 볼 수 있다.
"4시에 같은 장소에서"... '홍준표-명태균' 수차례 추가 만남 정황
'홍준표의 메신저' 최 씨와 명 씨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주목해야 하는 내용은 또 있다.
"수요일 4시에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같은 장소에서"
홍 후보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며, 홍 후보와 명 씨가 만날 약속을 잡는 최 씨가 '같은 장소'라는 표현을 썼다. 장소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모두 잘 아는 그곳. 홍준표-명태균의 만남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은 대구가 아닌 서울로 추정된다. 홍준표가 대구에서 올라올 때마다 명태균 씨를 만난 단골 장소가 서울에 존재했다는 얘기다.
뉴스타파 보도 당일, 최측근은 해외 출국...경찰은 '뒷북' 수사 착수
지난해 12월, 홍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씨는 자신의 측근이 아니고 명태균 씨의 측근"이라고 썼다. 또 "최 씨는 선거 캠프 근처에도 온 일이 없는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라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보도를 종합하면, 홍준표의 이 같은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최측근 최 씨는 지난 14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뉴스타파가 '명태균PC'에서 복원한 '명태균-최 씨'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한 당일이다.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이 나오자,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최 씨 스스로의 의지였는지, 아니면 누군가 뒤에서 도피를 사주했는지는 앞으로 수사기관에서 밝혀야 할 부분이다.
뉴스타파 보도 후, 홍준표 고발 사건을 묵혀온 경찰도 뒤늦게 고발인 조사에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홍준표 후보는 뉴스타파 기자들의 반론 및 해명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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