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선 전 ‘이재명 선고’ 현실적으로 어려워”
“개헌은 필요, 국회 다수석 민주당 의지가 중요…대선주자들도 입장 밝혀야”
(시사저널=감명국·이혜영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 여정은 '헌법 수호' 선서에서 시작해 '헌법 파괴' 탄핵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던 탄핵 국면을 지나왔지만, 국민의 시선은 이제 또다시 대법원으로 향한다. '탄핵의 강'을 건너온 대한민국은 '대선의 강' 앞에서 사법부의 결정에 숨죽이고 있다.
헌법학자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4월2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을 쥔 대법원의 결정이 5월 중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중단돼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국가 최고 사법기구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연쇄적으로 정치 지형 및 판도를 결정하게 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상식과 타협의 토대 위에 '정치력'으로 풀어야 할 사안을 모두 법적 분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탓에 우리 사회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 전 파기환송, 대법 엄청난 부담 짊어져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대법원이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속도전을 펼치는 양상입니다. 6월3일 대선 전에 선고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대선까지 약 4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대법원이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선 전에 매듭짓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전원합의체에 올리는 과정까지는 신속하게 할 수 있지만 12명(조희대 대법원장 및 대법관 13명 중 11명 참여)이 모여 심리를 신속 진행하고 다수결로 결정하는 과정을 대선 전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대법원이 '상고 기각'으로 이 전 대표의 무죄를 확정하는 경우가 아닌, 만약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이 그 결정에 따른 엄청난 부담을 짊어져야 합니다. 이 전 대표 측에서도 상고 기각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고 나올 것입니다. 대법원의 결정이 선거와 맞물려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직전 선고 가능성은 현실성이 낮다고 봅니다."
대선 전에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거나, 또 나오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헌법 84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이 전 대표가 당선된다면 현직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조항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진행 중인 재판은 중단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법에 모든 상황을 다 규정해 놓을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 당선 전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결국 해석의 문제입니다. 헌법 84조가 규정한 '소추'의 의미가 좁게 해석해 기소만을 뜻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유지까지를 포괄하는지가 쟁점입니다. 이 불소추 특권 조항은 대통령제인 국가 중에서도 우리 헌법에만 명시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입니다. 미국조차 불소추 특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불소추 특권을 규정해 놓지 않은 미국도 대선 전에 재판에 넘겨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 되자 그를 기소한 특별검사가 직접 공소 기각을 신청했습니다. 특검의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해소됐습니다. 의사당 난동 사건과 관련해 공모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했던 특검은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없지만, (법무부 지침 등에 따라)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과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닉슨이 자진 사임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당시 특검은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재판은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이 전 대표와 트럼프·닉슨의 사례를 비교한다면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있는 우리 헌법의 적용은 당선 전에 진행 중인 재판도 중지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 해석입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소극적 관리에 그쳐야"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인을 지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어느 선까지 둘 것이냐를 놓고 매번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이는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민주적 대표성에 근간을 둬야 합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기 대선이 열리는 60일의 기간 동안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입니다. 그 60일 동안은 권한대행이 완전히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등의 중요 결정을 내리거나 임명을 할 게 아니라 소극적 관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법으로 일일이 다 정할 수는 없습니다. 경우의 수를 상정한다 해도 그것을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법적인 부분을 떠나 상식적으로도, 또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관념상으로도 잘못된 것입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은 향후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 등 여러 가지 쟁점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헌재의 판단이 정치권과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커질 듯하고, 이와 맞물려 대법원의 판단 역시 중요해졌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고, 또 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시스템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주체, 그리고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나 국회가 정치적으로 해결을 못 하고 사회적인 컨센서스(합의)도 이뤄내지 못하니 헌재나 대법원의 탄핵심판과 상고심 선고에 이목이 쏠리게 되는 것입니다. 불과 한 달 전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안 나오자 민주당에선 앞으로 헌재를 없애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했다가, 전원일치 인용 결과가 나온 뒤로는 조용해졌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한 권한대행은 조기 대선에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으니까 무리하게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서두르려 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상고심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이 이 전 대표의 어긋난 1심(당선무효형)·2심(무죄) 결과를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또 '헌법 84조' 등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할지를 판단하게 되는 전례 없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할 가치와 공감, 상식이 붕괴되고 극단적 주장이 힘을 얻으며 파당(派黨) 정치가 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헌재와 대법원도 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이번 탄핵을 계기로 1987년 체제 헌법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개헌을 통한 새로운 7공화국 헌법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와 언론, 정치권 원로 등을 중심으로 대두됩니다.
"개헌은 필요합니다. 국회 다수석인 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정부 형태도 중요하지만, 대선과 총선의 시기를 맞물리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행 5년 단임제를 끝내고 '4년 중임제'로 갈 경우 국회의원 선거와 시기를 맞춰서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개헌 로드맵을 제시하고 여러 방향으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해 대선주자들이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다만 '4년 중임제'가 필수적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현 제도(단임제)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이 4년간, 두 번 연임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연임을 위한 인기 영합 정책에만 매달릴 우려가 큽니다. 중임제보다는 오히려 주어진 임기에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단임제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4년 중임제보다 단임제가 더 나을 수도"
대통령 임기 외에 우선적으로 개헌 논의에서 다뤄야 할 사안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십니까.
"국무총리를 없애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장관과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총리가 있음으로 해서 대통령은 마치 왕과 같은 지위를 갖고, 총리는 국회에서 답변만 하는 역할처럼 돼버렸습니다.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장관과 직접 소통하면서 제대로 일하는 정부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역대 정부가 청와대나 대통령실 내 '그림자 권력'인 비서진을 중심으로 국정을 움직였는데, 고착화되면 권위적인 정부가 됩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이 같은 형태가 유지되면서 '성공한 정부'가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는 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현재는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보다는 9명의 재판관이 호선(互選)으로 소장을 임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탄핵 왕국'이 돼버린 상황을 타개할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은 총리·장관 같은 국무위원의 탄핵은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와 의결 기준도 모두 대통령(재적의원 과반수 발의, 3분의 2 이상 찬성 시 의결)과 동일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이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국무위원들은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는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987년 당시엔 독재권력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국회 권한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곧바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 그리고 헌재의 탄핵 인용 등으로 여전히 정국은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으로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은 형편입니다. 오는 6월 새롭게 출범할 정부와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국 안정이 최우선입니다. 정치와 경제, 외교 전방위적으로 대한민국은 격동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 대선 출마자들이 파격적이고 개혁적인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리하고 성급하게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국회 다수석을 확보하고 당선인 신분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해 허니문 기간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입법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2020년 총선에서 과반석 이상으로 승리한 뒤 오히려 정권 교체로 이어졌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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