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스스로 뒤집은 김건희 ‘도이치 모터스’ 무혐의… 서울고검 “재수사” [뉴스+]
당시 김 여사 출장 조사하고 검찰총장 늑장 보고해 파장
검찰 결론 6개월 만에 뒤집힌 셈...고검 이례적 직접 수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간다. 김여사에 대한 고발을 접수한 지 4년3개월 여만에 “기소할 수 없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던 검찰이 6개월 만에 이를 뒤집고 다시 김 여사에게 칼끝을 겨눈 것이다.
서울고등검찰청(고검장 박세현)은 25일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사는 서울고검이 직접 맡는다.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관계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고검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3일 권 전 회장 등 관련자 9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여사와 비슷하게 시세조정에 계좌가 동원된 ‘전주’ 손모씨도 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갖은 잡음을 일으켰고, 윤 정권 내내 정쟁의 소재가 됐다.
검찰은 2020년 4월 김 여사에 대한 고발을 접수했으나 이렇다 할 수사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수사를 본격화한 후 10월17일 당시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가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은 당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김 여사의 시세 조정 가담 혐의에 대해 엄정히 검토한 결과,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 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했는데, 장소는 검찰 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하는 부속 건물이었다. 이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공개 출장조사로 ‘황제 조사’ 논란을 낳았다. 출장 조사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병행해 이뤄졌다.
출장조사 때 이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하면서 ‘검찰총장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총장이 반대할 걸 알고 중앙지검이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출장조사가 이뤄진 후 이원석 검찰총장이 “국민께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하기까지 했다.
질질 끌었던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로 급물살을 탔는데, 결론이 나기에 앞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낸 인사로 중앙지검 수장이 송경호 지검장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맡았던 이창수 지검장으로 교체됐다. 김 여사 수사를 담당하던 김창진 1차장검사와 고형곤 4차장검사도 자리를 옮겼다.

만약 김 여사의 유죄가 증명된다면 서울중앙지검이 부실 수사를 했거나 면죄부를 주려 했던 꼴이 되고, 서울고검이 기소하지 않거나 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무리한 재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서울고검을 이끄는 박세현 고검장은 현재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편 서울고검은 이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인 청탁금지법위반 등 항고사건에 대해서는 항고 기각을 결정했다. 해당 사건은 중앙지검 형사제1부(부장검사 김승호)가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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