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아트페어에서 만난 K-아트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올해 한국 작가들의 참여가 훨씬 더 많아진 것 같은데요?”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 전시장(DWC)을 걷던 중 낯익은 한국 작가들의 얼굴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왔다. 작년과 비교해 확연히 늘어난 한국 작가 이름이 적힌 캡션들을 보니 올해 한국의 존재감이 예년에 비해 더 뚜렷해진 것 같다.
매해 4월은 두바이의 예술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봄이 오면 한국에는 벚꽃이 피고 두바이는 예술의 향기로 가득찬다. 중동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 박람회 중 하나인 ‘월드 아트 두바이 2025’가 올해로 11회를 맞이해 더욱 대담하고 다채로운 색채로 돌아왔다.
올해 두바이에서 처음 개최된 코리안 아트 패스는 4월 한 달간 두바이 곳곳의 전시장, 상업지구, 문화 공간 등 6곳에서 한국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한국 문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세희 스프링스15 대표는 “두바이는 화려하고 개방적인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화적으로 높은 장벽이 있는 곳이다. K팝처럼 대중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의 예술’을 소개하는 일은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예림 화백은 물감을 주사기에 담아 뿌리는 독특한 기법으로 <HER LOGO CITY> 등 도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도시를 홀로 거니는 인물의 시선으로, 건축물과 건축물 간격을 주사기로 표현한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가명 ‘살랭’(Saleign)’으로 활동하는 윤채령 화백 역시 <Summer Greenery>를 포함해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과거에 비해 지금의 두바이는 초록이 살아 있고,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들과 함께 도시가 숨을 쉬는 느낌이다. 두바이의 여름과 녹음을 일종의 찬사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정서와 환상적 이미지가 공존한 작품도 있었다. 달빛 속 정원에서 말들이 뛰어노는,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Happy Memories> 작품을 출품한 김은희 화백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예술을 잘 모르는 초보자라 해도 그저 천천히 걷고, 마음을 끄는 그림 앞에서 멈춰 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은 충분히 즐겁다.
흥미로운 사실은, 월드 아트 두바이 2025와 중동의 또 다른 메이저 아트페어인 ‘아트 두바이 2025(Art Dubai 2025)’가 올해 정확히 같은 시기에 열렸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편에서는 미술 시장의 중심지인 아트 두바이가, 다른 한편에서는 보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월드 아트 두바이가 나란히 열려 관람객과 미술관계자들 모두가 바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 아직 ‘주류’라고 하기엔 부족할 수 있지만, 한국 작가들이 중동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매년 꾸준히 참여하고 그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였다. 단순한 참가를 넘어, 현지와 연결되고, 관객과 반응하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는 한국 예술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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